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보업계, 자동차보험료 인하로 '상생금융' 동참…"울며 겨자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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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김태규 기자] 손해보험업계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자동차보험료를 인하한다. 지난해 손해율이 하락하면서 3년 만에 적자로 돌아섰지만, 상생금융 동참 차원에서 결정된 보험료 인하이지만, 그간 손보업계가 보험료 인상을 주장해 온 만큼 자동차보험 적자는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26일 손보업계에 따르면 메리츠화재는 지난 22일 올해 개인용 자동차보험료를 1% 인하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올해 보험료 최종 인하 시기는 내부 절차를 거쳐 확정할 계획이며, 3월 중순 책임개시되는 계약부터 적용될 전망이다.
메리츠화재는 지난해 개인용 자동차보험에서 효율적인 비용관리를 통해 사업비를 절감하고 이를 고객에게 환원하기 위해 보험료 인하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메리츠화재의 자동차보험료 인하는 2022년부터 올해까지 4년 연속 이뤄지게 됐다. 자동차보험 손해율 악화에도 불구하고 고물가로 인한 서민의 경제적 고통을 분담하기 위해 선제적 인하에 나섰다는 것이다.
메리츠화재 관계자는 "이번 자동차보험료 조정은 원가 최선추정 원칙에 맞춰 시행하는 것"이라며 "상품 가격 경쟁력 제고는 물론 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는 서민의 경제적 부담을 조금이나마 덜어주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메리츠화재가 자동차보험료를 인하하면서 손보업계 전반에서 보험료 인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손보업계는 2022년 4월 1.2~1.4%, 2023년 2월 2.0~2.5%, 지난해 2월 2.1~3%를 인하한 바 있다.
하지만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기간 반짝 흑자를 기록했던 자동차보험은 지난해 이동량 증가, 보험료 인하 누적 등에 따른 손해율 악화에 따라 다시 적자를 나타냈다.
자동차보험 시장점유율 상위 4개사(삼성화재·DB손해보험·현대해상·KB손해보험)의 2023년 자동차보험 누계 손해율은 79.8%로 집계됐으나, 지난해에는 83.3%로 3.5%포인트(p) 급등했다. 각 사별로는 △현대해상 84.7% △KB손해보험 83.7% △삼성화재 83.2% △DB손해보험 81.7% 순으로 집계됐다.
특히 지난해 12월에는 폭설의 영향에 대형 4개사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93.0%로 치솟기도 했다. 이는 전년 동월 85.6%에 비해 7.4%p 상승한 수치다.
통상 자동차보험 적정 손해율은 80~82% 수준으로 여겨진다. 이를 넘어서면 보험사가 자동차보험에서 적자를 기록한다는 의미다.
이에 손보사들은 자동차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보여 왔으나 금융당국의 '상생금융' 동참 요청에 보험료 인하로 방향을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가입자 수가 2500만명에 달하는 자동차보험의 경우 의무보험이기 때문에 서민경제와 물가에 끼치는 영향이 커 금융당국과의 협의를 거친다. 원칙적으로는 손보사가 자율적으로 결정하지만, 당국의 입김이 작용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보험료 인하에 더해 올해 자동차 정비수가가 인상된 점도 손해율 악화 전망을 지지하는 요인이다. 올해 자동차 정비수가는 2.7% 인상됐다.
손보업계에서는 자동차보험료 인하 누적에 따른 적자 전망에 손해율 방어 전략 마련을 고심 중이다.
손보업계의 한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와의 통화에서 "그간 누적된 자동차보험료 인하 영향에 지난해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올랐다"면서 "폭설 영향에 12월 손해율이 급등하면서 4분기 및 연간 자동차보험 실적은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당국의 상생금융 동참 요청과 서민 고통분담 차원에서 자동차보험료를 인하했다"면서도 "올해 손해율 방어를 위한 전략 마련을 위해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올해 손해율이 더욱 악화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당국의 압박이 자동차보험 적자를 고려하지 않은 결정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손보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자동차보험료 결정에는 당국의 입김이 미칠 수밖에 없어 울며 겨자먹기로 보험료를 인하할 수밖에 없다"면서 "공임비 인상과 보험료 인하에 따라 올해 손해율은 더욱 악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손보업계의 또다른 관계자는 "메리츠화재의 경우 자동차보험 시장점유율이 작아 1%를 인하했지만, 점유율이 큰 대형사의 인하율은 이보다 낮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