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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대학 졸업예정자들 “갈 곳이 많아서” 고민(?)
(뉴스투데이/도쿄=김효진 통신원) 내년 3월에 졸업예정인 일본인 대학생 야스다 미치하루(23)씨는 한국의 졸업예정자들은 상상할 수 없는 여유로운 4학년을 보내고 있다.
야스다 씨는 “3학년 2학기 때 이미 입사하고 싶은 회사에 합격했고 올해 1학기에 부서 내정까지 받았기 때문에 요새는 취업활동이 아닌 내가 하고 싶었던 일들을 하나씩 하고 있다”며, “올 9월에 보름정도 한국여행을 가기 위해 아르바이트에 집중하고 있다”고 웃으며 답했다.
일본 대학생들은 보통 3학년 때 취업활동에 참가하여 합격한 뒤, 4학년 때 입사예정 회사로부터 부서내정을 받는 것이 일반적이다. 졸업을 한 뒤 한번쯤은 백수가 되었다가 입사하게 되는 우리나라 대학생과는 참 다른 모습에 새삼 부러움이 느껴졌다.
“하지만 처음 대학에 입학했을 때는 걱정이 많았어요. 제가 다니는 학교는 도쿄의 작은 사립대이고 입학 당시 취업상황이 지금보다 훨씬 안 좋았기 때문에 학교 선배들은 마지못해 대학원을 가거나 본인의 목표를 낮춰서 입사했거든요.
물론 지금은 저도 제 주변 친구들도 그런 걱정없이 취업할 수 있었어요.” 인터뷰를 하면서 보여준 일본 대학생들의 밝은 표정을 보고 있자니 한국의 우리 대학생들 모습이 자연스레 머릿속에서 교차되었다.
이처럼 야스다 씨의 사례는 요즘 흔히 볼 수 있는 일본 취업시장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사례다. 실제로 일본은 대학생들이 구직에 어려움을 느끼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97년 조사 이래 최고 취업률 기록
올해 5월 일본의 문부과학성과 노동후생성은 2016년 대학 신규졸업자의 취업률이 97.3%로 전년 동기에 비해 0.6% 증가하였고, 조사를 시작한 1997년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발표하였다. 이는 5년 연속 증가한 수치이며, 2008년의 세계금융위기 쇼크 이전의 수치(96.9%)를 상회하였다는 점에서 상당히 고무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고등학교 졸업자의 취업률 역시 6년 연속 개선되며 97.7%(전년동기 대비 0.2% 상승)의 취업률을 기록하였고 특히 제조와 건설, 소매업의 취업자 수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취업률이 매해 개선되는 이유에 대해 문부과학성 관계자는 “경기가 좋아지면서 기업 측의 구인수요가 빠른 속도로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노동후생성 관계자는 “인력수요가 많은 제조업이 전체 취업률을 이끄는 형태로 취업률이 상승하고 있고, 기업의 채용의욕은 계속해서 높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구직자가 기업을 고르는 일본의 취업시장
이처럼 취업률이 매해 상승하면서 일본의 취업시장은 사람보다 일자리가 많은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기업들은 인력을 채용하기 위해 경쟁하고 더 나은 조건을 제시하고 있으며, 구직자들은 이런 기업들을 비교해가며 본인이 원하는 일자리를 고르고 있다.
특히 인력부족이 심각한 IT·공업계열 기업들은 한국을 포함한 세계 각국에서 취업박람회를 개최하며 해외인력 고용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경기와 낮은 취업률에 허덕이는 우리나라의 젊은 구직자들에게는 꿈만 같은 이야기가 바로 옆나라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현상에 대해 일본내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일본 정부 및 기업관계자의 대부분은 지금과 같은 취업시장을 긍정적으로 판단하고 있다. 높은 취업률은 기업의 생산성이 떨어지지 않고 있음을 의미하며, 젊은 경제활동인구가 증가하며 내수 역시 개선될 것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부정적인 평가를 내리는 주된 의견으로는 노령인구의 증가에 따른 청년층의 감소로 상대적으로 일자리가 많아 보이는 착시일 뿐이며, 아베노믹스로 인한 일시적 효과이기 때문에 향후 경기회복보다는 침체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 언급되고 있다.
현재로서는 한국청년들에게 매우 매력적인 일본시장
최근 몇 년 간 한국의 최저시급이 일본을 많이 따라잡았다. 하지만 여전히 물가 대비 임금은 일본이 우위에 있으며 실제 생활물가를 고려한다면 그 격차는 더욱 커진다. 또한, 일본은 기업의 복리후생이 풍부하고 근무환경이 좋아 실제 현지 취업에 성공한 한국인들의 만족도도 매우 높은 편으로 나타나고 있다.
올해 초에 일본 도쿄에 있는 IT회사에 입사한 한국인 김명희(26·가명)씨는 “처음 일본으로 취업하고자 할 때는 불안감이 많았지만 지금은 매우 만족하고 있다”며, “회사는 중소규모지만 급여가 한국에서 취업한 친구들보다 높고 비싼 대중교통비도 전액 회사에서 부담해주고 숙소임대료도 50%를 지원해준다. 무엇보다 야근이 적은 분위기와 사측의 직원대우가 한국과는 전혀 다르다”고 강조하였다.
국내에서 개최되는 일본기업 취업박람회에 참가해본다면 김명희 씨가 받는 대우가 매우 일반적임을 알 수 있을 것이다. 한국 인재들을 채용하기 위한 일본기업들의 구인노력도 매년 많아지고 있으니 한번쯤 일본취업시장으로 눈을 돌려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