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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산 이슈 진단 (125)

대형공격헬기 2차 사업 ‘백지화’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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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경 안보전문기자
입력 : 2025.02.18 14:32 ㅣ 수정 : 2025.02.19 11:23

작전개념 달라졌고 최근 전쟁 양상에 부합하지 않으며 국산공격헬기와 무인기로 대체 가능

방위산업이 새로운 활로를 찾으면서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방위사업청 또한 방위산업이 처한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지속적인 제도 개선과 함께 법규 제·개정을 추진 중이다. 그럼에도 방위사업 전반에 다양한 문제들이 작용해 산업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 뉴스투데이는 이런 문제들을 심층 진단하는 [방산 이슈 진단] 시리즈를 연재한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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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30일 경기도 포천시 로드리게즈 사격장에서 진행된 한미연합 아파치 헬기 실사격 훈련에서 아파치 가디언( AH-64E)이 로켓을 발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투데이=김한경 안보전문기자] 국방부와 방위사업청(이하 방사청)이 육군 대형공격헬기 2차 사업의 구매 비용이 계획보다 상당히 커지면서 사업을 재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백지화로 가닥을 잡은 것이란 얘기도 나왔는데, 일단 지난해 12월 16일에 열린 제165회 방위사업추진위원회(이하 방추위)에 백지화 안건을 올리려는 분위기도 있었으나 잠시 주춤하면서 재검토에 들어간 모양새다. 

 

도입가격 급등과 공격헬기 무용론 제기돼 사업 재검토 들어간 상태

 

방사청은 지난 2022년 11월 제147회 방추위에서 대형공격헬기 2차 사업추진기본전략 수정(안) 및 구매계획(안)’을 심의·의결했다. 사업 기간은 2023년부터 2028년까지이고, 대형공격헬기 36대를 국외구매로 확보하며, 총사업비는 3조 3000억원이 투입되는 내용이다. 현재 육군은 2012∼2021년 추진한 대형공격헬기 1차 사업에서 약 1조 9000억원의 예산을 들여 ‘아파치 가디언(AH-64E)’ 36대를 도입해 전력화한 상태다.

 

2차 사업은 1차 사업처럼 미국 보잉의 ‘아파치’로 추진해왔는데, 재검토에 들어간 직접적 이유는 도입가격이 급등했다는 점이다. 미국 국무부는 지난해 11월쯤 대외군사판매(FMS) 방식으로 한국에 35억 달러(4조 9000여억원) 규모의 아파치 공격헬기 및 관련 물품에 대한 판매를 승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책정된 예산을 1조 6000억원 이상 초과한 금액이며, 1차 사업과 비교하면 3조가 넘는 예산이 추가로 들어가야 하는 상황이다. 

 

게다가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과정에서 러시아군 공격헬기가 1000만원 수준의 휴대용 지대공 미사일에 격추되는 사례가 빈번한 데다, 우크라이나군의 자폭드론 공격을 받고 추락하는 영상까지 공개되면서 고가의 대형공격헬기가 현대전에서 가성비가 상당히 떨어진다는 ‘공격헬기 무용론’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에 부담을 느낀 군 당국이 급기야 사업의 재검토를 결정하게 됐다는 얘기다.

 

작전개념 달라져 전력 소요 근거 없음에도 명분 내세워 사업 추진

 

이런 분위기를 접한 아파치 제조사 ‘보잉’은 지난 12일 고위 임원이 방한해 국내 언론사 대상으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그는 “아파치는 기갑 전투에 특화돼 설계됐고, 비정규전에서 여전히 그 가치를 입증하고 있다”면서 “어떤 드론도 아파치를 대체할 수 없을 것”이라고 ‘공격헬기 무용론’을 반박했다. 또 판매 가격이 높은 이유에 대해선 “FMS 방식은 항공기뿐만 아니라 교육훈련, 무장 시스템 등이 패키지로 포함돼 금액이 책정된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대형공격헬기 2차 사업이 백지화돼야 하는 근원적인 이유는 따로 있다. 이 사업은 송영무 전 국방부 장관이 재직 당시 주도한 신작전수행개념을 근거로 도출된 전력 소요였다. 하지만 이후 작전개념이 달라져 사업 추진이 의미가 없었음에도 “육군 기동사단의 공세적 종심기동 작전 수행 간 공격속도를 보장하고 실시간 항공화력 지원”이 필요하다는 명분을 내세워 육군이 지금까지 사업을 유지해 문제가 지속 제기돼왔다.

 

이런 연유로 2021년 후반기 국회 국방위원회(이하 국방위)가 2022년 국방예산을 검토하면서 최초 사업예산 154억원을 삭감하기도 했다. 당시 국방위는 “이미 육군항공작전사령부에 아파치 36대가 운용 중이고 주한미군도 아파치 48대를 보유하고 있어 추기로 도입할 이유가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또 헬기 전력 증강보다 비대칭 전력 증강이 우선이고, 해병대 상륙공격헬기 도입도 예정돼 있다는 점까지 삭감 이유로 적시했다. 

 

값비싼 외국산 구매보다 국내 개발에서 답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 나와

 

이러는 사이에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소형무장헬기(LAH)의 개발을 완료하고 지난해 12월 26일 양산 1호기가 육군에 인도됐다. LAH는 아파치보다 규모는 작지만, 무장력이 뛰어나 ‘한국형 아파치’로 불린다. 또 해병대 상륙공격헬기도 2026년까지 체계개발을 진행하며 시험평가 중이다. 즉 아파치 수준은 아니더라도 국내에서 개발한 공격헬기가 나오는 상황이므로 값비싼 외국산 공격헬기를 구매하기보다 국내 개발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와 관련, 헬기 조종사 출신으로 육군항공작전사령부 작전참모와 방사청 헬기사업부장을 역임한 이보형 초대 드론작전사령관은 “무인기와 공격헬기의 성능과 역할이 서로 다른 데다, 우리나라는 평원보다 산악과 도심이 많아 무인기와 복합 운용시 더욱 효과적이다”면서 “대형공격헬기 도입을 18대 규모로 줄이고 무인기와 적절히 혼합하거나, 유무인 복합전투체계(MUM-T) 운용이 가능한 상륙공격헬기를 개량 도입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최근 방사청은 대형공격헬기 2차 사업과 관련해 “전장 환경변화와 재원 상황, 관련 기관의 검토 결과 등을 고려해 후속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아직 사업의 백지화는 결정되지 않았으나 앞서 언급한 사실을 토대로 백지화는 당연한 귀결이며, 향후 군사 전문가들의 의견을 충분히 경청해 국가이익과 미래 전쟁 양상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적절한 대안을 찾아 나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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