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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산 이슈 진단 (127)

국내구매로 진행되는 드론·대드론 사업, 업체 부담 완화하는 제도 보완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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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경 안보전문기자
입력 : 2025.03.17 10:04 ㅣ 수정 : 2025.03.17 16:06

연구개발사업과 유사함에도 시제 제작·시험평가 비용 업체가 부담하고 최저가 경쟁 입찰 내몰려

방위산업이 새로운 활로를 찾으면서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방위사업청 또한 방위산업이 처한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지속적인 제도 개선과 함께 법규 제·개정을 추진 중이다. 그럼에도 방위사업 전반에 다양한 문제들이 작용해 산업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 뉴스투데이는 이런 문제들을 심층 진단하는 [방산 이슈 진단] 시리즈를 연재한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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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지역 대드론 통합체계 운용 개념도. [사진=한화시스템]

 

[뉴스투데이=김한경 안보전문기자] 북한의 소형무인기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접적지역 대드론 통합체계’ 사업이 올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지난 11일 방위사업청(이하 방사청)에 따르면, 이 사업의 사업타당성 조사가 끝났으며 올해 사업추진전략 수립 후 구매계약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앞서 2023년 ‘중요지역 대드론 통합체계’ 사업에서 맞붙었던 한화시스템과 LIG넥스원이 이번 사업에도 참여할 것으로 보이며, 총 사업예산은 1217억원이다.

 

국내구매사업은 연구개발사업처럼 입찰 하한가(예가의 95%)를 두지 않고 제안가 중심으로 업체를 선정하는 터라 기술력 대결보다 최저가를 제시하는 업체가 통상 수주하게 된다. ‘중요지역 대드론 통합체계’ 사업을 수주한 한화시스템은 당시 총사업비가 486억원이었지만, 60% 수준에 불과한 290억원을 투찰해 사업을 따냈다. 반면 경쟁업체인 LIG넥스원은 373억원을 써내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국내구매, 저가 수주로 품질 하락과 업체 손실 유발 등 방위산업 발전 저해

 

이처럼 수익성은커녕 손해를 감수하면서도 업체가 사업 수주에 목메는 이유는 후속 사업을 통해 관련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식의 출혈 경쟁은 사업을 수주하는 체계업체는 물론 협력업체에까지 그 피해가 고스란히 전가될 수밖에 없다. 방산 전문가들은 “현행 국내구매 방식은 제품의 품질을 떨어뜨리고 업체의 손실을 유발해 국내 방위산업 발전을 저해하는 암적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지적한다. 

 

그러면 왜 이런 상황이 발생할까? 방위사업의 추진방법은 크게 ‘연구개발’과 ‘구매’로 구분된다. 연구개발은 군의 요구사항에 맞춰 새로운 무기체계를 만드는 것이고, 구매는 이미 완성된 제품을 사는 것이다. 그래서 연구개발은 주관업체 한 곳을 먼저 선정해 요구사항 분석과 설계, 시제품 제작, 시험평가, 규격화 단계를 거쳐 완성하고, 구매는 여러 업체에서 만든 다양한 완성품 가운데 하나를 선정하는 방식으로 사업이 진행된다. 

 

2010년까지 방사청이 추진한 구매사업은 대부분 해외구매로 외국에서 만들어 자국 군대가 이미 사용하고 있는 무기체계를 우리 군이 구매해 사용했다. 국내구매가 없었던 이유는 수요의 100%를 독점하는 군의 의중도 모르면서 업체가 고가의 비용을 들여 무기를 만들었다가 군이 사지 않으면 애물단지가 되기 때문이다. 2011년 상용제품을 설치하는 형태의 GOP과학화경계시스템 사업에서 처음으로 국내구매가 이뤄졌다. 

 

이후 본격적인 국내구매는 최근 몇 년간 진행된 드론·대드론 사업에서 추진됐다. 방사청은 민간 드론업체가 상당수 존재하므로 국내구매로 추진해야 여러 업체에 기회가 균등히 돌아가고 이를 통해 국내 드론산업 기반이 활성화될 것이라는 외부 여론을 받아들였다. 하지만 이렇게 시작된 국내구매 방식은 업체 참여를 확대해 드론산업 기반을 성장시키기는커녕 국내산업을 잠식하는 부작용을 일으키고 있다. 

 

방사청, 시제 제작·시험평가 비용 보전해주지 않고 입찰 하한가도 두지 않아

 

일반적인 상용드론과 달리 군용드론은 특수한 목적에 사용되기 때문에 이에 부합하는 제품이 시중에 존재하지 않는다. 드론업체 입장에서는 감시장비와 무장 등을 드론에 장착하고 군이 요구하는 시험평가를 통과하려면 새롭게 설계하고 시제품을 따로 제작해야 한다. 이 과정에 리스크도 있고 상당한 비용 투자가 수반된다. 하지만 구매사업은 이미 완성된 제품을 사는 것이란 고정관념 때문에 개발 및 시험평가, 시제품 제작에 드는 비용을 보전해주지 않는다.

