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품국산화개발 성과 내려면 적용 꺼리는 체계업체에 인센티브 필요
방위산업이 새로운 활로를 찾으면서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방위사업청 또한 방위산업이 처한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지속적인 제도 개선과 함께 법규 제·개정을 추진 중이다. 그럼에도 방위사업 전반에 다양한 문제들이 작용해 산업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 뉴스투데이는 이런 문제들을 심층 진단하는 [방산 이슈 진단] 시리즈를 연재한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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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김한경 안보전문기자] 방위사업청(이하 방사청)은 지난달 13일 보도자료를 통해 “무기체계 핵심 구성품이나 부품을 선제적으로 개발해 무기체계 체계개발 단계부터 적용하도록 제도를 개선할 계획이며, 이를 위해 ‘무기체계 부품국산화개발 관리규정’을 개정했다”고 밝혔다. 이번 규정 개정으로 첨단 핵심부품을 앞서 개발할 기회가 늘어나 신속한 무기체계 개발과 양산이 가능해질 것으로 방사청은 기대하고 있다.
■ 중소기업, 양산 단계에서 국산부품 바로 적용하지 못하는 문제 해결 요청
그동안 방사청장이 개발 및 시험평가 비용을 주관업체에 지원하는 부품국산화개발 지원사업은 양산 중이거나 운용 중인 무기체계의 해외도입 부품을 국내업체가 개발한 후 ‘체계 적합성 시험평가’를 거쳐 무기체계에 적용 가능성을 확인하는 방식으로 추진해왔다. 방사청은 “이러한 방식은 개발제품의 무기체계 활용성이 담보되는 장점이 있지만, 무기체계 개발단계부터 국산화한 부품을 적용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아직 개발하지 않은 무기체계의 핵심부품도 개발과제로 기획할 수 있도록 범위를 개선하고, 개발된 부품은 ‘체계 적합성 시험평가’ 없이 성능, 신뢰성 요소 등에 대한 ‘개발시험평가’ 만으로 최종평가를 수행할 수 있게 절차를 개선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최종평가가 성공으로 판정되면 ‘잠정 군사용 적합판정’과 함께 ‘부품성능확인서’를 발급해 해당 무기체계 개발 시 의무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제도적 여건도 마련했다고 밝혔다.
부품국산화개발을 통해 국산화된 부품을 적용할 수 있는 경우의 수는 3가지가 존재한다. 이번 규정 개정처럼 체계개발 단계에 적용할 수 있고, 현행 부품국산화개발 지원사업과 같이 양산 단계와 운용 단계에서 적용할 수 있다. 이 가운데 그동안 기술력 있는 방산 중소기업들이 줄곧 제기해온 문제는 체계업체가 특히 양산 단계에서 국산화된 부품을 곧바로 적용하지 못하는 현실적 이유를 해결해 달라는 것이었다.
■ 체계업체가 적용 꺼리는 현실적 이유 있으나 상쇄할 인센티브 미미한 수준
체계업체가 국산화된 부품의 적용을 꺼리는 데에는 3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외국부품보다 국산화된 부품의 단가가 낮아 체계업체의 매출액이 낮아지면서 방산원가 보상 시 결과적으로 이윤이 줄어든다. 둘째, 체계 적합성 시험평가 등 무기체계에 적용 가능성을 확인하는 과정에 비용과 시간이 추가로 소요되며 나중에 성능 문제가 제기될 우려가 있다. 셋째, 기존에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던 글로벌 부품공급망에 영향을 받게 된다.
이 가운데 문제가 되는 것은 첫째와 둘째 이유이다. 먼저 체계업체의 이윤 감소 면에서 볼 때 현재 부품국산화개발에 성공한 중소기업의 혜택은 있지만, 이 부품을 무기체계에 적용하는 체계업체의 혜택은 별로 없다. 체계업체에 상생협력확인서를 발급해 연구개발사업 주관기관 선정 시 가점을 부여하는 인센티브 제도가 있기는 하나 실제 효과는 미미하다. 따라서 체계업체의 이윤 감소를 상쇄할 실효적인 제도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성능에 대한 우려이다. 부품개발 후 체계 적합성 시험평가를 거쳐 무기체계에 적용 가능성을 확인하고 국내외 인증도 받지만, 실제로 부품을 교체한 이후 전체 무기체계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지 알 수 없다는 현실적인 우려가 존재한다. 이에 대한 대비책 없이 국산화된 부품을 적용하라고 요구하면 체계업체가 모든 부담을 떠안아야 하므로 이를 해소할 수 있는 제도적 보완책이 필요하다.
■ 체계업체가 양산 단계에서 적용하도록 유도하는 제도적 보완책 마련해야
한편, 이번 규정 개정에 대해서도 시기, 규격, 성능 면에서 몇 가지 문제가 제기된다. 먼저 시기상 소요 결정이 되더라도 곧바로 부품 국산화에 들어가기는 어렵고, 무기체계 획득방식이 국내연구개발로 결정된 다음에야 착수할 수 있는데 이때 개발을 시작하면 체계개발 계약 이전에 부품 국산화를 완료할 수 없다. 즉 체계업체가 사전에 협력업체와 논의해 체계에 필요한 부품의 국산화를 추진하는 상황이 아니라면 실제 적용이 어려운 것이다.
체계개발 간 적용할 부품에 요구되는 규격 또한 체계설계 과정에서 확정되기 때문에 미리 결정하기는 곤란하다. 따라서 체계개발 규격을 모르는 상태에서 특정 해외 부품을 모델로 자체 기준을 만들어 개발해야 하는데, 만일 국산화한 부품과 체계개발에서 요구하는 규격이 다를 경우 사용이 제한돼 국산화 의무사용의 예외사유에 해당한다.
성능 면에서도 체계 적합성 시험평가 없이 최종평가를 수행해 의무사용을 강제할 경우, 결함 발생 시 책임소재가 모호해진다. 만약 결함 보완이 불가해 뒤늦게 추가개발을 추진하거나 해외 부품을 발주해야 하는 상황이라도 발생하면 납기 문제로 전체 사업이 지연될 수 있어 체계업체 입장에서는 성능이 완전하지 않은 부품을 설계부터 적용하는 것에 상당한 리스크를 감수해야 한다.
결국, 이번 규정 개정은 체계업체가 개발착수 이전에 협력업체와 논의해 맞춤형 부품국산화개발을 추진하는 특정한 상황에서만 성과를 거둘 수 있어 일반적으로 적용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반면 앞서 지적했듯이 국산화한 부품을 체계업체가 찾아 양산 단계에서 적용하도록 유도하는 제도적 보완책이 마련된다면 부품국산화개발 지원사업은 상당한 성과를 거둘 수 있다. 방사청의 지속적인 관심과 발 빠른 대응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