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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뉴스투데이DB]
(뉴스투데이=강소슬 기자)
대표적인 감정노동자인 콜센터 근무자 10명 중 9명은 업무 중 반말이나 성희롱 등 언어폭력을 경험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감정노동과 감정노동자는 무엇?
감정노동자는 사람을 대하는 일을 수행할 때 조직에서 바람직하다고 여기는 감정을 자신의 감정과 무관하게 행하는 노동자를 말한다. 서비스업 종사자는 대부분 해당된다.
감정노동은 실제로 느끼는 감정과 다른 감정을 표현해야 할 때 발생하며, 감정노동으로 생긴 감정적 부조화는 감정노동을 행하는 조직 구성원을 힘들게 만들며 감정노동으로 생긴 문제가 적절하게 다루어지지 않는 경우엔 심한 스트레스와 함께 좌절감이나 분노, 적대감, 감정적 소진을 보이게 된다. 심각한 경우 정신질환 및 자살까지 갈 수도 있다.
흔히 서비스업으로 불리는 직업군과 콜센터 근무자, 간호, 관광 산업 등이 감정노동을 하는 직업으로 알려져 있다.
콜센터 근무자 10명 중 9명, 감정노동 경험
콜센터에서 근무하는 직원 1128명을 대상으로 잡코리아가 조사한 결과 93.3%가 ‘근무 중 언어폭력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폭력을 가한 상대방은 고객(85.4%)이 압도적으로 많았지만 직장 상사(10.1%)와 동료(4.6%)도 있었다.
언어폭력으로는 “야”나 “너”와 같은 반말을 듣는 경우(59.3%)가 가장 많았으며, 상대방이 자신의 말을 무시하고 상대방이 본인의 말만 하거나(58.2%) 막무가내로 우기는 말(55.8%)을 하기도 했다.
욕설과 폭언(51.1%)을 당한 근무자도 절반을 넘었다. 소리를 지르거나(38.6%), 인격을 모독하는 비하 발언(38.5%)이나 말장난(32.6%)을 하는 고객들도 있었다. 협박(17.6%)과 성희롱(16.4%)을 경험한 응답자도 적지 않았다. 또한, 콜센터 근무자들이 경험하는 언어폭력에는 술 주정과 2~3시간 이상 끊지 않는 전화, 부모님을 상대로 하는 욕도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언어폭력에 대해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으며, 콜센터 근무자의 74%는 “참고 넘긴다”고 답했다. 상사나 동료, 전담부서 등에 도움을 요청하는 경우는 17.5%에 그쳤으며, 적극적으로 ‘맞대응’하는 이들은 6.2%에 불과했다.
이처럼 콜센터 근무자의 감정노동은 심각한 수준으로 보인다. 하지만 회사 내 감정노동에 따른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한 장치는 미비한 것으로 나타났다.
회사 내 상담이나 교육 프로그램이 존재하는 경우는 33.5%에 그쳤으며, 또 48.2%는 언어폭력을 당해도 진정할 시간 없이 바로 다음 업무(콜)에 투입된다고 했다. 이 때 휴식할 수 있는 제도나 시설, 장치가 있다는 이들은 15.4%에 불과했다.
전직 콜센터 상담원 A씨(29세)는 “콜센터에서 일 했을 때 하루에 한 번 이상은 꼭 진상고객이라 불리는 사람들을 상담해야 했다”며, “‘스트레스를 풀려고 전화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고 업무가 끝나 집에 돌아가는 길엔 ‘이렇게 매일 스트레스 받아가며 한번뿐인 인생을 살아야 하는건가’하는 생각과 함께 깊은 좌절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일을 하다가 임신을 하게 되었는데, 임신 초기 스트레스 때문인지 하혈을 자주 했다. 병원에 갔더니 유산기가 있다고 해서 일을 관두게 되었다”며, “그때 관두기를 잘 했다는 생각은 아직도 하고 있고, 정말 다시는 하고 싶지 않은 일”이라고 덧붙였다.
심각한 감정노동…유야무야 한 ‘감정노동자 보호법’
콜센터와 같은 상담원들은 대부분 보호받을 수 있는 어떠한 시설이나 장치가 없지만, 금융권에서는 감정노동자 보호법을 시행하고 있다. 허나 미온적인 실천으로 실상 감정노동에 시달리는 상담원들에게 큰 도움이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30일부터 금융권의 ‘고객 응대 직원(감정 노동자)’ 보호를 의무화한 4개 금융업법(보험업법, 은행법, 자본시장법, 저축은행법) 개정안이 시행에 들어갔다. 개정안에 따르면 회사는 고객을 직접적으로 응대해야 하는 상담사와 같은 감정 노동자에 대한 치료 및 상담을 지원하고 상시 고충처리기구 등을 설치해야 한다.
각 금융사는 “필요한 사항을 모두 마련했다”라고 밝혔지만 현장에서 직접 고객을 상대하고 있는 금융사 직원들은 “아직 갈 길이 멀다”라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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