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방식의 혁명, '선순환 경제'를 만든다
MZ세대는 일과 휴식의 균형과 직원 복지를 직장 선택의 중요한 기준으로 삼고 있다. 이런 문화는 사무실을 벗어나 여가와 일을 함께 할 수 있는 원격 근무 형태를 발전시켰다. 최근 ‘워케이션’이라 불리는 새로운 근무 방식이 MZ세대의 요구와 인구 소멸‧지역 경기 침체를 막으려는 지자체의 움직임과 맞물려 화제가 되고 있다. <뉴스투데이>는 강원 지역 워케이션 현장 2곳을 방문해 현장을 취재하고, 그 내용을 3회에 걸쳐 보도한다. <편집자주>
[강원(영월)/뉴스투데이=박진영 기자] 현대 직장인들은 업무 중에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좁은 사무실에서 쉴 틈 없이 일하면서 마음이 쉴 곳을 찾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런 직장인들은 워케이션 프로그램 중에서도 자연을 벗 삼아 한가한 여유를 즐길 수 있는 곳을 선호한다. 지방의 지자체들은 마음 힐링을 추구하는 직장인들을 위한 맞춤형 워케이션 프로그램을 개발하느라 한창이다. 대표적인 곳이 강원도 영월 지역 워케이션이다.
영월군은 천혜의 자연 환경과 관광 인프라를 내세워 직장인들의 마음 쉴 곳을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 5월 탑스텐 리조트 동강시스타(대표 정환오, 이하 동강시스타)와 '영월지역 워케이션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맺고 직장인과 디지털 노마드족을 대상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지원했다.
최명서 영월군수는 동강시스타와 MOU에서 “영월의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일과 휴식, 그리고 관광까지 함께 즐길 수 있는 영월군이 워케이션의 최적지”라며 “영월에 체류하며 지역 소비를 통해 지역경제가 활성화되고 생활인구가 증대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뉴스투데이>는 최근 동강시스타 콘도 본부 손민복 본부장을 만나 ‘워케이션’에 참가하는 직장인들의 심리 치유 효과와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취재했다. 손 본부장은 국내 대기업 리조트에서 약 20년간 관리자로 근무했고, 현재 동강시스타 콘도 본부를 총괄 운영하고 있다.
손 본부장은 “자연 환경이 우수한 곳에서 많은 직장인들이 심리 치유의 효과를 보고 있다”면서 “워케이션은 직장인의 업무 효율과 기업의 생산이 향상될 뿐만 아니라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큰 도움을 주는 사업”이라고 밝혔다.
기자는 또 영월 지역 워케이션 참가자들에게 수요가 많은 ‘예밀와인힐링센터’를 방문해 직장인의 스트레스를 해소하는데 도움을 주는 힐링 프로그램을 취재했다.
박은경 예밀와인힐링센터장은 “센터를 방문한 직장인들은 심리적으로 편안하고, 일에도 더 집중할 수 있어서 좋아라한다”며 “더 예쁜 찻잔, 더 예쁜 비누 등 사소한 것까지 신경쓰다보니 (직장인들이) 평소와 다르게 귀한 대접을 받았다고 만족한다”고 말했다.
■ 나이오트 대표 A씨, "워케이션은 언제든 충전할 수 있는 방전 없는 ‘에너지 충전소’ "
동강시스타에서 워케이션을 즐기는 직장인들은 도시의 시끄러운 소음과 복잡한 일상에서 벗어나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자연과 함께 일하는 삶에 큰 만족을 보였다.
연구 스타트업 ‘나이오트’ 대표 A씨는 “스타트업을 창업한지 4년차에 들어서면서 저녁도 주말도 없는 강행군 끝에 워케이션을 선택했다”며 “도시로부터 떨어져 자연 한가운데에 머물고자 했고, 도심으로부터도 떨어져 있는 영월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A씨는 “아침마다 창문 밖을 바라보며 강과 산을 맞이하면서 풍경을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치유되는 기분”이라면서 “방전 걱정 없이 언제든 충전할 수 있는 에너지 충전소를 찾은 거 같아 든든하다”고 밝혔다.
B씨는 “워케이션을 시작하기 전까지 참가할 마음이 크지 않았는데 영월에 도착하고 나서 생각이 조금씩 달라졌다”며 “동강이 흐르는 앞에 위치한 숙소는 뷰(view, 경치)가 완벽했고, 업무 시간 중에 동강 산책을 하며 놀러 온 기분도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영월에서 새벽 달리기를 하니 출근 전부터 기분이 들뜨고 좋았다. 퇴근 후에는 동료와 함께 천문대도 다녀오고, 맛있는 한정식도 먹으면서 한층 더 친해질 수 있었다”고 했다.
