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2 뷰] 현대엔지니어링, 연이은 사망사고에 '휘청'...흔들리는 주우정 리더십
주 대표, 13일 사고 관련 국회 출석 예정
빅배스 후 잇단 사망사고로 기업 신뢰 ↓
모기업 주가 하락..."사고가 미친 영향 커"

[뉴스투데이=김성현 기자] 현대엔지니어링이 연이은 사고로 휘청이고 있다. '빅배스' 단행에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던 현대엔지니어링은 한 달 새 두 번의 사망사고로 위기를 맞았다. 중대재해처벌을 피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인 현대엔지니어링은 기업 신뢰도 하락과 IPO 일정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주우정 현대엔지니어링 대표는 이날 예정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 회의에 출석한다. 주 대표는 서울-세종고속도로 9공구 교각 상판 붕괴 사고 관련 현안과 평택 아파트 신축공사 현장 사고와 관련해 집중 질의를 받을 예정이다.
연초만 해도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약 1조 2000억원을 털어내는 역대급 '빅배스'를 단행하며 모기업 현대건설의 주가마저 하락시켰으나 업계에서는 오히려 현대엔지니어링의 빠른 결단을 옹호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특히 그룹 내에서 인정받은 '재무통' 주우정 대표의 전략적인 결정이 장기적으로는 기업에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다줄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사고 이후 상황은 급변했다. 지난달 25일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현장에서 교각 위 상판 붕괴 사고로 10여 명의 사상자를 낸 데 이어 13일 만인 이달 10일 평택 아파트 신축 공사 현장에서 또다시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11일 전국 모든 공사장의 작업을 중단하고 안전 현황 점검 및 안전대책 수립에 나섰다.
현대엔지니어링은 법적인 책임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두 사고 모두 사망자가 발생한 만큼 중대재해처벌법 대상이다. 서울-세종고속도로 사고 당시 고용노동부는 <뉴스투데이>에 "경영책임자가 누구인지, 처벌 대상이 누가 될지에 대해서는 수사를 통해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고로 인해 현대엔지니어링은 기업 이미지에 타격을 입게 됐다. 중대재해 사고가 당장 기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겠지만 소비자들이 바라보는 인식에는 분명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국내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이번 사고로 행정처분이나 영업정지와 같은 것들도 큰 타격이지만 장기적으로는 도시정비사업 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수주전을 진행하는 데 있어 경쟁사가 '저 회사는 부실시공하는 회사이기 때문에 안전하지 못하다'는 식으로 네거티브 전략을 들고 나온다면 조합원들이 그 기업을 택하겠냐"고 말했다.
현대엔지니어링 사고의 여파는 모기업까지 도달했다. 지난달 18일 최고 3만7550원까지 올랐던 현대건설 주가는 서울-세종고속도로 사고 이후 하락한 뒤 조금씩 회복세를 보이다 10일 사고를 기점으로 12일 기준 3만3700원으로 하락 마감했다. 국내 건설업계 관계자는 "과거 대형 사고를 일으킨 건설사들의 사례에서도 볼 수 있듯이 이러한 사고가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크다"고 말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의 장기 목표인 IPO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현대엔지니어링이 빅배스를 통해 체질 개선에 나선 뒤 몇 년 뒤 시장의 재평가를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 그룹 차원에서 재무 전문가인 주 대표를 자리에 앉힌 게 처음부터 이를 목적으로 한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빅배스 단행 당시만 해도 평가는 나쁘지 않았다. 무리한 상장 추진보다 내실을 다지는 방향을 택한 주 대표의 판단이 옳다는 게 관계자들의 중론이었다. 하지만 이번 사고로 IPO는 물론 대표직 유지마저 불투명해졌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고와 관련해 건설업계의 전반적인 안전 불감증을 지적한다. 손태홍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건설기술관리연구실장은 <뉴스투데이>에 "건설업은 옥외 현장에서 사람의 노동력을 기반으로 하는 만큼 사고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며 "그럼에도 우리 기업들이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두고 경영에 임하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건설산업이 더 나은 방향으로 가기 위해선 사업 수행 과정에서 누구도 다치거나 죽어서는 안된다"며 "이러한 생각을 가장 높은 가치로 여기는 풍토가 산업 전반으로 확대돼야 하며, 처벌 만으로는 당장의 사망자가 급감하는 현상이 나올 수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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