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경기도지사, "대한민국은 사람중심경제로 가야 한다"
[뉴스투데이=임은빈 기자]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28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비엔나센터에서 열린 '제28차 세계한인경제인대회' 기조강연에서 '대한민국 판갈이 전략'으로 '사람중심경제(휴머노믹스)'를 역설했다.
'휴머노믹스(Human+Economics)'는 김동연 지사가 제시한 후반기 도정 핵심 전략이자 정책비전이다.
김 지사는 지난 5월 미국 서부 방문시 샌디에이고 야구장에서 시구할 때의 모습을 PPT화면으로 보여주면서 질문으로 강연을 시작했다.
김 지사는 "야구하고 다른 구기하고의 차이점이 무엇일까? 답은 다른 구기종목은 골이 점수를 내지만 야구는 공이 아니라 사람이 점수를 낸다였다. 축구는 골대에 볼이 들어가야 점수가 나지만, 야구는 사람이 홈플레이트를 밟아야 점수가 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은 '사람'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김 지사는 이렇게 야구를 도입으로 '사람'에 대한 얘기를 시작했다.
김 지사는 두 번째 PPT화면에 '한국인이 오고 있다(The Koreans are coming)'는 뉴스위크 표지를 띄웠다. 세계가 인정한 '한국인의 경제 DNA'로 운을 뗀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경제 DNA 상실의 시대'로 규정했다. 불균형에 소득양극화가 점점 심해지고 있다는 진단 때문이다. 김 지사는 그 결과 지금 우리는 불안-불신-불만의 3불(不)시대에 살고 있다고 규정했다.
김 지사는 "(상실의 시대에 있는) 한국인의 경제 DNA를 다시 살릴 수 있는 길이 '사람중심경제'"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대한민국은 사람중심경제로 가야 한다. 물론 우선 성장을 해야 했던 개발연대의 절대 빈곤기에는 통하지 않던 얘기다. 하지만 어느 정도 삶의 양적 조건이 충족된 지금은 빨리 (과거의) 성공경험을 버려야 한다. 개발연대 경제운영의 틀을 바꾸지 않으면 새로운 장으로 도약하기 힘들다"고 했다.
김 지사는 경기도에서 추진하고 있는 정책의 바탕에 깔린 사람중심경제의 키워드를 세 가지로 요약했다.
첫째는 '기회'다. 김 지사는 "기회라는 개념의 핵심은 중산층을 키우는 것이다. 기회를 만들어 경제의 파이를 키우고 발전과 성장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이를 위해 '뉴ABC(우주항공-바이오-기후테크)'와 '구ABC(인공지능-배터리-반도체)'의 조화를 강조했다.
두 번째 키워드로 '균형'을 들었다. 김 지사는 작금의 경제격차, 교육격차, 기후격차, 국토격차를 열거하면서 "이 문제 해결 없이는 질 높은 성장을 못 한다"고 단언했다.
세 번째는 '신뢰'다. 공동체의 신뢰를 말한다. 김 지사는 "(나도) 정치인으로서 누워서 침 뱉기지만 대한민국 정치판을 보시라. 둘로 쪼개져서 갈등하고 내 편 아니면 적 아닌가. 이것이 사회구조에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며 "통합과 지속가능을 위해선 신뢰구축, 신뢰라는 사회적 자본의 확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치개혁'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지금의 정치판, 정치인 가지고는 통합과 공동체로 가는 데 결정적인 장애물이 된다"며 "정치개혁을 위해선 권력구조 개편(개헌), 선거제도 개선,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 권력기관 개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 지사는 "경기도는 여러 가지 면에서 대전환의 길을 가고 있다"면서 다음과 같이 사람중심경제를 위해 그간 도가 해온 일들을 소개했다.
김 지사는 △중앙정부가 예산을 2.8% 늘렸을 때 경기도는 6.8% 늘려서 확대재정을 추진한 것 △우리나라 전체의 태양광 발전이 8% 줄었을 때 경기도는 기후위기 대응 차원에서 18% 늘린 것 △R&D예산을 중앙정부가 15% 깎았을 때 경기도는 46% 늘린 것 △임기 중 경기도에 100조+투자유치를 약속하고, 지난 2년간 72조 투자를 유치한 것 △경기도에 최초로 도입되는 주4.5일제, 0.5&0.75 잡프로젝트, 365돌봄 프로젝트 △가치를 창출했음에도 시장의 보상을 받지 못하는 예술인-체육인-장애인 등을 대상으로 한 경기도의 '기회소득' 등을 예시로 들었다.
경기도가 걸어온 길을 여섯 가지로 압축해서 소개한 김동연 지사는 "저희는 여러 가지 '유쾌한 반란'을 일으켰다"고 했다.
김 지사가 강연을 한 세계한인경제인대회는 '비즈니스 엑스포'이다. 한민족 경제공동체를 추진하는 세계한인무역협회(월드옥타 World-OKTA)의 최대 행사다. 이번 비엔나 대회에는 월드옥타의 해외 71개국 대표자들과 150개 지회 회원(3000여 명)이 대거 모였다. 그런 자리에서 김 지사가 두 명의 기조강연자 중 첫 번째로 개막식 기조강연을 했다.
다른 한 명의 기조강연자는 배우 박진희 씨였다. 글로벌 환경보호 활동가로 활약 중인 박진희 씨는 ‘기후변화와 환경보호’를 주제로 강연했다.
이번 28차 세계한인경제인대회는 10월 28일~11월 1일(현지시간)까지 비엔나에서 열린다. 광역단체장도 4명(김동연 경기도지사, 김영록 전남지사, 이철우 경북지사, 김영환 충북지사)이 참석했다. 개회식 기조연설을 마친 김 지사는 29일 전시회 경기도관을 찾는다.
이번 세계한인경제인대회는 개회식(28일), 전시회 및 수출상담회(29~30일) 순서로 진행된다. 전시회에는 376개 부스에 약 300개 기업이 참여한다. 경기도에서는 이중 51개 부스에 80개 기업이 제품을 선보인다. 전시회에 참여하는 한국 지자체 가운데 최대 규모다. 경기도 참여기업은 아로마라인(식품 또는 향수, 화장품 등에 첨가하는 향료 제품 제조), 리나스대성(가스연료를 사용하지 않는 전기 주방 설비 제조), 세이프웨어(추락사고 보호용 안전장비 에어백 제작) 등 모두 중소기업이다.
경기도 관계자는 "전 세계 바이어 1900여 명이 모이는 자리인 만큼 도 중소기업들이 유럽진출 교두보를 확보하는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김동연 지사는 전시관을 둘러보며 도내 기업들을 격려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