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승원 기자 입력 : 2025.01.16 00:22 ㅣ 수정 : 2025.01.16 09:44
12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시장 예상보다 완만한 상승세 나타내자 뉴욕증시 곧바로 상승세로 화답, 뱅크오브아메리카 등 12월 CPI 하나만으로 연방준비제도(연준) 금리인하 점치기 힘들다 전망
[뉴스투데이=정승원 기자] 지난해 12월 미국의 근원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시장 예상보다 완만한 상승세를 보이며 전년 동월 대비 상승률이 2023년 7월 이후 처음으로 하락하자 뉴욕증시는 상승세로 화답했다. 그러나 이러한 물가 안정 신호에도 불구하고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금리인하로 방향을 전환할 가능성은 여전히 낮다는 전망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지배적이다.
15일(현지시간) 미 노동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CPI 상승률은 전년 동기 대비 2.9%, 전월 대비 0.4%를 기록했다.
이는 시장 예상치(2.9%, 0.3%)와 거의 일치하는 수치다. 전월 대비 상승률이 높아진 주요 원인은 에너지 가격의 2.6% 상승, 특히 휘발유 가격이 한 달 동안 4.4%나 상승한 데 있다. 에너지 부문은 전체 CPI 상승률의 40%를 차지하며 물가 상승을 주도했다.
기조적인 물가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 CPI는 전년 동기 대비 3.2% 상승했고, 전월 대비 상승률은 0.2%로 나타났다. 시장 예상치였던 3.3%와 0.2%에 근접한 결과로, 근원 CPI 상승률의 하락은 인플레이션 압력이 다소 완화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와 관련하여 JP모건의 수석 경제학자 다이앤 스완크는 "근원 CPI의 상승세 둔화는 고무적이지만, 연준이 금리 정책을 조정하기 위해서는 보다 일관된 안정 신호가 필요하다"며 신중론을 제기했다. 그는 이어 "연준은 단기적 지표보다는 장기적 트렌드에 기반해 결정을 내리는 경향이 있으며, 노동 시장의 강세는 여전히 금리인하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발표된 미국 고용 지표 역시 예상보다 강한 모습을 보였다. 이는 노동 시장의 과열로 인해 임금 상승 압박이 여전히 남아 있음을 의미한다. 골드만삭스의 경제분석가 얀 하치우스는 "연준이 금리인하를 논의하기 위해서는 임금과 물가가 모두 안정세를 보여야 한다"며 "고용 시장의 열기가 진정되지 않는 한 정책 전환은 어렵다"고 분석했다.
BofA(뱅크오브아메리카)의 수석 경제학자 아디티아 바브는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지표가 연간 3%를 넘는 한 연준은 금리인하 대신 금리인상 가능성까지 고려할 수 있다"며 "인플레이션 재발에 대한 경계를 유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준의 과거 금리 정책 전환 사례를 살펴보면, 금리인하에서 금리인상으로 전환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1994년 이후 연준이 1년 이내에 금리인하에서 금리인상으로 전환한 사례는 단 한 번뿐이다. 당시 연준은 장기 자본시장 위기를 진정시킨 후 7개월 만에 금리를 인상했는데, 이는 연준의 신중한 접근 방식을 보여주는 사례다.
하버드대 케네스 로고프 경제학교수는 "연준은 인플레이션 충격에서 얻은 교훈을 바탕으로, 물가 안정이 확실해질 때까지 기다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12월 CPI 발표 이후 월가는 안도하며 국채금리가 하락했고, 주식 선물이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럼에도 금리인하 기대감은 낮은 편이다. 씨티그룹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연준이 올해 금리인하를 시작할 가능성을 기존 1월에서 5월로 연기했으며, 금리선물 시장도 금리 동결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의 채권 전략가 리사 아브라모위츠는 "채권 시장은 금리인하 기대감 하락을 반영해 매도세가 심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는 14개월 만에 최고치인 연 4.799%를 기록하며 상승세를 보였다.
12월 CPI 결과는 물가 안정의 신호를 보였으나, 연준의 금리인하 가능성을 지지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이는 단기적인 물가 지표 이상의 지속적인 안정 추세와 강한 고용 시장 및 인플레이션 재발 우려 때문이다.
모건스탠리의 글로벌 수석 경제학자 엘렌 젠트너는 "연준이 정책 방향을 전환하기 위해서는 보다 확실한 경제 변화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