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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강소슬 기자)
흙수저 울리는 최강 스펙 요구가 여전히 대세
“얼마 전에 유치원에서 아빠가 타는 자동차의 차종을 물어 화제가 된 뉴스를 보고 정말 어처구니없는 일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취업을 간절히 원하던 나에게 부모의 직업을 묻는 입사지원서를 보고 이 회사는 절대 들어가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상은 최근 모 커뮤니티에 올라왔던 취업 준비생의 글이다.
하반기 공개채용이 시작된 가운데, 대부분의 기업이 신입사원을 채용할 때 가족관계, 부모 직업 , 혈액형, 등을 묻는 등 ‘흙수저’ 울리는 채용 관행이 여전하다는 것이 들어났다. 또한, 대기업의 경우 능력 중심의 채용 보다는 어학 점수, 학점 등 여전히 ‘최강 스펙’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았다.
고용노동부와 대한상의는 518개 기업 인사담당자를 대상으로 기업 채용 관행 실태를 조사한 결과를 24일 발표했다. 이번 조사결과 입사지원서에서 직무능력과 무관한 인적사항을 요구하는 국내 기업들의 실태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업무와 상관없는 후진적 입사지원서 여전
입사지원서에서 ‘키·몸무게’를 묻는 기업도 13.7%에 달했으며, 10.3%는 ‘혈액형’, 9.1%는 ‘본적’을 묻기까지 했다. ‘생년월일’을 묻는 기업은 95%로 대부분은 나이를 근거로 채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나타냈다.
“미국에서 회사생활을 5년 했는데, 기업에서 나이, 키, 몸무게, 부모직업을 물어보는 경우는 절대 없다”며, “이런 개인 능력과 상관없는 사항을 묻는 기업은 소송 당하기 아주 쉽다”고 해외에서 근무 중인 36세 A씨는 말했다.
영어 잘하면 1등 인재인가?
어학 점수, 학점 등 스펙을 요구하는 기업은 대다수였다. 중소기업보다 대기업에서 스펙을 더 많이 요구했다.
입사지원서에서 ‘학력’을 묻는 기업은 94%, ‘학점’을 요구하는 기업은 60.2%에 달했다. 어학 점수(49.4%)나 어학연수 여부(37.5%)를 묻는 기업도 상당수였다. 이중 기업은 77.1%가 어학 점수를 요구해 300인 미만 중소기업(43.4%)보다 그 비중이 훨씬 높았으며, 학점도 대기업(85.4%)이 중소기업(53.9%)보다 더 많이 요구했다.
어수봉 한국기술교육대 교수는 “아직도 대기업을 중심으로 직무와 무관한 스펙을 요구해 청년들에게 부담을 주고 있다”며“ "기업이 관행적으로 요구하는 일반 스펙은 과감하게 버리고, 직무능력을 우선해 더 많은 지원자에게 공평한 기회의 문을 열어줘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턴경력, 공모전 입상, 사회봉사 이력 등 중시 경향은 긍정적 평가 받아
그러나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는 부분도 있다. 인턴 경력(60.6%)이나 공모전 입상(31.5%), 사회봉사(23.4%) 등을 요구하는 기업이 늘어났다는 것이며, 국가직무능력표준(NCS)을 활용하고 있거나 활용할 예정인 기업(26%)도 지난해보다 크게 늘었다. NCS는 산업 현장에서 요구되는 지식·기술·소양 등을 부문 및 수준별로 체계화한 것이다.
신입사원을 주로 뽑는 공개채용을 하는 기업의 비중은 지난해 20.7%에서 올해 13.3%로 크게 줄었으며, 올해 경력사원 위주의 수시채용을 하는 기업은 48.8%에 달했으며, 37.6%는 공개채용과 수시채용을 병행하겠다고 답해 올해 대졸 구직자의 채용문은 더욱 좁아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