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G손보 청산 가능성에 소비자 피해 우려…당국 책임론까지
메리츠화재, MG손보 노조 반발에 실사도 못나서
업계선 매각 무산 시 청산 가능성 클 것으로 전망
계약이전 시 조건 변경 등 가입자 피해 가능성도
3년 가까이 해결 안 돼 당국 관리 책임 거론될 듯

[뉴스투데이=김태규 기자] MG손해보험을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한 금융위원회의 판단에 문제가 없다는 사법부의 최종 결론이 나오면서 MG손보 매각 절차의 '사법리스크'가 해소됐지만, 노동조합의 반발로 실사에 착수하지 못하고 있어 청산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에 따른 소비자 피해 우려가 나오는 만큼 당국의 책임이 거론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대법원 특별 1부는 이달 9일 금융위원외의 MG손보 부실금융기관 지정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금융위는 2022년 4월 MG손보의 자산과 부채를 평가한 결과 부채가 자산을 1139억원 초과해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금산법)'상 부실금융기관 결정 요건에 해당한다며 MG손보를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했다.
금융당국은 MG손보에 대해 2021년 7월 경영개선요구, 2022년 1월 경영개선명령을 통해 자체 경영정상화를 유도해 왔으나, MG손보가 제출한 경영개선계획이 불승인되고 자본확충도 지연되는 등 경영정상화를 기대하기 곤란한 점을 고려했다고 부실금융기관 지정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MG손보의 대주주 JC파트너스는 금융위의 결정에 반발하며 부실금융기관 지정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1·2심 재판부는 금융위의 결정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고, 대법원도 부실금융기관 지정이 정당하다고 판단해 심리불속행 기각을 결정했다. 심리불속행 기각은 판결에 법 위반 사유가 없다고 판단해 본안 심리 없이 상고를 기각하는 절차다.
이후 예금보험공사는 MG손보에 대한 공개매각을 진행해왔다. 하지만 1~2차 공개매각에서는 모두 한 곳만 응찰해 무산됐다. 국가계약법상 단수 입찰은 유효 경쟁이 성립되지 않을 것으로 간주돼 유찰된 것이다.
3차 매각에서는 사모펀드 두 곳이 예비입찰에 응찰했으나 정작 본입찰에는 한 곳도 참여하지 않으면서 매각이 실패했고, 3차 매각 재공고에서는 메리츠화재와 사모펀드 데일리파트너스가 응찰했으나 응찰자 모두 적절한 인수대상자가 아니라는 매각주관사와 법률자문사의 검토 결과에 따라 불발됐다.
이후 예보는 MG손보 매각을 수의계약으로 전환하고 지난해 12월 9일 메리츠화재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그러나 메리츠화재는 MG손보 실사에도 착수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MG손보 노조가 메리츠화재의 인수를 강경하게 반대하면서 실사 자료 제공 등 협조를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조는 메리츠화재가 MG손보를 인수합병(M&A) 방식이 아닌 자산부채이전(P&A) 방식으로 인수해 고용불안이 우려된다며 메리츠화재의 인수를 무효화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P&A 방식은 인수자가 원하는 자산만 선별해 인수할 수 있어 고용승계 의무가 없다.
보험업계에서는 MG손보 실사 지연이 지속되면 청산 수순에 돌입할 가능성이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MG손보의 실적 부진과 건전성 악화가 심각한 상황인 만큼 인수에 나설 곳이 많지 않고, 적절한 인수자를 선정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 예보는 메리츠화재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면서 차순위 예비협상대상자로 선정하지 않았다. 사모펀드 1곳이 메리츠화재와 함께 응찰했으나 자금조달계획 미비 등의 사유로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한 것이다.
MG손보가 청산 수순에 들어가게 되면 소비자 피해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MG손보가 청산되면 계약을 다른 보험사로 이전하거나 소비자에게 해약환급금을 받게 된다. 기업보험의 경우 예금보험 대상이 아니어서 법인 계약자는 보험금을 날리게 된다.
2003년 리젠트화재가 파산했을 당시에는 삼성화재, 현대해상 등 5개 보험사로 계약이 이전됐다. MG손보가 청산된다면 계약은 삼성화재, DB손해보험, 현대해상, KB손해보험, 메리츠화재 등 상위 5개사에 이전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이 경우 계약조건이 변경될 수 있어 가입자로서는 불리해질 수 있다.
보험업계의 한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와의 통화에서 "보험업법상 보험사가 청산 절차에 들어가게 되면 가입자 보호를 위해 계약을 다른 보험사로 이전하게 돼 있다"면서 "만일 그렇게 된다면 당국이 상위 5개사가 이전받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계약조건이 변경된다면 가입자에게 유리한 방향으로는 바뀌지 않을 것이어서 피해가 발생할 것"이라며 "보험사 입장에서도 부실이 유발된 계약을 받는 것인 만큼 리스크가 있어 가입자와 보험사 모두에게 좋은 방향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계약이전이 되지 않더라도 가입자는 예금자보호법상 5000만원까지 해약환급금을 보장받을 수 있다. 그러나 저축성 보험 등 일부 상품의 경우 원금 손실 가능성도 있다. 이미 보험료 납입을 완료한 계약자의 경우 계약이 해지돼 보험료를 납부해 놓고도 병원비가 필요할 때 받지 못할 수 있다.
보험업계 일각에서는 가입자 피해가 발생하면 당국이 책임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할 거라는 의견도 나온다. 부실금융기관 지정 이후 3년을 채워감에도 제대로 정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보험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부실금융기관 지정 이후 수차례 매각 실패를 거듭하다 지난해 말이 돼서야 우선협상대상자를 정했다"면서 "가입자 피해가 발생하면 올해 국감에서 당국이 빠르게 정리하지 못한 책임을 묻는 목소리도 나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당국도 소비자 피해 발생 방지를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것 같다"면서 "노조의 저지가 강경해 어려움이 있겠지만, 빠르게 정리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피해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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