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약환급금준비금' 개선안에도 보험사 밸류업 효과 '미미'…"배당이익 증가 제한적"
[뉴스투데이=김태규 기자] 금융당국이 보험사의 해약환급금준비금 비율을 조정하면서 주주환원 여력이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는 가운데 적용 대상 보험사가 한정적인 데다 법인세 부담도 늘어나 효과가 미비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이달 1일 해약환급금준비금 적립비율을 현행 대비 80%로 완화하는 '해약환급금준비금 제도개선방안'을 발표했다. 개선안은 지난달 26일 열린 제3차 보험제도개혁회의를 통해 마련됐다. 해약환급금준비금이란 보험 가입자가 계약을 해지하는 경우 지급해야 하는 환급금이다. 이는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과 함께 새로 생긴 계정이다.
지난해 IFRS17이 시행되면서 보험사는 결산 시점의 최적 가정을 기반으로 보험부채를 시가평가하고 보험손익을 인식한다. 금융당국은 부채 평가액 감소에도 실질적인 보험부채가 옛 회계기준(IFRS4) 수준으로 유지되도록 해약환급금준비금 제도를 신설했다.
해약환급금준비금 제도는 시가로 평가된 보험부채가 해약환급금보다 적을 경우 그 차액을 준비금으로 쌓아 실질적인 보험부채를 보수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마련됐다. 해약환급금준비금은 법정준비금이어서 상법상 배당가능이익 산정 시 차감돼 배당이 제한된다. 또 법인세법상 손금으로 인정돼 법인세 납부가 일정 기간 이연된다.
하지만 지난해 제도 시행 이후 준비금 적립액이 급증해 당기순이익 대비 주주배당 및 세금 납부액이 충분하지 않다는 비판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실제 해약환급금준비금 누적액은 2022년 말 23조7000억원에서 지난해 말 32조2000억원으로 35.9% 증가했다. 올해 6월에는 38조5000억원으로 전년 말 대비 19.6% 늘었다.
당국은 보험사의 지급여력비율(K-ICS)을 조선으로 설정하고 개선안을 점진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올해는 경과조치 전 K-ICS 비율 200% 이상인 보험사에 한해 우선 적용하고, 매년 기준을 10%포인트(p) 하향 조정하는 순차적 확대 원칙을 마련했다. 적용 대상 K-ICS 비율은 2029년까지 150%로 확대된다. 이에 따라 K-ICS 비율이 200% 이상인 경우 해약환급금준비금 적립비율을 현행 대비 80%로, 미만인 경우 100%를 적용한다.
개선안이 적용되면 법인세 측면에서는 손금 인정액이 감소해 납부세액이 현행 대비 일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당초 미래로 이연됐던 법인세 납세 시기가 일부 앞당겨진 영향이다.
금융당국은 이번 제도개선을 통해 자본건전성을 충실히 유지하는 범위 내에서 주주배당 촉진 기반이 조성되고 적정수분의 법인세 납부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당국이 지난해 말을 기준으로 영향분석한 결과 보험사의 배당가능이익은 3조4000억원 증가하고 법인세 납부액은 9000억원 증가할 것으로 추정됐다.
개선안은 연내 보험업감독규정 개정을 추진해 2024 사업연도 결산부터 적용된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개선안은 밸류업을 위한 주주배당, 장기적인 자본건전성 관리, 당기순이익에 상응하는 납세라는 세 가지 정책적 목표 간 균형점을 모색한 결과"라며 향후 제도를 섬세하게 운영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배당 확대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K-ICS 비율이 200%를 상회하는 보험사는 이미 주주환원에 제약이 없을 정도의 배당가능이익을 보유하고 있어 제도 개선에 따른 수혜가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설용진 SK증권 연구원은 이달 2일 보고서에서 "올해 2분기 기준 K-ICS 비율이 200%를 넘는 삼성화재, DB손해보험, 삼성생명 등의 경우 현재 주주환원에 제약이 없을 정도의 배당가능이익을 이미 보유하고 있으며 주주환원을 포함한 중장기 자본정책을 제시해 왔다"면서 "제도 개선에 따른 수혜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설 연구원은 "오히려 시장금리 하락, 할인율 제도 강화 등 영향으로 안정적인 K-ICS 비율 관리가 중요해지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주주환원 확대보다는 준비금 감소에 따른 법인세 증가 영향이 단기적으로 크게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도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도 같은 날 보고서를 통해 "이번 개선안에 따른 보험사의 수혜는 없다"면서 "당기순이익을 웃도는 해약환급금준비금 증가와 기타포괄손익누계액(OCI)이 급감하면서 배당재원이 없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보험사들은 모두 K-ICS 비율이 200%를 밑돌고 있어 해당 개선안을 적용받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 연구원은 "개선안 적용 대상인 삼성화재, DB손보, 삼성생명 등 우량 보험사는 이미 충분한 배당가능이익을 보유한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배당재원 확대의 가치는 떨어지는 반면 법인세 납부액이 늘어난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만 보기는 어렵다"고 평가했다.
이어 "제도개선으로 '배당 불가'에서 '배당 가능'으로 전환되거나 극도로 줄어든 배당재원이 다시 확대되는 보험사는 업종을 통틀어 한화생명과 현대해상, 한화손해보험 등 세 곳에 그치는 것으로 추산된다"면서 "결과적으로 개선안의 영향은 배당재원 확대보다 법인세 납부액 확대에서 더 크게 나타난다"고 해석했다.
강승건 KB증권 연구원은 2일 보고서를 통해 "K-ICS 비율 200%에서 일률적으로 기준을 하향하는 것보다 수렵기준인 150%를 기준으로 보험사들이 매년 창출되는 이익과 신계약 판매 관리, 보완자본 발행을 통해 방어라는 것을 기준으로 삼는 것이 더 효율적일 것"이라며 "현재 기준이 그대로 시행된다면 K-ICS 비율이 높은 회사의 경우 세금납부 부담만 존재하고, K-ICS 비율이 150~200%인 회사의 경우 제도 개선의 영향을 전혀 받지 못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다만 개선안 적용 대상이 확대되면 수혜를 보는 보험사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김 연구원은 "K-ICS 비율 기준치는 금융위원장 고시 방식으로써 향후 시장상황 변화 등 필요시 일부 조정할 수 있다는 단서를 제시한 만큼 정책의 실리에 따라 변경될 여지가 있다"면서 "모든 보험사에 개선안이 적용된다면 수혜가 가장 큰 것은 현대해상"이라고 분석했다.
현대해상의 올해 2분기 당기순이익은 3560억원이며 해약환급금준비금 증분은 2430억원이다. 개선안을 적용하면 해약환급금준비금 증분은 1950억원으로 줄어들어 배당가능이익이 늘어나게 된다.
조아해 메리츠증권 연구원도 이달 2일 보고서에서 "현대해상의 경우 올해 2분기 기준 배당가능이익이 음수지만 개선안이 적용된다면 양수로 전환될 수 있다"고 말했다.
보험업계의 한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와의 통화에서 "당장 적용대상이 되는 대형 보험사들은 배당확대 효과를 거두기 어려울 것"이라며 "개선안이 효과를 거두려면 배당가능이익 확대를 기대할 수 있는 보험사로 적용 대상이 확대돼야 한다"고 말했다.
보험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당국 추산대로라면 법인세 증가분보다 배당가능이익 증가가 더욱 커 밸류업 효과가 전혀 없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적용대상이 확대되기 전까지는 개선안의 효과를 가늠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