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 출신' 성대규, 우리금융 생보사 인수추진단장 전망…당국 칼날 무뎌질까
[뉴스투데이=김태규 기자] 성대규 전 롯데손해보험 이사회 의장이 우리금융의 동양‧ABL생명 인수추진단장으로 검토되면서 대주주적격성심사 통과를 위한 당국의 칼날을 해소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1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성 전 의장은 이달 2일 롯데손보 사외이사직에서 사임했다. 또 이달 6일에는 한일시멘트 사외이사직에서도 물러났다. 성 전 의장은 자진사임 이유에 대해 '일신상의 사유'라고 밝혔다.
성 전 의장은 올해 3월 롯데손보 사외이사로 합류하며 매각 과정에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인수전에 뛰어들었던 우리금융이 롯데손보의 대주주 JKL파트너스와 매각가를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성사되지 못했다.
성 전 의장의 합류에도 롯데손보 매각이 지지부진하면서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다만 성 전 의장은 금융지주계열 생보사의 인수 후 통합(PMI) 과정을 경험한 만큼 우리금융 입장에서는 현 상황에서 가장 적절한 인물로 여겨진다.
성 전 의장은 우리금융이 인수한 동양‧ABL생명의 인수추진단장으로 이동할 전망이다. 우리금융이 성 전 대표를 인수단장으로 영입하면 PMI 과정을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통상 인수추진단장이 통합 생보사의 초대 대표이사를 맡는 만큼 통합 이후의 화학적 결합에서도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동양생명과 ABL생명은 중국 다자보험을 최대주주로 둔 회사이지만, 양사의 격차가 커 '화학적 결합'이 난항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규모가 큰 동양생명이 ABL생명을 흡수하는 방식이 가장 유력한 것으로 전망되나 인적자원(HR), 전산시스템 등을 통합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또 동양생명과 ABL생명 노조가 고용승계 등 노동권 보장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어 인력구조 재편도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성 전 의장은 재무부와 재정경제부, 청와대 국정기획수석실을 거쳐 금융위 보험과장, 은행과장, 공적자금관리위원회 사무국장 등을 지내며 관에서의 경력만 30년이 넘는 만큼 현재 우리금융이 직면한 손태승 전 회장 관련 부당대출 건과 관련해 관과의 소통에도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성 전 의장이 현재 상황을 해결해나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금융당국이 고강도 조사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우리금융은 손태승 전 회장의 친인척 관련 부당대출 의혹으로 금융당국의 검사를 받고 있다. 우리은행과 우리금융캐피탈, 우리금융저축은행, 우리투자증권 등 우리금융 계열사들은 손 전 회장의 친인척과 관련된 법인이나 차주에게 총 633억원 규모의 대출을 내줬다. 금융감독원은 이 가운데 350억원 가량이 부당하게 다뤄진 것으로 보고 있다.
금감원은 다음달 우리금융과 우리은행은 물론 우리금융캐피탈, 우리금융저축은행까지 현장검사를 확대했으며, 다음달부터는 우리금융과 우리은행을 대상으로 정기검사에 들어간다. 이 과정에서 현재 우리금융이 추진 중인 동양‧ABL생명 인수와 관련해 자본비율 적정성을 들여다볼 것으로 예상된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이달 4일 '가계대출 실수요자 및 전문가 현장간담회'에서 우리금융의 생보사 인수와 관련해 "우리금융의 생보사 인수 결정 과정에서 금감원은 '인수 검토 중'이라는 것만 알고 있었지 계약이 체결된 것은 신문을 보고 알았다"면서 "보험사가 은행과 성격이 다른 만큼 어떤 리스크가 없을지 걱정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당국이 인허가를 사는 사안인 만큼 리스크 요인이 있는지에 대해 금융위원회나 금감원과 소통을 했어야 하는데 그런 부분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손 전 회장 친인척 부당대출 의혹과 관련해서는 "그런 말도 안 되는 문제들이 과거 회장 관련해 일어났고, 이에 대응하는 방식 등을 볼 때 과연 발본색원할 의지가 있었는지, 나눠먹기 문화 같은 것들이 상대적으로 팽배했던 것은 아닌지 봐야 했다"면서 "잘못된 관계지향적인 운영을 통해 수익성, 건전성에 숨겨진 리스크를 줄 수 있어서 현 경영진의 책임이라고 말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원장은 지난달 25일 "사고는 전 회장 시절 벌어졌지만, 새로운 은행 회장 체제가 1년 넘게 지난 상황에서 과거 구태가 반복되는 상횡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면서 "제재 대상이 누가 될지 모르지만, 법상 보고해야 할 사안이 보고되지 않은 점이 명확해 누군가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 경영진이 제재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다.
금융감독원의 조사 결과 기관경고 이상의 제재가 내려지면 우리금융의 생보사 인수는 수포로 돌아간다. 금융사 지배구조 감독규정 15조 3항에 따르면 금융사의 대주주가 되려는 경우 최근 1년간 기관경고 조치 또는 최근 3년간 시정‧중지명령이나 업무정지 이상의 조치를 받은 사실이 없어야 한다.
이 같은 상황에서 성 전 의장이 당국의 칼날을 무뎌지게 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인수 후 통합 과정도 중요하지만 금감원이 강도 높은 조사에 나설 예정인 만큼 대주주적격성심사를 통과하는 것이 급선무이기 때문이다.
보험업계의 한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와의 통화에서 "성 전 의장의 관 경력이 현재 상황을 타개하는 데 도움이 될 수는 있겠지만, 금감원이 우리금융을 정조준하고 있는 만큼 쉽지는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보험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성 전 의장이 과거 신한라이프 통합을 성공적으로 이뤄냈다는 평을 받아 PMI 과정은 수월하게 이끌 수 있어도 그 전에 당국의 검사를 넘겨야 하는 상황"이라며 "당국의 의지가 강한 것으로 보여 보험사 인수가 무산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