■ 유연근무 선호하는 IT 스타트업들 선호…자연의 심리 치유 효과와 자유로운 소통 기회까지 ‘일석이조’
손 본부장은 “동강시스타는 2022년부터 워케이션 사업을 시작해 연간 1000명 이내로 방문하고 있다. 수도권 방문자와 2박 3일 참가자가 대다수”라고 말하면서 워케이션 방문자들의 성향을 말했다. 동강시스타 워케이션은 월요일부터 금요일 사이에 자유롭게 일정을 선택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었다.
손 본부장은 “매주 30~40명의 MZ 직장인들이 워케이션에 참석한다. 봄에 가장 많이 방문하고, 가을이 다음으로 많다. 자연이 주는 심리적인 치유 효과도 봄과 가을이 많다”고 했다.
이어 그는 “회사에서 팀이나 파트 단위로 방문하는데, 대기업보다는 IT 분야 스타트업 종사자들이 워케이션을 선호한다”며 “이들은 유연근무와 자율성을 강조하며 평소 하지 못했던 고민을 털어놓는 등 소통을 활성화하는 기회를 얻는데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여기에 더해 “참가자들은 기업에 대한 충성도나 만족도가 높아져 더 많은 성과를 창출한다”고 강조했다.
■ 영월의 랜드마크인 ‘동강시스타’…저렴한 비용과 천혜의 자연환경이 매력적
손 본부장은 동강시스타만이 가지고 있는 특색에 대해 자랑했다. 이 리조트만의 장점은 ‘천연 자연 환경’,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공간’, ‘저렴한 비용’ 등 3가지로 집약할 수 있다.
손 본부장은 “동강시스타는 자연 환경이 우수하다. 동강이라는 천연 자연 환경에 둘러싸여 있다”면서 “도심에서 벗어난 내륙 지역에 위치해 있고, 삼림욕 등 힐링 요소가 많아서 피로 회복에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다음으로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공간에 대한 소개를 이어갔다. 손 본부장은 “인터넷 공간, 사무 공간이 완비되어 있다”며 “애완동물을 키우는 직장인을 위해서는 펫 시설을 완비했고. 레스토랑 2층에 위치한 스타라운지는 스터디카페 수준으로 시설이 잘 갖춰졌다”고 설명했다.
여가 중 즐길 거리에 대해서는 “서부시장, 중앙시장 등 전통시장과 라디오스타 촬영지. 시골 느낌 가득한 영화관 ‘영월씨네마’, 영월 스포츠 센터 등을 많이 이용한다”고 말하면서 “공기가 너무 맑아 밤이면 (리조트에서) 별이 잘 보인다. 주변의 별마루 천문대를 방문하는 직장인들이 환상적이라며 감탄한다”고 했다.
복합리조트 성격의 동강시스타의 저렴한 비용도 직장인들이 워케이션 장소로 선택하는 중요한 이유 가운데 하나이다. 손 본부장은 “경기 지역보다 저렴한 가격에 파트별 워크샵이나 숙박 등을 이용할 수 있고, 부킹난도 심하지 않다”면서 “남편은 일하고 아내는 아이를 돌보는 등 가족 단위 방문도 가능하다”고 언급했다.
■ 강원도‧영월군청‧강원관광재단‧SBA‧더휴일 등이 협력해 지역소멸 위기 대응에 총력
지자체와 공공기관들은 지역소멸 위기에 처한 영월을 살리기 위해 각종 지원을 통해 워케이션 참가 기업들을 늘리고 있었다.
손 본부장은 “강원도, 강원관광재단 등에서 워케이션 지원 사업을 운영중이며 SBA(서울경제진흥원)에서 광고 대행 업무를 진행한다”면서 “지자체에서 교통비나 도시락 비용 등 참가 경비를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영월군청은 연간 예산을 책정하고 관련 업체에 지원금을 지원하는데, 홍보나 마케팅 부분에 많이 활용하는 편”이라면서 “군청은 주변 관광지 할인 등 다양한 사업을 하고 있고, 수익만큼 지역 상생도 고려해서 지원 사업을 운영중”이라고 덧붙였다.
여기에 더해 “지역을 살리는데 민간의 역할도 중요하다. 더휴일 등의 기업들이 워케이션 홍보에 적극적이고, 지자체와 리조트, 참가 기업들의 요구 사항을 전달하는 중간 창고 역할을 하고 있다”고 했다.
