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호 삼성SDI 대표, '반도체 캐즘' 파고 넘어 북미·ESS에서 돌파구
[뉴스투데이=금교영 기자] 삼성SDI(대표 최윤호)가 올해 3분기에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영업이익이 70% 이상 감소한 부진한 성적표를 거머쥐었다.
이는 전기자동차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에 전지 사업부문 수익성이 크게 하락했고 편광필름 사업 매각에 따른 실적 제외 등이 겹친 데 따른 것이다.
삼성SDI는 해법 마련에 나섰다.
이에 따라 삼성SDI는 미국 완성차업체 스텔란티스와 손잡고 세운 합작공장을 오는 12월부터 조기 가동해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 혜택을 받을 계획이다. 또한 사업 포트폴리오 가운데 에너지저장장치(ESS) 비중을 늘려 수익성을 높일 방침이다.
■ 3분기 영업이익 1299억원…전년비 72% 감소
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SDI는 올해 3분기 매출 3조9356억원, 영업이익 1299억원을 기록했다고 지난달 30일 발표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30%, 72% 감소한 것이다. 직전 분기인 올해 2분기와 비교해도 매출은 4%, 영업이익은 46% 줄어드는 등 하락곡선을 그리는 양상이다.
수익성 지표인 영업이익률도 크게 하락했다.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3분기 8.3%에서 올해 3분기 3.3%로 5%포인트나 낮아졌다.
전기차 수요 둔화에 따른 배터리 부문 부진이 뼈아팠다. 올해 3분기 배터리 부문 매출은 3조672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1% 줄었다. 또한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3분기에 비해 85% 감소한 635억원에 머물렀다.
업계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각형 배터리는 미국 등 미주 신규 전기차 출시에 따른 P6 배터리 공급이 늘어 매출이 증가했고 에너지밀도와 안전성을 높인 'SBB 1.5'를 선보여 ESS 배터리 매출과 영업이익이 늘어났다"며 "그러나 유럽 전기차 시장 수요 둔화와 환차손 등 환율 영향이 발목을 잡았다"고 설명했다.
원형 배터리 역시 전기차용 판매 감소에 따른 가동률 하락에 전분기 1회성 이익 반영에 따른 기저 효과까지 겹쳐 실적 하락을 피하지 못했다.
이에 비해 같은 기간 전자재료 부문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0.2%, 24% 증가한 2636억원, 664억원으로 집계됐다. 특히 반도체 소재는 2분기와 비슷한 실적을 유지한 가운데 고부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소재를 중심으로 실적 개선이 이뤄졌다.
스마트폰· 창문·자동차용 액정 필름으로 쓰이는 편광필름 사업 역시 양도 결정에 따라 관련 부문 실적이 빠진 점도 실적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 편광필름 사업을 포함하면 매출 4조2520억원, 영업이익은 1413억원으로 하락폭이 줄어든다.
삼성SDI는 지난달 10일 청주·수원 사업장의 편광필름 관련 제조·판매 시설 등 사업 일체와 중국 우시법인 지분 전량(100%)을 중국 기업인 우시헝신광재료유한공사에 1조1210억원에 매각한다고 공시한 바 있다.
■ 스텔란티스와 합작사 조기 가동 등 AMPC 수혜 본격화
삼성SDI는 연내 미국 내 생산거점인 스텔란티스와 합작법인(JV) '스타플러스에너지(SPE)'를 조기 가동해 미국 AMPC 혜택을 받을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삼성SDI 올해 3분기 영업이익에는 AMPC 금액 103억원이 포함됐다.
손미카엘 삼성SDI 중대형전지 전략마케팅실장(부사장)은 “SPE는 미국 내 첫 배터리 셀 모듈 생산 거점으로 예정보다 이른 올해 12월 첫번째 라인을 가동해 P6 기반 셀과 모듈을 공급할 예정”이며 “나머지 3개 라인은 내년 1분기부터 매 분기 차례대로 가동해 연산 33기가와트시(GWh) 규모 캐파(CAPA·생산능력)를 확보한다”고 발표했다.
그는 이어 “올해 4분기는 생산 초기로 AMPC 수혜 금액이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내년에는 스텔라티스의 다양한 신차 출시 등 적극적인 전기차 전략에 힘입어 공장 가동일 최대한 높일 수 있을 것"이라며 "이에 따른 AMPC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삼성SDI는 또한 미국 완성차 업체 제너럴모터스(GM)와 설립한 합작공장을 2027년에 가동한다.
스타플러스에너지와 인점한 인디애나주(州) 뉴칼라일에 설립될 예정인 합작 공장은 오는 2034년까지 총 8년 간 각형 프리미엄 제품 P6을 생산해 GM에 공급한다. 생산 규모는 연산 27GWh이며 향후 두 회사가 협의해 생산량을 36GWh까지 늘릴 수 있다고 삼성SDI 측은 설명했다.
■ ESS공략 가속…울산에 LFP '마더라인' 구축·해외 거점 진출도 고려
삼성SDI는 3분기에도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해온 ESS 사업을 키우는 데 공을 들이는 모습이다.
손 부사장은 “ESS는 미국 시장 중심으로 인공지능(AI) 성장에 따른 전력 수요 증가, 친환경 발전 확대 등으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며 “미국 전력용 ESS 수요는 올해 41GWh에서 2030년 90GWh까지 크게 늘어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ESS 고객 수요가 과거 수주에서 양산까지 기간이 짧은 단기 프로젝트 중심이었다면 최근에는 단일 프로젝트 규모가 커지면서 장기 공급 프로젝트가 늘어나고 있는 점도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손 부사장은 “삼성SDI는 에너지밀도와 안전성을 높인 전력용 솔루션 'SBB 1.5' 출시 등으로 제품 경쟁력을 높이며 매출 및 수익성이 빠르게 개선하고 있다”며 “매출이 3분기에 20% 이상 늘어난 데 이어 4분기에는 더 큰 폭으로 증가하고 수익성도 선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그는 “미국 3대 메이저 전력회사들과 장기적 파트너십을 체결해 내년 공급 물량까지 수주를 안정적으로 확보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삼성SDI는 그동안 ESS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LFP(리튬인산철) 배터리를 도입하기로 했으며 지난달 울산 사업장에 마더라인 구축을 시작했다. 이를 통해 2026년 내 양산해 글로벌 사업에 이를 공급할 방침이다.
손 부사장은 “LFP 배터리는 각형 폼팩터 장점을 활용해 업계 최대 셀 사이즈를 구현해 원가 경쟁력을 높인다"며 "차별화된 공법과 셀 설계를 적용해 최고 수준의 에너지 밀도와 장수명 특성을 확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특히 ESS는 미국 내 신규 생산시설 확보 가능성도 열어놨다.
그는 “중장기적으로 LFP 생산능력을 확대할 계획이며 LFP 제품을 기반으로 해외 거점 진출도 고려하고 있다”며 “해외 거점은 현지 생산에 지원을 아끼지 않는 미국을 우선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삼성SDI는 3분기 실적과 관련해 대내외적으로 어려운 경영 환경 속에서도 중장기 성장 기반을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최윤호 삼성SDI 대표는 “업계를 선도하는 차별화된 기술 경쟁력과 최고 품질을 바탕으로 시장 수요 회복세에 발맞춰 새로운 기회를 선점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