 

사업을 수주한 업체는 납품단가에 이 비용을 포함해 보전받을 방법이 있지만 탈락한 업체는 단 한 푼도 보전받지 못하고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 그렇다고 군용으로 만들어진 시제품을 함부로 다른 곳에 팔 수도 없다. 반면 미국이나 호주는 시제품 제작을 위한 계약을 따로 체결해 시험평가에 들어가는 비용을 보전해주고 있다. 따라서 사업을 수주하지 못해도 손해를 보는 일은 없으며 시험평가 과정에서 새로운 경험과 기술력을 쌓는 기회가 된다.  

 

게다가 구매사업을 수주한 업체라고 해서 이윤이 생기는 것도 아니다. 연구개발 사업은 국내기업 보호 차원에서 예정가의 95%를 입찰 하한가로 정하고 있다. 그러나 구매사업은 해외구매든 국내구매든 입찰 하한가를 두고 있지 않다. 경쟁업체보다 값이 싸면 쌀수록 수주에 유리하며 심지어 0원 입찰도 가능하다. 이런 상황이니 수주에 목메는 업체일 경우 무조건 입찰 가격을 낮출 수밖에 없다. 

 

업체 자체 투자로 모델 설계하는 것만 다를 뿐 연구개발사업과 거의 같아

 

실제로 신속시범획득사업으로 진행된 37억원 규모의 ‘다목적 무인차량’ 사업은 0원 입찰이 이루어졌고, 총사업비가 314억원 규모인 ‘근거리 정찰드론’ 사업은 지난해 12월 말 230억원대에서 낙찰됐다. 이런 상황이니 사업을 수주해도 이윤은 고사하고 손해를 줄이기 위해 값싼 중국산 부품을 사용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방산 육성이 주 임무인 방사청이 국내구매에서는 업체 간 출혈 경쟁을 부추겨 경영난에 허덕이게 만든다. 

 

이와 같은 문제는 국내구매든 해외구매든 똑같은 구매사업으로 보기 때문인데 실상은 상당한 차이가 있다. 해외구매는 이미 그 나라에서 운용을 통해 성능이 검증됐기 때문에 우리가 구매할 때 자료에 의한 시험평가를 한다. 따라서 실물 시험평가를 하기 위한 시제품이 별도로 필요하지 않다. 그런 데다 판매할 곳이 우리나라만 있는 것이 아니라서 이윤도 없이 적자를 감수하고 저가 입찰을 하지는 않는다.  

 

반면 국내구매는 말만 구매일뿐 실제 성능이 입증된 완성품이 없으니 군의 요구에 맞춰 새로운 시제품을 만들어야 하고 그것으로 군의 시험평가를 통과해야 한다. 즉 업체가 자체 투자로 모델을 설계한다는 것만 다를 뿐 정부 예산으로 연구개발을 추진하는 것과 똑같다. 게다가 우리 군이 아니면 판매할 곳이 없으니 사활을 건 경쟁을 할 수밖에 없다. 또 연구개발처럼 입찰 하한가도 없으니 성능이 최우선인 무기체계가 최저가 경쟁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다.  

 

시제 제작·시험평가 비용 보전해주고 입찰 하한가도 정하는 제도 보완 필요 

 

이런 문제를 해소하려면 먼저 시제품 제작과 시험평가에 들어가는 비용을 정부가 보전해줘야 한다. 미국과 호주의 사례를 검토하면 좋은 해법이 나올 것으로 보이는데, 지난해 9월 25일 ‘글로벌 무기체계 구매 사례와 국내구매 제도 개선을 위한 시사점’이란 제목으로 발행된 한국국방연구원(KIDA)의 국방논단 자료를 참고하면 좋을 듯하다.  

 

또한, 연구개발사업과 거의 같은 여건이므로 국내구매사업도 입찰 하한가를 두어야 한다. 국내구매사업의 문제를 자신의 저서(3무의 K방산)를 통해 최초로 제기한 송방원 우리방산연구회 회장은 “최저가 제품이 아니라 예산 범위 내에서 더 좋은 성능의 제품을 선정하는 ‘가격 충족 최대 성능’ 방식이 되어야 한다”면서 “가격은 성능이 동등할 경우만 비교해 업체들이 최고 성능 구현에 주력하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론적으로 국내구매는 해외구매와 사업 여건이 현격히 다르며 오히려 연구개발과 성격이 유사하다. 그런데 지금까지 방사청은 구매사업이란 용어에 함몰돼 해외구매 방식을 국내구매에 일방적으로 적용함으로써 사업에 참여한 업체들만 피해를 보게 됐다. 이제라도 앞서 지적된 현행 제도의 문제를 인식하고 국내구매로 진행되는 드론·대드론 사업의 업체 부담을 완화하는 제도 보완이 시급히 이뤄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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