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뉴스투데이=문지영 기자] 6일 오전 11시 부산항만공사에서 성사된 박형준 부산시장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첫 접견이 견해차만 드러내보이고 종료됐다.

 

박 시장이 시급한 문제로 글로벌허브도시 특별법 제정과 산업은행 부산 이전을 강조한 데 반해, 이 대표는 북극항로 사업을 시급한 문제로 강조했다.

 

박 시장은 이 대표와의 접견에서 "민주당이 국가 균형발전을 당의 가장 중심적 가치로 삼아 왔지만, 지금은 관심이 많이 떨어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며 "개헌으로 지방분권 문제가 구조적으로 해결되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는 각 지역이 필요로 하는 문제들을 입법을 통해 바로잡을 수 있다. 그러기 위해 내놓은 글로벌허브도시 특별법애는 시민 160만 명이 서명했다"고 언급했다. 

 

그는 이 대표의 부산 방문 이유인 북극항로 사업도 거론했으나, "이는 시급하기보다는 중요한 문제에 속한다"며 사실상 특별법과 산업은행 이전 해결을 재차 강조했다. 

 

이에 이 대표는 "수도권 일극체제가 가지는 근본적인 문제, 지방 소외 문제는 국가 생존 문제라고 자주 말해왔고 변함없다"라며 "북극항로 문제도 상황을 확인해보자고 하는 것은 균형발전을 조금이나마 해결해보기 위한 실천적 활동의 일환"이라며 즉답을 피했다.

 

그러면서 "북극항로는 중요한 문제에 가깝다기보다는 시급하고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세계지도를 보면 북극항로 중간쯤 대한민국이 있는데 그중에서도 동남권이 항만의 요충지다. 해운업이 선점 효과가 큰 영역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지금부터 준비해도 늦을 수 있다"고 선제적인 준비를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방균형발전 문제에 대해서 진척이 안 돼 아쉬운 점이 있을텐데 앞으로도 계속해서 지방자치와 분권 강화는 민주당이 다른 어떤 정치세력보다도 강력하게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대표는 모두발언과 비공개 간담회에서 박 시장이 입장 표명을 요구한 부산 글로벌허브도시 특별법과 산업은행 부산 이전과 관련해서는 별도로 언급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박 시장은 "2년 동안 만나자고 요청해 왔다. 대통령을 만나는 것보다 10배 어려웠다"고 토로하며 "2년여 동안 부산 시민들에 이어 부산 민주당도 요청한 사안에 일언반구도 하지 않은 것은 대단히 안타깝다"고 실망을 내비쳤다.

 

■ 접견에 냉담한 반응 이어져

 

 

여당 의원들은 이 대표의 부산 방문에 '조기 대선'을 고려한 움직임이라며 불쾌한 반응을 쏟아냈다. 접견에 앞서 이날 오전 국민의힘 소속 부산 의원은 "이재명의 부산 방문은 사기 행각이자 대선 행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대식, 이성권 등 국민의힘 소속 13명 의원은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말하며 "북극항로는 결국 부산을 물류허브도시로 만든다는 내용인데 물류는 금융과 함께 해야만 한다. 산업은행 부산 이전을 통해 물류 산업을 지원할 수 있다"며 북극항로 사업과 산업은행 이전을 분리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산업은행 이전에 대해 전혀 입장을 밝히지 않고 반대하고 있는 사람이 북극 항로를 개척한다는 것 자체가 모순이고 어불성설"이라고 이 대표를 직격했다.

 

이들은 "(이 대표가) 진정으로 북극 항로 개척을 위해 뜻을 가지고 있다면 글로벌허브도시특별법과 산업은행법 개정에 적극 협조해야만 그 진정성이 보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 부산광역시여성단체협의회 회장이자 부산글로벌허브도시 범시민추진협의회 상임대표인 최효자 대표는 <뉴스투데이>에 "이 대표는 부산에 왜 왔느냐"며 이 대표를 직격했다. 그는 "부산시민을 무엇으로 보고 그런 행동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협치가 무엇인지 아시는 분인지 묻고 싶다"고 비판 수위를 높였다. 그러면서 "지난해 산업은행건으로 싸늘했던 반응을 아직도 기억한다"며 "그럼에도 작은 기대를 하고 있었고, 진보도 부산에 뿌리를 내려 지역의 여야 협치를 기대했는데 너무 안타깝다"고 밝혔다.

 

 

부산교육감 예비후보도 목소리를 높였다. 정승윤 부산시교육감 예비후보는 "산업은행 부산 이전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본인 페이스북에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오늘 부산 방문에서 부산시민의 염원인 글로벌허브도시특별법과 KDB산업은행 부산 이전에 대해 침묵으로 일괄하며 부산 '패싱'을 자행했다"고 이 대표를 겨냥했다.

 

그러면서 "산업은행 이전은 글로벌 경제교육환경 조성과 관련된 중요한 교육 비전"이라며 부산교육의 미래를 위한 산업은행 부산 이전을 재차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