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인도 점령한 공사장 펜스...서초구청 '나 몰라라'

김성현 기자 입력 : 2025.02.04 07:00 ㅣ 수정 : 2025.02.04 07:00

도로구조규칙 '보도 유효폭 최소 2m 이상 확보해야'
공사 현장 앞 인도 폭 고작 1m...휠체어 통과 못해
도로점용허가 지난달 31일 만료...조치 없이 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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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대역 14번 출구 앞에서 진행 중인 공사 현장. 성인 남성 한 명이 지나가기에도 비좁은 모습이다. [사진=김성현 기자]

 

[뉴스투데이=김성현 기자] "성인 두 명이 지나가기도 버거운데, 추운 겨울 두꺼운 외투때문에 한 명은 양보할 수밖에 없다."

 

교대역 앞 공사현장을 지나던 행인은 통행에 불편을 토로하며 이같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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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인도의 폭은 약 1m 수준으로 도로구조규칙에서 정한 기준 2m를 크게 하회한다. [사진=김성현 기자]

 

공사가 진행 중인 교대역 14번 출구 앞은 인도의 절반을 환풍구에 내주고 있다. 환풍구가 차지하는 부분은 약 2.4m로 전체 인도 폭인 약 4.5m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공사 이전에도 보행자들은 폭 2m의 좁은 길을 다녀야했다. 공사 이후에는 1m로 더 줄었다. 상황이 이런데도 감독관청인 서초구청은 시공사에 도로 점유에 대한 허가를 내줬다. 심지어 지난해 12월 허가가 만료된 뒤 별다른 조치 없이 올해 1월까지 허가를 연장했다.

 

국토교통부령 도로의 구조·시설 기준에 관한 규칙 제16조에 따르면 "보도의 유효폭은 보행자의 통행량과 주변 토지 이용 상황을 고려하여 결정하되, 최소 2m 이상으로 하여야 한다"며 "다만, 지방지역의 도로와 도시지역의 국지도로는 지형상 불가능하거나 기존 도로의 증설·개설 시 불가피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1.5m 이상으로 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2018년 '보도 설치 및 관리 지침'을 개정하며 "휠체어 교행을 위해 1.5m 이상 보도폭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문제가 된 해당 도로는 폭 1m로 휠체어가 지나갈 수 없다. 

 

문제는 이마저도 '불법'이라는 점이다. 공사현장 앞에 부착된 도로점용 허가증에는 점용기간이 지난달 31일까지로 적혀 있다. 내용대로라면 현장은 불법으로 도로를 점유해 공사를 진행 중인 것이다.

 

<뉴스투데이>는 사실 확인을 위해 서초구청에 문의했으나 제대로 된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서초구청은 "내용에 대한 확인이 필요하다"며 "만약 기한 연장 없이 공사가 진행 중이라면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답했다. 공사의 시공을 맡은 (주)림스종합건설 역시 별다른 답을 주지 않았다. 림스종합건설은 "공사는 현장의 소장이 진행하는 일이지 본사에서는 해당 내용에 대해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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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점용 기간은 지난달 31일 부로 만료됐다. [사진=김성현 기자]

 

보행자에 대한 안전확보도 미흡하다.

 

도로법 시행령 제58조에 따르면 4항에는 "다음 각 목의 안전시설(보행시설물, 도로안전시설,경보장치 등) 중 도로관리청이 보행자의 안전확보를 위하여 도로점용지의 진입로 및 출입로 등에 설치하도록 한 안전시설을 설치할 것"이라고 명시돼 있다. 현장에서는 어떤 안전시설도 찾을 수 없다. 5항에는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시설은 도로관리청이 보행자의 안전확보를 위해 도로점용지의 진입로 및 출입로 등에 배치하도록 한 안전요원을 배치할 것"이라고 명시돼 있으나 안전요원 역시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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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에 위치한 환풍구. 폭은 약 2.4m며 그 위에는 구조물이 설치돼 있다. [사진=김성현 기자]

 

보행자 통로에 설치한 임시 구조물 역시 불안하기 짝이 없다. 

 

공사 현장에서는 통상적으로 보행자의 안전과 먼지, 소음 등의 차단을 목적으로 간이 구조물을 설치한다. 이 현장은 환풍구 위에 해당 시설을 설치했다. 지난 2014년 성남 판교에서 발생한 낙하 사고에서도 알 수 있듯이 환풍구는 튼튼한 건축물이 아니다. 시공사가 설치한 안전장치는 만일의 사태가 발생해도 위험으로부터 시민들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 건축물의 설비기준 등에 관한 규칙 제11조 2항에 따르면 환풍구는 사람이 올라갈 수 없는 구조로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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