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SK E&S 합병으로 자산 105조 거대 에너지 기업 등장
[뉴스투데이=남지완 기자] SK이노베이션과 SK E&S 합병으로 자산 105조원, 매출 98조원 규모의 '에너지 자이언트'가 탄생한다.
또한 합병법인은 아시아태평양(아태) 지역 민간 에너지 기업 가운데 자산 규모가 가장 큰 기업으로 자리매김한다.
SK이노베이션은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열린 임시 주주총회에서 SK E&S와의 합병 계약 체결 승인 안건이 참석 주주 85.75%의 압도적인 찬성률로 통과됐다고 밝혔다.
SK이노베이션 지분 6.2%를 확보한 2대 주주 국민연금은 주주가치 훼손을 근거로 합병 반대의사를 밝혔지만 대세를 거스를 수는 없었다.
합병이 승인됨에 따라 합병법인은 11월 1일 공식 출범을 앞두고 있다.
글로벌 증권정보 제공업체 S&P글로벌마켓인텔리전스 자료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 합병법인은 자산 규모 1위(105조원)를 차지하며 △2위는 일본 기업 ENEOS 홀딩스(95조원) △3위는 호주 기업 우드사이드 에너지(72조원)가 뒤를 잇는다.
합병법인은 SK이노베이션 석유사업과 배터리사업에 더해 SK E&S 액화천연가스(LNG), 재생에너지 사업 등이 결합돼 촘촘한 에너지 포트폴리오를 갖출 것으로 전망된다.
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합병 후 2030년 기준으로 시너지 효과를 통한 ‘상각전 영업이익(EBITDA·에빗다)’이 2조2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또한 2030년 합병법인의 총 EBITDA는 20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SK이노베이션은 회사의 성장잠재력 강화에 속도를 낼 것으로 점쳐진다.
이를 뒷받침하듯 박상규 SK이노베이션 사장은 임시 주총에서 “회사의 장기적 안정과 성장 토대가 될 이번 합병이 순조롭게 마무리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예정”이라며 ”더불어 합병이 끝나면 다양한 주주친화 정책을 적극 검토해 실행하겠다”고 다짐했다.
■ 석유·가스 등 구(舊)사업 안정화와 배터리 등 신(新)사업 시너지 효과 기대
SK이노베이션은 △석유 탐사 및 개발 △원유·제품 트레이딩 및 탱크·터미널 운영 △기유(윤활유 주성분)·윤활유 제조 및 석유 정제·판매 사업을 통해 성장해왔다.
SK E&S는 △천연가스 탐사·개발 △천연가스 액화 및 액화천연가스(LNG) 수송선 터미널 운영 △천연가스 발전 사업으로 회사를 키워왔다.
두 회사는 새로운 먹거리 확보에도 속도를 내왔다.
이에 따라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제조 및 관련 소재 생산을 추진해왔으며 SK E&S는 에너지저장시스템(ESS), 전기차 충전, 재생에너지 등에 가속페달을 밟고 있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란-이스라엘 전쟁 등 국제 정세 불안으로 에너지 업황은 호황·불황을 널뛰기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전 세계에 잇따른 전기차 화재 등으로 전기차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이 시작됐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이처럼 예측하기 어려운 외부 경영환경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미래 에너지 사업 분야에 대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합병이 추진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양사 합병으로 석유·가스사업 부문에서 규모의 경제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이라며 “이를 통해 외부 변동성에 대한 영향을 최소화하고 지속가능한 수익구조를 모두 갖출게 될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SK이노베이션은 이번 합병으로 전기화(Electrification) 부문 사업에서 약 1조7000억원 규모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가장 빠른 시일 내에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분야는 SK이노베이션 자회사 SK온의 배터리 사업과 SK E&S의 ESS 사업이다.
SK온은 최근 배터리 생산 시설을 야심차게 확장하며 글로벌 전기차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다만 전기차 캐즘이 이어지면서 실적 개선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SK E&S는 SK이노베이션 울산CLX(복합공장)에 ESS를 구축한 사업 경험이 풍부하다.
또한 지난 2021년 미국 에너지기업 '레브 리뉴어블스(Rev Renewables)'에 4억달러(약 5300억원)를 투자해 미국에서 ESS 관련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햇다.
업계 관계자는 "합병 두 회사의 협업이 본격화하면 SK온이 생산한 배터리는 전기차 뿐만 아니라 ESS에서도 활용될 여지가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현재 SK온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안정적인 배터리 공급처 확보다.
SK온은 2021년 4분기 출범 후 올해 2분기까지 11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한 가운데 전기차 캐즘이 찾아와 실적 개선이 요원한 상태다.
그러나 이번 합병으로 기존 사업의 규모 확장은 물론 전기차 배터리 등 신규 사업에서 공격경영을 펼칠 수 있는 자금과 경륜을 갖추게 됐다.
■ 국내외 신용평가사 이번 합병에 긍정적 평가 잇따라
이번 양사 합병으로 기업 재무가 중장기적으로 안정화 될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이 나온다.
특히 여러 국내외 신용평가사가 이번 합병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는 점은 두 회사의 합병 전략이 적합했다는 점을 부각한다.
한국신용평가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SK이노베이션과 SK E&S 합병에 따른 현금 창출력은 SK온의 차입부담과 영업실적 부진에 대한 부정적 영향을 줄이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국기업평가(한기평)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이번 합병으로 SK이노베이션 주력 사업인 정유, 화학, 배터리에 추가 사업이 더해져 사업포트폴리오가 다각화되고 영업현금 창출력이 높아질 것”이라며 “합병 이후 영업현금창출 확대, 대규모 자본조달 가능성 등을 감안할 때 재무 안정성이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또 “합병에 따른 즉각적인 재무구조 개선효과가 크지 않지만 SK온 기업가치를 높여 기업공개(IPO) 시점이 앞당기면 자본확충 규모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풀이했다.
해외 신용평가사 관점도 다르지 않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이번 합병으로 SK이노베이션 사업 규모와 포트폴리오가 확대되고 현금흐름 변동성이 줄어들 것”이라며 “향후 SK E&S의 안정적 잉여 현금흐름이 더해져 SK이노베이션 투자부담도 줄어들 수 있다”고 평가했다.
SK온 적자가 지속되면서 모회사 SK이노베이션 재무 구조도 덩달아 악화되고 있어 S&P가 이 같은 평가를 내린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무디스(Moody’s)는 SK이노베이션과 SK E&S 합병 결정에 “SK이노베이션 신용도 측면에서 긍정적”이라며 “향후 배터리 사업의 수익성 개선 여부가 회사 신용등급 결정에 중요한 요인이 될 것”이라고 풀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