■ 영월 지역 브랜드 인지도 향상에 기여…좋은 경험이 재방문 만드는 선순환의 경제 구조 견인
강원 영월과 같은 지방소멸지역에 워케이션이 미치는 파급 효과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손 본부장은 “워케이션은 주중에 운영하는 사업이므로 숙박 업계에서는 중요하다. 관공서나 지역 주민들 입장에서는 소비가 일어나기 때문에 민관 모두 좋은 방향으로 생각을 해서 성장기에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워케이션 사업을 시작하면서 영월 지역의 브랜드 인지도가 높아졌다. 경제 효과도 크다고 볼 수 있는데 (참가자들은) 주중에 방문해서 최소 2~3곳은 둘러본다. 10명이 오면 1명당 40~50만원의 비용은 소비하는 추세”라고 말하면서 “좋은 경험이 재방문을 만드는 선순환의 경제 구조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지역개발에 있어서 아쉬운 점에 대해서는 “전체적인 인프라 구축이 부족하고, 특색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하는데도 아쉬움이 있다”며 “워케이션이나 힐링캠프를 한다고 하더라도 개개인의 특성을 반영하는데 있어서는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 ‘내년 18홀 완공’…워케이션과 골프 상품 연계 / 동강시스타 오피스 사업 등 장기 투숙 프로그램 구축 예상
손 본부장은 지역소멸 위기 대응과 경제 활성화를 위한 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워케이션이) 성장한 상태에서 안정을 유지하고 있지만, 방문객이 더 늘지는 않았다”면서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손 본부장은 “현재 9홀의 골프장을 운영중이다. 내년에 18홀로 신축하면 정기홀이 된다. 워케이션에 수영장과 헬스장을 갖춘 18홀 골프장 상품을 추가하면 특색 있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관광 상품을 북카페나 지역박물관과 연계할 수도 있고, 1~2일 코스의 관광 자원을 활용해 시너지(synergy)를 창출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지역 활성화를 위해 특별히 신경 쓰고 싶은 분야에 대해서는 “자체적으로 홍보 역량을 강화하고 싶다”며 “동영상을 제작해 블로그 일기 방식으로 업로드 할 예정이고, 성공 사례가 워케이션을 운영하는 다른 기업에 전파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동강시스타 오피스 등의 새로운 사업을 확장해 장기 투숙 프로그램을 구축하고 싶다”면서 “디지털 노마드 시대에 공간과 시간을 뛰어넘을 수 있는 완벽한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꿈”이라고 강조했다.
■ 예밀와인힐링센터, K-직장인들 '와인에 발 담그면 스트레스가 확 풀려요' / 오픈 3년만에 족욕 체험객 2만명 목전
강원 영월에서 워케이션을 즐기는 직장인들이 잠시 쉬어갈 만한 곳으로 추천하는 곳이 있다. 동강시스타에서 차로 30분 남짓한 거리에 있는 ‘예밀와인힐링센터’가 그 주인공. 강원 영동군 김삿갓면의 오솔길 귀퉁이에 위치한 센터는 도심의 스트레스에 지친 직장인들이 마음의 여유를 찾기 좋은 곳이다.
직장인들은 와인과 장미꽃, 핑크솔트(히말라야 소금)를 담은 42도 가량의 따뜻한 물에 20분간 발을 담그며 와인 족욕을 즐길 수 있다. 서울에서 영월을 방문한 직장인(30세, 여)은 “동료들과 앉아서 수다도 떨고, 와인도 시음하면서 마음이 가벼워졌다”며 “서울로 돌아가면 홀가분한 마음으로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와인족욕은 직장인들의 정신건강에 큰 도움이 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센터 관계자는 "와인의 색깔과 풍부한 향이 플라시보 효과(placebo, 믿음 때문에 병이 낫는 효과)를 증가시킨다"며 "비타민C가 피로 회복과 노폐물 배출에 도움을 줘서 젊은 세대의 방문이 많다"고 설명했다.또,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는데도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
센터 관계자는 “예밀리는 포도 농사로 매출을 늘리는데 한계에 부딪혔다. 마을 주민의 생계를 돕기 위해 강원도 지원금을 가지고 2003년에 ‘예밀2리영농조합법인’을 설립하고, 와인체험장을 운영하기 시작했다”며 “3년 전부터 족욕 센터를 운영하며 매출이 더 늘었고, 내년에 마을지원사업을 통해 와이너리(winery, 와인양조장)를 새로 착공한다”고 했다.
한적한 시골에 방문객이 없었던 마을은 와인 체험객으로 활기를 찾았다. 센터의 와인 판매량은 2015년 1400병에서 2022년 1만5000병으로 8년새 10배 이상 증가했고, 지난해 매출액은 3억원을 돌파했다. 또, 와인족욕 체험객은 매년 5000여명씩 늘어 지난해 1만9000명을 기록했다. 워케이션 사업과 지역 관광 사업을 묶어 농촌 지역 경제를 살릴 수 있는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