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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가 좋은 인재 뽑기 위해 회사소개서 발송
구인난 속 구직과 이직의 틀을 깨는 기업 늘어
(뉴스투데이/도쿄=김효진 통신원) 컴퓨터공학을 전공하고 현재 오사카에 있는 한 IT회사에서 일하고 있는 구로다 야스오(黒田 康夫·28)씨는 최근 한 인터넷 게임업체로부터 회사에 관한 소개서를 받았다. 소개서에는 회사의 경영철학과 강점을 비롯해 복리후생제도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자세한 설명이 첨부돼 있었다.
일반적으로 구직을 원하는 사람은 본인의 경력에 맞춰 이력서를 쓰고, 본인이 얼마나 능력있고 우수한 직원인지 어필하기 위해 장문의 자기소개서를 쓰는게 보통이다.
이 방식은 경력자뿐만 아니라 신입 구직자에게도 해당되는 내용이고 우리는 모두 이 방식이 당연하다고 여기고 있다. 고용주는 우리를 평가하고 선별하는 ‘갑’이고 우리는 고용주에게 선택받기 위해 자기를 가꾸고 포장하는 ‘을’인 것이다.
하지만 이 개념이 반대라고 생각해보면 어떨까. 회사가 우리에게 왜 자신들의 회사가 우리를 필요로 하고 있으며, 얼마나 좋은 회사인지 ‘자사소개서’를 보내주고, ‘협의 후 결정’같은 애매모호한 말로 현혹하지 않고 정확한 연봉과 근로조건을 제시한다면 우리는 얼마나 행복한 구직생활을 할 수 있을까.
꿈만 같은 얘기로 들리는가? 하지만 이는 현재 일본 IT업계에서 실제 일어나고 있는 일이며, 일본의 인력회사가 제공하고 있는 서비스이다.
야구의 드래프트방식을 적용한 ‘이직드래프트’
이직드래프트 서비스는 일본의 인력회사 ‘리브센스’가 처음 고안하여 실시한 IT업계의 새로운 이직방식이다.
먼저, 이직을 희망하는 엔지니어는 본인의 프로필과 사용가능한 프로그래밍 기술을 웹사이트에 등록한다. 이때 이직희망자는 ID로만 표시되어 개인적인 정보가 보호된다. 등록기간이 끝나면 IT인력을 필요로 하는 기업이 사이트에 등록된 이직희망자를 확인하고 그 중에 본인들이 원하는 인재를 지명한다.
지명 시에 기업은 반드시 구체적인 연봉과 지명을 한 이유를 서술하여야 한다. 이직희망자는 본인에게 들어온 기업들의 지명내용과 조건을 비교한 뒤, 원하는 회사와의 개별적인 면접을 통해 이직하게 된다.
위의 과정은 리브센스의 홈페이지를 통해 전부 공개된다. 제일 지명을 많이 받은 ID는 무엇인지, 가장 높은 연봉을 제시받은 ID가 무엇인지, 가장 많은 지명을 한 기업이 어디인지 등의 정보를 누구나 자유롭게 확인할 수 있다.
리브센스는 이직드래프트 서비스를 올해 4월 최초로 제공하였고 1회차에서는 이직희망자 235명과 17개사가 참가하였고, 총 393건의 지명이 발생하고 기업측의 평균 제시연봉은 648만엔(약 7000만원)이었다.
첫 실시 후에 좋은 호응을 얻어 동년 7월 2회차를 개시하였고 493명의 이직희망자와 45개사가 참가하여 총 1316건의 지명이 발생하는 등 그 규모가 점차 커지고 있다. 참고로 3차 이직드래프트는 9월 말에 개최된다.
이직희망자와 기업은 모두 만족
최근 이직드래프트를 통해 이직에 성공한 카가야 유헤이(加賀屋 祐平)씨는 “기업이 나를 원하는 이유와 나의 어떤 부분을 높게 평가하였는지 알고 이직할 수 있었기에 기분 좋게 이직할 수 있었다”고 인터뷰에서 소감을 밝혔다. 그를 고용한 IT회사 BASE의 대표 후지카와 신이치(藤川 真一)씨도 “우수한 인재를 효율성있게 채용할 수 있었다” 만족해하였다.
기업이 일본의 일반적인 인재 스카우트 서비스를 활용하여 이직자를 구할 경우, 기업은 제시연봉의 약 30%를 인력회사에 성공보수로 지급하여야 한다.
인력부족이 심각한 IT계열의 경우 최고 50%의 성공보수를 지급하기도 한다. 하지만 리브센스의 이직드래프트는 참가비와 성공보수 등을 모두 정액제로 운영함으로써 기업 측이 부담없이 연봉을 제시할 수 있도록 하였다.
나날이 심해져가는 일본의 IT인력 부족난
일본의 경제산업성은 2030년이 되면 IT업계의 부족인력이 약 59만명으로 증가하여 2015년 대비 3.5배로 폭증할 것이라고 전망하였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일본기업들은 일본 국내는 물론 해외로 취업박람회를 빠른 속도로 확대하고 있고 정부는 업종에 따라 취업비자 조건을 완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국내 IT업계에서 일하며 이 기사를 읽고 있다면 이직드래프트에 등록해 보는 것을 어떨까. 참고로 이직드래프트에서 국적은 따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