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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산 이슈 진단 (118)

HD현대중공업·한화오션, 공동으로 KDDX ‘상세설계’한 후 1·2번함 ‘동시 건조’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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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경 안보전문기자
입력 : 2024.09.23 10:33 ㅣ 수정 : 2024.09.23 16:45

새로운 방안 검토 이유 밝히고 설계 담당자 의견 경청하면서 다양한 리스크에 대비 가능해야

한국의 방위산업이 새로운 활로를 찾으면서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방위사업청 또한 방위산업이 처한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지속적인 제도 개선과 함께 법규 제·개정을 추진 중이다. 그럼에도 방위사업 전반에 다양한 문제들이 작용해 산업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 뉴스투데이는 이런 문제들을 심층 진단하는 [방산 이슈 진단] 시리즈를 연재한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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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차기 이지스 구축함(KDDX) 모형. [사진=연합뉴스]

 

 

[뉴스투데이=김한경 안보전문기자] 한국형 차기 이지스 구축함(KDDX)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사업과 관련해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 간 법적 소송을 비롯해 물밑 경쟁이 치열한 상황이다. 이로 인해 해법 마련에 골몰해온 방위사업청(이하 방사청)은 최근 여러 가지 해결방안을 고민하다가 두 업체가 공동으로 KDDX 상세설계에 참여한 후 1·2번함을 동시에 건조하는 방안을 새롭게 검토 중이다. 

 

지난 19일 조용진 방사청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KDDX 사업추진 방안에 대해서는 공동 개발, 동시 발주, 동시 건조를 포함한 다양한 사업추진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새로운 추진 방안에 대해선 법적 가능성과 방산업체 지정도 같이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느 정도 관계부처와 협의가 되면 먼저 사업추진 방안을 결정할 수 있다”며 “연내 사업추진 방안 결정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업추진 방안 바꿀 명분 보이지 않아…방사청, 국민에게 변경 이유 밝혀야

 

방사청이 고민 끝에 새롭게 아이디어를 낸 ‘공동 상세설계, 1·2번함 동시 건조’ 방식의 사업추진 방안이 실제로 구현된다면 함정건조 분야에서 탄탄한 역량을 구축해온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힘을 합치는 계기가 마련돼 국내 방위산업 발전은 물론 방산수출에도 원팀으로 상당한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어 국가이익 차원에서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무적 판단에 의한 해법이어서 먼저 정리돼야 할 부분이 많다는 전문가 의견이 제기된다.

 

첫째, ‘공동 상세설계, 1·2번함 동시 건조’ 방식으로 변경하려는 이유가 무엇인지 국민에게 밝혀야 한다. 그동안 방사청은 기본설계를 수행한 업체에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를 수행하게 한다는 원칙을 고수해 왔다. 지난 2월에는 한화오션이 제기한 사안과 관련해 계약심의위원회에서 기본설계 수행업체(HD현대중공업)가 부정당업체로 제재할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해 ‘행정지도’로 의결하기도 했다. 

 

이후 고수하던 원칙을 바꿀만한 상황은 왕정홍 前 방사청장과 관련한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뿐이다. 하지만 이것도 방사청 대변인이 브리핑에서 “수사가 언제 끝날지 모르고, 끝나더라도 법원의 판단이 나올 때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기에 수사 종료를 염두에 두고 사업추진 방안을 결정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해 영향을 미쳤다고 보기 어렵다. 그렇다면 새로운 방식으로 바꿀만한 뚜렷한 명분이 보이지 않아 설명이 필요하다. 

 

공동작업 수행 가능할지 확인하고, 동시 건조에 따른 리스크 대비도 필요

 

둘째, 기본설계를 수행하지 않은 업체가 상세설계에 참여해 원만히 공동작업 수행이 가능할지 확인해야 한다. 기본설계를 공동 수행한 장보고-Ⅲ 배치-Ⅰ연구개발 사업조차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사업은 한 업체가 수행했다. 그만큼 상세설계를 공동으로 수행하기 어렵다는 얘기일 테다. 그러므로 전례가 없는 방식으로 상세설계를 수행하는 과정에 업체 간 역량 차이와 이견 등으로 상당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사업추진 방안에 대한 정무적 결정을 하기에 앞서 실제로 상세설계를 담당하고 이끌어갈 연구원들이 과연 이런 방식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아야 한다. 두 업체 연구원들이 모두 “어려움은 있겠지만 수행할 수 있겠다”고 얘기하면 시업추진 방안으로 진행할 수 있으나 이들 중 어느 한쪽도 “아니라고 생각한다”면 추진을 재고해야 한다.

 

셋째, 1·2번함을 동시에 건조할 경우 2번함 사업 예산의 조기 편성이 필요하고, 시험평가 대상을 어떻게 정할지도 고려해야 한다. 예산 문제는 기획재정부와 협의가 필요한 사안이고, 시험평가 문제는 2척을 모두 선도함으로 보고 시험평가를 하거나 1번함만 시험평가를 한 후 그 결과를 2번함에 적용하느냐에 따라 책임소재, 비용 증가 등 다양한 리스크를 안게 되므로 이에 대한 세부적인 검토와 대비가 필요하다.

 

방산 발전과 수출 위해 의미 있는 접근이나 현실성 여부 엄밀히 따져봐야

 

결과적으로 ‘공동 상세설계, 1·2번함 동시 건조’ 방식은 연구개발 단계에서 복수업체를 지정하는 등 함정건조 사업의 패러다임이 전면적으로 바뀌는 것이며, 이로 인한 사업 기간 연장, 비용 증가, 시험평가 책임소재 등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특히 상세설계를 공동으로 수행하면서 시험평가는 1번함 건조 업체가 맡게 된다면 누가 건조에 나설지 의문이며 합당하지도 않다. 이 과정에 정부가 노력하고 부담해야 할 부분은 누가 책임질 것인가? 

 

방사청의 새로운 사업추진 방안은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의 함정 건조 역량을 평가했을 때 국내 방위산업 발전과 방산수출 증대를 위해선 의미 있는 접근이다. 하지만 앞서 지적한 몇 가지 내용에 대한 신중한 검토와 법령상 뒷받침이 보장되지 않으면 특정 업체는 책임과 손실만 떠안게 되고 다른 업체는 일방적 수혜를 입는 상황이 만들어질 수도 있다. 

 

따라서 방사청은 새로운 사업추진 방안을 검토하게 된 이유와 명분이 무엇인지 밝히고 그것이 타당하다고 받아들여지면 법과 제도, 현실성 여부를 엄밀히 따져봐야 한다. 두 업체가 소송하면서 공동으로 상세설계를 수행한다는 것 자체가 현실성이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납기 일정은 정해져 있는데 사업 착수 시기조차 가늠할 수 없어 이대로 가면 KDDX 사업은 누가 맡더라도 리스크만 떠안을 것이란 우려가 상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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