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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강이슬 기자)
“요즘 뭐해?”
“어……. 나 요즘 그냥 이것저것 준비하고 있어.”
25일 숭실대학교 대나무숲 온라인 커뮤니티에 한 대학교 4학년 취준생(취업준비생)의 안부인사에 대한 글이 올라왔다. 예전에는 미처 느끼지 못했던 인사치레로 건네는 ‘요즘 뭐해’라는 말에 시간이 멈춘 듯 쉽게 말을 이어나갈 수 없을 정도로 묵직하게 느껴졌다고 고백했다.
이 학생은 “예전에는 몰랐다. 누군가에게는 가벼운 인사치레 일수도 있고, 누군가에게는 정말 누군가에게는 정말 궁금해서 물어보는 질문일 수 있는 ‘뭐 해’라는 그 한마디. 그 한마디가 이렇게 묵직하게 느껴질 만큼 내가 가벼운 존재였는가 싶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 한마디는, 마치 죽기 전에 주마등처럼 스쳐가는 인생처럼, 나의 지난 4년간의 대학생활, 아니 어쩌면 약 20년간의 삶을 단 1초 만에 돌아보게 하는 말이었다”며 “시간이 멈춘 듯했다. 내 입을 떼기 전까지, 내겐 너무 긴 시간이었다. 대답하는 나의 입가는 말라갔고, 동공은 흔들리고 있었으며, 마치 벌거벗은 사람처럼 얼굴은 빨갛게 달아올랐다”고 덧붙였다.
취준생에겐 일상도, 인사도 ‘스트레스’
#. 취준생인 이 씨(28)는 최근 카카오톡 어플을 지웠다. 친한 친구들과 일상적으로 수다를 떠는 단체채팅방 때문이다. 김 씨를 제외하고 모두 직장인인 친구들과의 일상적인 수다가 그에게 모두 스트레스를 준다. ‘야근하기 싫다’, ‘점심시간에 뭐 먹을까’, ‘퇴근하고 영화보자’ 등 일상적인 이야기지만 취준생인 김 씨에게는 어찌보면 꿈 같은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친구들이 김 씨를 생각해 취업준비에 대한 질문을 하지 않는다고 해도 자신과 다른 친구들의 일상에 자꾸 작아지는 기분이다.
#. 군대를 다녀오고 복학한 11학번 강 씨(25)는 학교에서 만난 여자 동기들과 인사를 나눌 때면 속으로 한번씩 더 생각해보고 인사를 건넨다. 학교에서 만난 여자 동기들 대부분이 취준생이기 때문이다. 그의 취준생 동기에게 건네는 인사 노하우는 “요즘 뭐해” 대신 “잘 지내지?”이다. 잘 지낸다는 통상적인 대답을 할 수 있게 인사를 건네는 것이다.
취업스트레스가 일상적인 안부인삿말의 무게를 달리 느끼게 한다. 취업에 대한 스트레스가 심한 취준생에게는 ‘요즘 뭐하냐’는 안부인사는 ‘취업은 했냐’, ‘취업준비는 뭘 하고 있냐’는 말이 함축됐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취업포털 잡코리아에 따르면 성인남녀 3046명을 대상으로 명절에 하지 말아야 할 ‘금지어’를 물어봤는데, 이중 ‘취업을 했는지’ 여부를 묻는 질문이 46.0%로 가장 많았다. 결혼(36.9%), 외모(36.4%)에 대한 질문보다도 더 듣기 싫어하는 말로 꼽혔다. 취업에 대한 스트레스가 결혼, 외모에 대한 스트레스보다 심하다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