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트레이드와 우크라 전쟁 사이에 방향 잃은 국제금값
[뉴스투데이=정승원 기자] 최근 국제 금값이 극심한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12월물 금 선물 가격은 47대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이 유력했던 지난 6일 이후 급락하며 온스당 2747.7달러에서 2570.1달러로 급격히 하락했다.
약 두 달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던 금값은 최근 우크라이나가 미국의 승인 하에 러시아를 겨냥해 중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하고, 러시아가 여기에 맞서 핵 사용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전쟁이 새로운 불안국면으로 접어드는 게 아니냐는 우려에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금 선물 가격은 19일 온스당 2631달러로 소폭이나마 낙폭을 만회했다.
금 투자자들에게 최선의 시나리오는 미국 대선에서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후보가 당선되는 것이었지만, 결과는 트럼프의 당선으로 끝났다.
트럼프는 선거기간 내내 법인세 인하와 각종 규제 완화 정책을 공언했는데, 이는 미국의 국채 발행 증가와 금리 상승을 예고하는 것이어서 금과 같은 비수익 자산의 매력을 떨어뜨리는 요소로 지적됐다.
특히 트럼프 트레이드로 불리는 달러 강세와 국채 금리 상승은 미국 대선이후 금값 하락을 부추긴 주된 요인이었다.
이를 반영하듯 지난 2~8일 사이 금 상장지수펀드(ETF)에서 약 6억달러 가량이 이탈하며 금 수요가 위축될 것임을 시사했다. 6억달러 가량의 자금 이탈은 지난 5월 이후 최대 규모에 해당한다.
하지만 트럼프 트레이드 못지 않게 중동과 유럽에서의 지정학적 불안 요소 역시 금값 변동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스라엘은 트럼프 당선 이후 레바논 무장정파인 헤즈볼라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는 등 대선 전에 무르익었던 휴전협정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의 중장거리 미사일 사용에 맞서 핵 교리를 변경하면서까지 핵 사용을 불사하겠다는 강도 높은 발언을 내놓을 정도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것도 지정학적 불안 요소를 부추기고 있다.
지정학적 불안 요소가 더 나빠진다면, 트럼프 트레이드에 위축됐던 국제 금값은 다시 상승세로 돌아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불안정이 고조될수록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금에 대한 관심이 커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린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내년 2월 출범하면 본격적으로 트럼프 트레이드 효과가 가시화되면서 국제 금값이 떨어질 것이란 예상이 나오는가 하면, 일정기간 조정을 겪은 후 재차 최고가 경신에 도전할 것이란 상반된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KB증권의 오재영 연구원은 최근 금값 조정을 ‘매수 기회’로 보면서 장기적인 상승 추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금리 인하 기대, 중앙은행 수요, 안전자산 선호 등 다양한 요인이 금값을 지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증권의 이영훈 연구원 또한 트럼프 당선인의 대중국 제재 강화 계획이 경제적 불확실성을 높일 경우 금과 같은 안전자산의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MKS 팸프의 니키 쉴스는 최근 벌어지고 있는 금값의 단기 조정은 그동안 크게 올랐던 데 따른 자연스러운 조정양상으로 해석하고 있다. 그는 “강세 추세가 끝난 것은 아니며, 초강세 장세에서 덜 강한 상승세로의 전환 단계”라고 밝혔다.
트럼프 트레이드와 지정학적 불안 사이에서 당분간 국제 금값은 단기적인 변동성을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 두 개의 상반된 변수 속에서 국제 금값이 어느 쪽으로 방향을 잡을 지는 연말 혹은 트럼프 2기 정부가 출범하는 내년 2월 쯤 윤곽이 잡힐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