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ABL생명 우리금융 품으로…당국 제재·통합 '과제'
[뉴스투데이=김태규 기자] 롯데손해보험, KDB생명, MG손해보험 등 인수합병(M&A) 시장에 매물로 나온 보험사들이 줄줄이 매각에 실패한 가운데 우리금융지주가 동양생명과 ABL생명을 사들이며 올해 첫 보험사 M&A를 성사시켰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은 전일 이사회에서 동양생명과 ABL생명 인수를 결의하고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우리금융의 동양생명‧ABL생명 총 인수가액은 1조5493억원이다. 동양생명 지분의 75.34%를 1조2840억원에, ABL생명 지분 100%를 2654억원에 사들인 것이다.
우리금융은 보험사 인수를 통한 종합금융그룹을 완성하기 위해 다수의 보험사를 인수대상으로 검토해왔다. 올해 4월 롯데손보 예비입찰에 나섰으나 '오버페이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한 우리금융은 본입찰에 참여하지 않고 동양‧ABL생명으로 눈을 돌렸다.
올해 5월부터 동양‧ABL생명의 대주주인 중국 다자보험그룹과 협의를 진행한 우리금융은 6월말 '비구속적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인수 협의에 나섰다. 이번 인수를 통해 우리금융은 종합금융그룹으로서의 사업포트폴리오를 완성하게 됐다.
보험업계에서는 우리금융이 '오버페이를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해 온 만큼 적정가에 두 회사를 인수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롯데손보의 경우 대주주인 JKL파트너스가 2조원대의 가격을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롯데손보 매각가로 2조원대는 과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우리금융은 1조원 중반대의 가격을 제시했으나 조율에 실패해 결국 무산된 것으로 해석된다.
롯데손보 매각가를 두고 JKL파트너스와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 동양‧ABL생명으로 눈을 돌렸지만, 오히려 '가성비'면에서 우리금융이 더 좋은 결정을 내린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동양생명의 올해 상반기말 기준 자산규모는 33조3057억원이다. ABL생명은 17조7591억원이다. 두 회사의 자산규모를 합산하면 51조원대로 생보업계 6위에 올라설 수 있다. 반면 롯데손보의 자산규모는 15조1101억원으로 ABL생명보다도 적다. 우리금융 입장에서는 더 적은 돈을 들여 더 자산규모가 큰 회사를 사들이게 된 것이다.
다만 인수가 최종적으로 마무리되기까지 남은 과정이 변수다. 우리금융은 최근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의 친인척을 대상으로 350억원 규모의 대출을 부당하게 내준 의혹을 받아 금융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
금융감독원의 조사 결과에 따라 제재가 내려지면, 그 수위에 따라 동양‧ABL생명 대주주적격성심사를 통과하지 못할 수도 있다. 금융기관 제재는 △등록‧인가 취소 △영업정지 △시정명령 △기관경고 △기관주의로 나뉜다. 금융사 지배구조 감독규정 15조 3항은 금융사의 대주주가 되려는 경우 최근 1년간 기관경고 조치 또는 최근 3년간 시정‧중지명령이나 업무정지 이상의 조치를 받은 사실이 없어야 한다.
금감원에서 기관경고 이상의 제재가 내려지면 우리금융의 보험사 인수는 물거품이 된다.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은 이를 의식한 듯 전일 진행한 긴급 임원회의에서 "조사 혹은 수사 결과가 노아면 그에 맞는 조치와 절차를 겸허하게 따르겠다"면서 "전임 회장 친인척과 관련된 부당대출로 인해 국민과 고객 여러분께 큰 심려를 끼친 점에 대해 다시 한 번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임 회장은 "이제 계약서에 서명한 것에 불과하므로 앞으로의 사업계획 수립, 금융당국 승인 등 많은 절차가 남아있다"면서 "이를 순조롭게 추진할 수 있도록 관련 부서는 최선을 다하고, 다른 부서에서도 적극적인 지원과 협조를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당국에서 낮은 수위의 제재가 나와 대주주적격성 심사를 통과한다고 해도 동양생명과 ABL생명의 통합 과정에서 잡음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임금과 인적자원(HR), 전산시스템 등 체계가 다른 두 회사가 통합되는 과정이 순탄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보험업계의 한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와의 통화에서 "당국 승인 이후 양사 통합 과정에서 많은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면서 "동양생명과 ABL생명의 규모가 다른 만큼 연봉 테이블을 맞추기도 쉽지 않을 것이고, 금융지주 계열로 편입되면서 구조조정이 이뤄지면 직원들의 반발이 나타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보험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전산시스템을 통합하는 과정은 상당히 오래 걸릴 것"이라며 "지금부터 준비한다고 해도 2년 이상이 소요될 수 있어 내홍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