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폐업하면 골목상권도 손해... 온라인시대의 생존법은 '상생전략'
[뉴스투데이=박진영 기자] 산업통상자원부(장관 안덕근, 이하 산업부)는 올해 초 민생토론회 이후 공휴일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전환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대구와 청주를 시작으로 서울, 부산, 의정부 등 여러 지자체가 평일을 의무휴업일로 지정했다.
지난 14일 서울 중구가 대형마트‧준대규모점포의 의무휴업일을 매월 둘째, 넷째 일요일에서 매월 둘째, 넷째 수요일로 변경하는 내용의 변경고시를 최종 확정했다. 중구는 전통시장이 다수 위치한 곳으로 지역 상인들의 반발에 대형마트와 중소유통 종사자간의 상생이 가능할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지역 시장‧골목 상권 상인들은 자신의 삶의 터전을 잃을 수 있다며 항의하고 있다. 지난 20일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위원장 이철규, 이하 산자중기위) 전체회의에서 오세희 민주당 의원은 "공휴일 의무휴일제의 평일 전환으로 슈퍼 매출이 17% 올랐지만, 골목상권 매출은 6% 상승하는데 그쳤다"며 "전통시장, 골목상권 상인들을 직접 만났는데 왜 공휴일 휴무를 풀려고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라고 말했다.
또한, 송재봉 민주당 의원은 이날 전체회의에서 "자영업자 폐업률이 100만명에 육박한다. 평일을 대형마트 의무휴업일로 지정하는 사례가 늘면서 골목상권, 전통시장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고 주장하며 대형마트와 준대규모 점포의 의무휴업일을 공휴일만 지정하도록 하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발표했다.
■ 통계청, "지방 대형마트 폐업하면 취업자 수 감소시켜"
반면, 정부는 국내 오프라인 유통 시장이 온라인에 밀리면서 난항을 겪고 있고, 대형마트가 폐업을 하면 수많은 근로자들이 일자리를 잃게 된다며 대형마트 살리기에 역점을 두고 있다. 20일 산자중기위 전체회의에서 안덕근 산업부 장관은 "유통산업의 상황이 많이 바뀌어서 지자체들이 대응하고 있다. 대형마트가 폐업하면서 노동자의 피해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대형마트 폐업은 지방의 실업률을 가중시키는 부작용을 초래하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말 통계청은 부산지역 대형마트 폐업이 부산 전체 취업자수를 감소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밝혔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부산 취업자 수는 168만300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1만 4000명 줄었다. 전국 취업자수가 27만7000명이 늘어났는데, 부산은 오히려 줄어든 것이다. 이에 대해 통계청 관계자는 "해운대 홈플러스가 폐점한 여파가 11월 취업자수에 영향을 미쳤다"며 "서면 홈플러스, 서면 NC백화점, 메가마트 남천점 등 대형마트가 줄줄이 폐점을 앞두고 있어서 부산 취업자수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이 지난 14일 발표한 '최근 부산지역 실물경제 동향'에 따르면 지난 9월 부산지역 대형마트 판매액이 전년 대비 7.8%포인트(P) 감소하면서 부산지역 대형소매점 총 판매액지수는 전년 대비 1.2%P 감소했다.
■ 대형마트 폐업하면 인근 시장 자영업자 매출도 감소
전문가들은 대형 유통점이 폐업하면 인근 시장 자영업자도 덩달아 위기에 처한다고 지적한다. SBS는 지난 6월13일 창원의 한 시장 상인이 "평소에도 백화점이 휴점하면 시장에 손님이 안온다. 백화점 쇼핑했다가 시장 한바퀴 돌고 가는데, 백화점이 없어지면 (상인들이) 많이 휘청거린다"고 말한 사실을 보도한 바 있다.
SBS는 4년 전 대형마트가 폐업한 서울의 한 지역은 인근 상권 평균 매출액이 5% 넘게 줄었고, 주말은 8% 가까이 감소했다고 밝혔다.
반면, 대형마트 폐업이 지역골목 상권 매출까지 낮춘다는 것은 일부 사례에 불과한 것인데 전체화 한다는 의견도 있다. 오세희 의원은 최근 유통산업발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하면서 "대규모 점포로 피해를 보는 업종은 일부 중소유통업체만이 아니다. 대규모 점포의 영향권에 있는 모든 골목상권 내 입주 업종이 피해를 본다"며 협의체 운영과 주말 의무 휴일제도 사용 등을 주장한 바 있다.
지방 일부 지역에서 대형 유통점 매출 감소가 영세 자영업자들에게도 부정 영향을 주는 것이 전국적으로 일어나는 보편적인 현상인지에 대한 대규모 조사도 필요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 온라인 시장 성장이 더 큰 변수, 오프라인 유통업 종사자들 '상생전략' 펴야 일자리 지킬 수 있어
대규모 오프라인 유통 업계와 골목시장 모두 서로 죽겠다고 아우성인 현실에서, 그 원인을 짚어보고 일자리 대책을 세울 필요도 있다. 유통 업계에서 일어나는 매출 감소 현상은 대형마트의 과열 경쟁과 온라인 유통 시장의 성장에 따른 것이다. 과열 경쟁은 시장의 논리에 따라 매출이 부진한 곳이 스스로 문을 닫는 식으로 정리되고 있지만, 온라인 시장은 알리익스프레스 등 외국 기업까지 뛰어들면서 몸집을 키우고 있다.
앞으로 온라인 시장의 확대로 인해 대형마트와 시장 상인들의 일자리는 점차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개발연구원(KDI)는 지난달 29일 '온라인 소비 확대가 물가와 고용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서 온라인 소비의 비중이 1%P 올라가면 연간 취업자수가 3만4000명 감소하고, 도소매업 종사자 1만9000명이 증발한다고 밝혔다.
따라서 대형마트와 골목상권 소상공인이 일자리를 지키려면 '상생전략'을 펴야 한다는 지적이다. KDI는 이 보고서에서 온라인 소비에 영향을 받는 일자리 종사자를 위해서는 직무 전환 교육 등을 실시하고, 사회안전망 구축 방안을 강구할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오프라인 업계 종사자들이 전망 좋은 새 일자리를 구할 수 있도록 직업을 발굴하고 매칭하는 사업도 필요한 것이다.
오프라인 업계의 매출을 올리는 다양한 지원책도 강화해야 한다. 대형마트 근로자들의 일자리를 보장하기 위해 지역 소상인들과 협력을 통한 합리적인 서비스업 규제 완화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또한, 지역상인들의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지역 화폐 활성화, 이용자 편익을 증진하는 시설 인프라 확충 등 지역 주도의 정책 지원이 우선 이뤄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