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동 걸린 은행 영업점포 축소...지속성은 미지수

유한일 기자 입력 : 2024.10.07 08:19 ㅣ 수정 : 2024.10.07 08:19

5대 시중은행 영업점포 폐쇄 움직임 주춤
취약계층 등 금융 접근성 약화 우려 반영
비대면 비중 꾸준히 증가..효율성 고민 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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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은행의 영업점. [사진=연합뉴스] 

 

[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시중은행들이 비대면 금융 확대에 맞춰 실시하던 영업점포 축소 속도가 눈에 띄게 둔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력·비용 효율화 필요성은 여전히 남아있지만 고객들의 금융 접근성 약화 우려를 반영해 속도 조절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은행권은 갈수록 내점 고객이 줄어드는 영업점포를 유지하는 건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7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올 6월 말 기준 영업점포(지점+출장소) 수는 3920개로 전년동월(3926개) 대비 6개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2022년 6월 말 4062개에서 지난해 6월 말까지 136개가 줄어든 것과 비교하면 감소폭이 크게 축소된 모습이다. 

 

5대 시중은행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가속한 비대면 금융 확대에 발맞춰 영업점포를 줄이기 시작했다. 2020년 6월 말 4564개였던 이들 은행의 영업점포 수는 2021년 6월 말 4379개로 185개 감소한 데 이어, 2022년 6월 말(4062개)까지 1년 만에 추가로 317개가 문을 닫았다. 2020년 6월 말~2023년 6월 말 기간 줄어든 영업점포만 638개에 달한다. 

 

다만 최근 들어서는 은행들이 공격적 영업점포 축소 대신 현재 수준을 유지하거나 오히려 늘리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올 6월 말 5대 시중은행 영업점포 수(3920개)는 지난해 12월 말(3927개)보다 7개 줄어들었지만, 올 3월 말(3916개)보다는 4개 증가했다. 이 기간 국민은행과 하나은행, 우리은행이 영업점포를 1~3개 수준에서 늘린 영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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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 전국 영업점포 현황. [자료=금융감독원 금융정보통계시스템 / 그래프=뉴스테이]

 

은행권 영업점포 축소에 제동이 걸린 건 고객들의 금융 접근성 약화 우려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은행들은 비대면 금융 확대 흐름이 뚜렷해지자 본격적인 영업점포 축소에 속도를 높였는데, 고객들 사이에서 반발이 터져 나왔기 때문이다. 대면 업무가 필요한 고객들이 주거지·직장과 멀리 떨어져있는 영업점포를 찾아가야 하는 상황이 속출한 데 따른 것이다. 

 

특히 상대적으로 은행 영업점포 밀집도가 낮은 지역은 불편이 가중될 것이란 지적이다. 아울러 인터넷·모바일뱅킹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의 경우 인근 영업점포가 사라지면 금융 이용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는 점도 문제다. 은행이 지닌 공공성을 고려했을 때 영업점포 축소를 자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시중은행의 관계자는 “은행들이 소위 ‘돈 안 되는 영업점포’를 빼면서 고객 편의성을 낮추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며 “금융당국도 은행 영업점포 운용에 대한 관리 감독을 강화하는 기조고 정치권에서도 문제 제기를 하고 있어 감소세가 약해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은행권에선 중장기적으로 영업점포 감소 흐름은 피하기 어려울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예·적금과 대출 등 대부분의 금융 업무가 비대면 채널에서 이뤄지고 있는 만큼 영업점포 내점 고객 수는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은행은 영업점포 운영을 위해 인건비와 임대료 등 고정비가 들어가는데, 재무적 부담으로 작용한다. 

 

일례로 올 2분기 하나은행이 취급한 예·적금 상품 중 68.6%가 디지털 채널에서 이뤄졌다. 영업점포를 찾아 대면으로 상품에 가입한 비중은 31.4%에 불과했다. 우리은행의 경우 올 상반기 신용대출 중 비대면 비중은 86.3%에 달했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은행 영업점포는 고객과 접점을 만들 수 있는 중요한 창구고 브랜드를 더 널리 알리는 데도 역할을 하고 있다”면서도 “대면과 비대면의 균형이 바뀌고 있기 때문에 영업점포를 어떻게 더 효율적으로 운영할지 다양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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