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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산 이슈 진단 (116)

투명성·공정성에 초점 맞춘 무기체계 제안서 평가, 기술적 변별력과 효율성 높이는 방향으로 개선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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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경 안보전문기자
입력 : 2024.08.28 14:36 ㅣ 수정 : 2024.09.03 09:23

업체 기술력 제대로 평가하지 못하는 현행 제안서 평가방식이 국내 방위산업 성장 발목 잡아

한국의 방위산업이 새로운 활로를 찾으면서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방위사업청 또한 방위산업이 처한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지속적인 제도 개선과 함께 법규 제·개정을 추진 중이다. 그럼에도 방위사업 전반에 다양한 문제들이 작용해 산업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 뉴스투데이는 이런 문제들을 심층 진단하는 [방산 이슈 진단] 시리즈를 연재한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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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개최된 ‘2024 K-방산혁신포럼’에서 송방원 우리방산연구회 회장이 ‘제안서 작성 및 평가방식의 문제와 보완 방향’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스투데이]

 

[뉴스투데이=김한경 안보전문기자] 지난 22일 한기호 국민의힘 의원이 주최하고 뉴스투데이와 한국안보협업연구소가 공동 주관한 ‘2024 K-방산혁신포럼’이 ‘무기체계 제안서 작성 및 평가방식의 문제와 해법’을 주제로 국회에서 개최됐다. 이번 포럼은 한국의 방산수출이 급성장하면서 방산기술 발전이 더욱 활성화돼야 함에도 업체의 기술력을 제대로 평가하지 못하는 현행 제안서 작성 및 평가방식의 문제가 발목을 잡고 있다는 인식에서 출발했다.

 

평가항목과 배점 획일적으로 적용하고 평가위원이 비전문분야까지 평가

 

이날 포럼은 송방원 우리방산연구회 회장의 인터뷰 영상을 상영하면서 시작됐다. 그는 인터뷰에서 “현행 제안서 평가는 투명성과 공정성에만 초점이 맞춰져 기술적 경쟁력이 뛰어난 업체를 뽑는데 별 관심이 없다”면서 “제비뽑기나 가위바위보로 결정해도 결과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개발범위와 기술적 난이도가 다른데 평가항목과 배점을 획일적으로 적용하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한, 특정 분야에만 전문성을 보유한 평가위원이 비전문분야까지 평가하는 데다, 업체당 600페이지 분량의 방대한 제안서를 제출하게 하고는 1∼2일 이내에 평가하도록 요구하는 상황이어서 “뭘 평가하는 건지도 모르고 제안서를 제대로 읽을 시간도 없는데 평가항목별로 강제로 점수 차이까지 벌리라고 하니 평가결과가 왜곡되고, 제안서를 예쁘게 꾸며 가독성을 높이는데 억대의 돈이 낭비되고 있다”라고 그는 설명했다.

 

 

 

 

평가 통해 업체 간 순위는 매겨지지만 이게 무슨 순위인지 아무도 몰라

 

게다가 기술적 변별력이 없어지니 한때는 비용평가 결과가 당락을 좌우했지만, 최저제안가격이 95%로 상향됨에 따라 비용평가 변별력도 없어졌고, 이제는 경쟁력과 무관한 가·감점 평가가 결과를 좌우하기 시작했다. 송 회장은 “기술력도 아니고 가격도 아니고 분명 평가를 통해 경쟁 업체 간에 순위가 매겨지긴 하는데 이게 도대체 무슨 순위인지 아무도 모른다”며 “이런 식의 왜곡된 평가가 바뀌지 않으면 국내 방위산업을 절대 성장시킬 수 없다”고 단언했다. 

 

송 회장은 이어진 주제발표에서 앞서 인터뷰 영상에서 주장한 현행 제안서 평가의 문제를 평가항목 작성 기준과 관련 지침 등을 비교하며 소상히 설명한 후 해법으로 ① 평가항목은 시제품 및 기술개발 계획과 수행능력 위주로 평가하고, ② 사업특성을 고려하여 사업별 배점과 기준을 적용하며, ③ 평가위원의 전문성 강화를 위한 교육과정 개설과 자격제 도입을 검토하고, ④ 평가방법도 프레젠테이션, 토의, 현장 평가를 추가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날 ‘대·중소기업 간 경쟁 시 제안서 평가 방향’을 주제로 발표한 심행근 건양대 방위산업학과 교수는 “중소기업이 대기업과 경쟁하면 제안서의 기술능력 평가 24개 항목 중 11개 항목이 불리해 항목당 0.5점 차이만 나도 5.5점이 뒤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지적하면서 “대기업에 유리한 11개 항목은 합격 여부만 평가하고 기술능력 위주로 배점을 조정하되, 인건비가 낮은 중소기업의 강점을 고려해 양산 비용까지 포함한 비용평가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미국은 기술평가 RFP가 구체적이며 제안서 평가에 3개월 이상 걸려

 

이어진 종합토론에서 최기일 상지대 교수는 공정성과 효율성을 높인 조달청 평가위원 관리시스템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을, 천상필 대전대 교수는 미국 연방교통부의 2단계 낙찰자 선정방식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 국방조달 및 제안서 평가방식을 발표한 김만기 KAIST 교수는 “미국은 기술평가의 제안요청서(RFP)가 굉장히 분량도 많고 구체적이지만 제안서는 분량이 적으며, 제안서 평가에 최소 3개월 이상 걸린다”고 소개했다.

 

한편, 좌장이 패널에 이어 플로어의 의견을 구하자 방위사업청(이하 방사청) 개청 당시 현재의 제안서 작성 및 평가방식을 실제로 만들었던 전직 방사청 관계자가 손을 들었다. 그는 “당시에는 투명성과 공정성에만 초점을 맞춰 만들었는데 20년 가까이 흐른 지금까지 그 내용이 거의 변하지 않고 사용되고 있을 줄은 몰랐다”며 “하루빨리 기술적 변별력과 효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제안서 작성 및 평가방식이 개선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방사청에서 개선 의지 밝힌 만큼 추진 여부 확인하는 국회 역할 필요 

 

토론 마무리에 방사청을 대표해 패널로 참석했던 박상욱 방위사업분석과장은 “현장의 소리를 잘 들었으며, 실질적인 개선이 필요한 부분은 관심을 가지고 내부 합의를 거쳐 추진해 나가겠다”라고 말했고, 석종건 방사청장도 강환석 방사청 차장이 대신한 축사를 통해 “청에서 이미 관심을 가지고 제안서 평가 개선을 위해 검토 중”이라면서 “오늘 논의 과정에서 나오는 개선사항도 포함해 검토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방사청의 제안서 평가 개선 의지가 무엇보다도 중요한 시점에서 청장과 차장이 개선하겠다는 생각을 밝힌 만큼, 향후 추진 여부를 확인하고 추동하는 국회의 역할도 매우 필요하다. 이번 포럼을 주최한 한기호 의원은 올해 국정감사에서 이 문제에 대한 방사청의 개선사항을 확인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부디 방사청과 국회가 함께 제안서 평가의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기술력 있는 방산 중소·중견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이 속히 만들어지길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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