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노믹스 개막 따른 업종 전망⑧] 철강업계 '이중고'…美 쿼터 제한에 중국산 저가 물량 쏟아져

금교영 기자 입력 : 2024.11.18 05:00 ㅣ 수정 : 2024.11.20 09:32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와 中 저가 철강 국내 유입 가능성 커져
트럼프, 모든 수입품에 10~20% 보편관세·중국산에 60% 관세 '으름장'
국내 철강업계, 美 쿼터제로 미국 수출 물량 규제 받는 등 어려움 겪어
미국 수출 규제에 값싼 중국산 철강제품 국내에 대거 유입 가능성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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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5일(현지시간) 치러진 미국 대통령 선거가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前) 미 대통령 승리로 막을 내렸다. 박빙으로 진행될 것이라는 예측과 다르게 트럼프 후보가 압승했고 함께 실시한 상·하원 선거도 공화당이 모두 싹쓸이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에 따라 보호무역주의를 정책 기조로 삼은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정책, 이른바 '트럼프노믹스'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미국 대선이 글로벌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큰 데다 특히 미국 등 해외시장 의존도가 큰 국내 산업계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이에 따라 <뉴스투데이>는 트럼프노믹스 개막에 따른 국내 주요 업종 전망을 짚어보는 기획 시리즈를 8회에 걸쳐 연재한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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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로로 옮겨지는 쇳물 [사진=포스코]

 

[뉴스투데이=금교영 기자] 미국 47대 대통령으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당선되면서 국내 철강 업계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보호무역주의 강화에 따른 대미(對美) 수출 물량이 제한될 가능성과 함께 중국 저가 철강의 국내 유입이 더 늘어날수도 있다는 우려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철강 부문은 트럼프 당선인의 대(對)중국 제재 강화에 따른 반사이익은 커녕 오히려 미국으로 가지 못한 중국산 철강재가 국내로 들어오는 것을 걱정하는 신세가 된 것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모든 수입품에 10~20% 보편관세를, 중국산 제품에 최대 6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했다. 관세 부담을 높여 중국 업체의 미국 수출을 견제하겠다는 의도다. 일반적으로 미국의 중국 압박은 국내 업체에 반사이익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철강은 상황이 다르다. 국내 철강업계도 이미 쿼터제(할당량)로 미국 수출 물량 규제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 한국산 철강제품 연간 263만톤 쿼터제 적용…쿼터 축소·관세 인상 가능성에 촉각

 

18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이미 지난 2018년 트럼프 1기 행정부의 무역 규제를 적용받고 있다.

 

트럼프 당시 대통령은 무역확장법 232조를 개정해 미국에 수입되는 철강에 25%, 알루미늄에 10% 관세를 부과하며 자국 산업 보호 장벽을 강화했다.

 

우리나라는 관세 대신 쿼터제를 적용해 연간 263만톤까지 무관세 혜택을 받고 있다. 하지만 이를 넘어서는 물량은 엄격한 관세가 부과된다. 

 

트럼프 1기 시절에 관련 법 적용으로 2015~2017년 연평균 383만톤에 이르던 국내 철강의 미국 수출량이 2021년 약 200만톤으로 거의 반토막났다. 관세 부과는 피했지만 물량 상한선이 생겨 수출은 위축됐고 철강업계는 타격을 입었다.

 

하지만 쿼터제 시행 등에도 국내 철강업에서 미국 시장 영향력은 여전히 크다. 

 

지난해 기준 미국 전체 철강 수입량에서 우리나라가 차지하는 비중은 9%로 △캐나다(24%) △멕시코(15%) △브라질(14%)에 이어 네번째로 높았다. 또한 무역확장법 232조 시행 이후에도 한국은 대미 철강 교역에서 계속 흑자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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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기준 [자료=한국철강협회, 스틸데일리, 한국기업평가 /그래픽=뉴스투데이]

 

다만 트럼프 2기 공식 출범을 앞두고 쿼터 물량 축소나 한국이 관세 대상이 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철강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관세 부과는 철강 제품 수출 가격경쟁력과 채산성 확보에 즉각적인 영향을 준다. 

 

국책 연구기관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인이 보편적 관세를 부과하면 한국의 대미 수출액 가운데 448억달러(약 62조원)가 줄어들 전망이다. 철강은 한국 주요 수출품목 7위권에 올라 있는 만큼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트럼프 당선인의 중국 견제 강화에 따른 반사이익도 기대하기 어려운 구조다. 이미 쿼터제를 적용하고 있어 수출 물량은 고정된 상황이다. 한국산 철강 수출물량을 늘린다면 관세에 대한 부담을 생각해야 하고 이미 부여된 쿼터가 줄어들 수도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반사이익은 커녕 미국의 강력한 규제로 중국산 철강 수입이 제한되면 이 물량이 다른 국가로 헐값에 유입될 수 있다는 점은 부정적 요소"라며 "이미 국내 업계는 저가 중국산 철강 제품 유입으로 어려움을 겪고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미 트럼프 대통령이 이전 임기 때 쿼터제를 시행해 수출이 굉장히 제한적으로 이뤄져 왔다"며 "우리가 미국에 수출하는 부분에 대한 직접 영향보다는 중국의 대미 물량이 우리나라에 쏟아져 오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덧붙였다.

 

법무법인 율촌은 '트럼프 행정부 2기 정책과 국내 통상·산업 영향' 보고서를 통해 “트럼프 당선인이 중국 철강제품 수입 규제를 강화해도 우리나라는 매년 물량 쿼터를 대부분 사용하고 있어 반사이익을 기대하기 어렵고 오히려 미국 수출이 막힌 중국산 철강 제품이 국내에 진입하면서 덤핑행위가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며 "이는 국내 철강 업체에 대한 가격 인하 압박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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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제철 열연 제품 [사진=현대제철]

 

한국기업평가(한기평)는 “중국의 철강 수출 증가는 글로벌 공급과잉 부담을 상승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며 “국내 철강산업 역시 주요 전방산업 수요 둔화와 함께 중국산 저가 철강재 유입 증가로 가격 경쟁 및 수익성 하락 압력이 높아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한기평은 “미국의 자국 제조업 보호와 중국 견제 강화를 위한 무역장벽 확대는 유럽연합(EU) 및 아시아 국가의 보호무역 정책 강화로 이어지고 있다"며 "역내 철강 공급 과잉이 더욱 커지면서 국내 철강업계 수출환경이 더 악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 우려 속 글로벌 철강산업 부흥 기대감도 나와

 

트럼프 행정부 2기 출범으로 국내 철강 업계는 어려움이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가 큰 가운데 일각에서는 장기적으로 글로벌 철강 산업 부흥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왔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이 자국 철강 산업 부흥에 대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어 미국의 철강 시황 개선은 글로벌 시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며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철강 시장이 되살아나고 그에 따른 글로벌 경기 개선이 이어지면 철강업계도 반사 효과를 누리는 등 긍정적 부분도 있지 않을까 기대 해본다”고 말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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