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텃세에 고전하던 스타벅스, 이민자와 관광객 덕분에 기사회생
[뉴스투데이=정승원 기자] 스타벅스는 전세계에서 사랑받는 브랜드 중 하나다. 통계전문 사이트 스타티스타에 따르면 스타벅스는 2024년 기준 전세계 76개국에 3만5000개의 매장을 두고 있는 명실상부한 커피체인 1위다.
매장 수로만 보면 맥도날드, 서브웨이, KFC, 세븐일레븐에 이은 글로벌 5위에 해당한다.
하지만 그런 스타벅스가 호주 진출에는 별 재미를 보지 못했다. 스타벅스가 호주에 진출한 것은 2000년초다. 진출이후 매장 수를 90개 가까이 늘리면서 호주에서도 성공신화를 이어가는가 싶었지만, 이후 스타벅스는 2008년 23개 매장만 남겨놓은채 나머지 매장을 75% 가까이 줄이는 등 다른 국가에서 거뒀던 성공신화와는 거리가 먼 행보를 보였다.
이유가 있었다. 호주인들의 커피 사랑은 유별나다. 호주는 전세계에서도 손꼽히는 커피 애호국가다. 인구는 2700만명으로 세계 54위에 불과하지만, 연간 커피시장규모는 80억달러(약 10조7000억원)에 달할 정도로 크다.
코트라에 따르면 호주인들의 1인당 일일 평균 커피 소비량은 2~3잔이다. 특히 멜버른은 세계적인 커피의 성지로 유명하다. ‘멜버른에서 맛없는 커피를 찾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란 말이 회자될 정도다.
호주 빅토리아주 관광청 자료를 보면, '멜버른에 2000개 이상의 카페(이 중 90% 이상이 개인 바리스타가 운영 중)와 세계 최고 수준의 바리스타가 있다'고 소개하고 있다.
멜버른은 매일 평균 30톤의 커피 원두를 수입하는데, 이는 커피 300만잔을 만들 수 있는 양이다.
오직 커피를 마시기 위해 멜버른 커피 투어를 오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다.
커피에 대한 이런 독특한 자부심은 호주에서 유독 많은 커피전문점을 양산해 냈고, 이런 커피문화에 길들여진 호주인들로서는 자국커피외에 스타벅스 같은 다른 커피 브랜드에 눈을 돌릴 이유가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특히 호주에서 이름난 카페들은 카페마다 커피 농장과 직접 독점거래를 하고 있으며, 자체 로스팅을 통해 독특한 커피를 판매하고 있다.
호주인들의 지독한 호주 커피 사랑은 스타벅스가 고전하게 된 결정적 원인으로 작용했던 것이다.
하지만 2008년 매장의 75%를 폐쇄하며 23개만 남겨두었던 스타벅스는 이후 기적적으로 부활에 성공했다. 2024년 기준 호주 내 스타벅스 매장 수를 71개까지 불린 것이다.
어디를 가나 스타벅스 매장을 쉽게 찾을 수 있는 미국(1만6466개), 중국(6957개), 일본(1901개), 한국(1893개) 등 상위권 국가와 비교하면 크게 내세울 것이 없는 수치임에는 틀림없지만. 한때 20개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던 때와 비교하면 놀라운 회복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그 배경에는 아시아 이민자들의 증가와 외국 관광객들이 늘어난 것이 큰 힘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코트라 관계자는 스타벅스의 부활과 관련해서 “호주의 카페들은 대부분 비좁고 혼잡해서 오래 앉아있기가 힘든데, 이런 카페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아시아 이민자들이 늘어나면서 편안하게 앉아서 커피를 즐길 수 있는 스타벅스가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다.
또 스타벅스 커피에 익숙한 관광객들이 호주를 많이 찾으면서 자연스럽게 스타벅스 수요도 늘어났다는 분석도 나온다.
호주관광청에 따르면 코로나 이전 호주를 찾은 관광객은 950만명에 달했다. 코로나 기간 전면적으로 국경을 봉쇄하는 등 적극적 차단에 나섰던 호주정부가 코로나이후 다시 관광객들에게 문호를 활짝 개방하면서 올해는 호주를 찾는 관광객 수가 코로나 이전 수준을 회복할 것으로 보인다.
호주관광산업뿐 아니라, 스타벅스 입장에서는 쾌재를 부를 호재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