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메프 사태 돋보기①] 무리한 인수합병이 불러온 참사…나스닥 상장 목표가 독 됐나
2년간 티몬·위메프·위시 등 이커머스 기업 5개 인수...대부분 자본잠식 상태
최대 70일 달하는 긴 정산주기 악용...G마켓·11번가·네이버는 최대 10일
티몬·위메프, 재무·개발기능 박탈된채 영업본부만 가동…무리한 마케팅 남발
구영배 큐텐 대표가 무리한 사업 확장과 인수합병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유동성 위기에 처하면서 티몬과 위메프의 판매대금을 돌려막기했다는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이 가운데 정부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등에게 5600억원 규모의 자금 지원 대출을 통한 유동성 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그러나 이는 빚으로 빚을 갚는 격이라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뉴스투데이>는 이번 티몬‧위메프 사건이 발생한 원인과 피해자들에 대한 현실적인 구제책, 재발 방지 대책을 짚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뉴스투데이=남지유 기자] 이커머스 기업 티몬과 위메프의 정산 지연 사태가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정부는 현재까지의 피해 규모를 최대 1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지만, 모기업 큐텐그룹의 자금 여력은 800억 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나 위기감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티몬·위메프 정산 지연 사태를 촉발한 주 원인으로 큐텐의 나스닥 상장을 위한 무리한 인수합병(M&A)과 자금 돌려막기가 지목되고 있다.
■ 몸집 불리기 위한 무리한 인수합병...티몬·위메프 등서 수백억씩 자금 빌려 사용
그동안 구 대표는 큐텐의 물류 자회사인 큐익스프레스의 나스닥 상장을 위해 대규모 인수합병(M&A)을 추진해 왔다.
큐텐은 지난 2022년 9월 티몬 인수를 시작으로 지난해 인터파크커머스와 위메프를 사들였고, 올해는 AK몰과 미국쇼핑몰 위시까지 품었다. 문제는 큐텐이 인수한 이커머스 업체들뿐 아니라 자회사들이 대부분 완전자본잠식 상태였다는 점이다.
지난 2022년 기준 티몬의 유동부채는 7193억 원으로 유동자산인 1309억 원보다 5배 이상 많았다. 위메프 역시 지난해 말 기준 유동부채가 3098억 원으로 유동자산 617억 원보다 5배 많았다.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던 큐텐 물류 자회사 큐익스프레스 역시 지난 2022년 말 기준 재무제표상 자본금은 930억 원이지만 누적결손금이 1294억 원으로 자본잠식 상태였다. 매출액은 5126억 원이었으나 영업손실 537억 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여기에 모회사인 큐텐의 재무구조도 열악하긴 마찬가지였다. 지난 2021년 기준 유동부채가 5177억 원으로 유동자산인 1454억 원의 3.5배에 이르며 누적 결손금도 4316억 원에 달했다.
큐텐이 적자인 상태에서 부실한 기업을 줄줄이 인수합병한 배경에는 ‘큐익스프레스 상장’이라는 구 대표의 큰 그림이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나스닥 상장 후 유동성을 확보해 한방에 자금난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구 대표는 본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반대였다. 무리한 인수합병은 결국 독이 됐다. 구 대표는 올해 2월 미국 이커머스 위시를 약 2300억 원에 인수하면서 티몬·위메프의 정산대금을 빼돌려 사용했고, 이로 인해 두 회사의 유동성은 악화할 수밖에 없었다.
실제 구 대표는 티몬·위메프 자금 400억 원을 위시 인수대금으로 썼으며, 이 중에는 판매대금도 포함돼 있다고 인정했다.
■ 정산주기 최대 70일 달해...자금 빼돌릴 시간적 여유 확보
이렇게 구 대표가 티메프의 판매대금을 인수합병 등 다른 목적으로 빼돌려 악용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긴 정산주기가 주효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정산까지 최대 70일의 시간을 확보해 자금을 유용할 수 있는 여력이 생긴 것이다.
티몬은 거래가 발생한 달의 말일을 기준으로 40일 후, 위메프는 두 달 후 7일에 정산 대금을 지급한다. 이는 업계에서도 긴 축에 속한다.
G마켓과 옥션, 11번가, 네이버 쇼핑 등은 구매 확정 후 1영업일 안에 판매대금이 지급된다. 구매확정을 하지 않은 경우 7~8일 후 구매가 확정되기 때문에 최대 열흘 안에는 정산이 완료되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이번 사태의 가장 큰 원인은 티몬과 위메프의 긴 정산 주기에 있다”며 “정산 주기가 길면 판매 대금을 투자나 인수합병 등 다른 용도로 이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구 대표도 인수 합병할 때 티몬과 위메프의 판매자금을 활용해서 판매대금 지연 현상이 일어났다고 인정한 바 있다”며 “올해 4월 예정이었던 큐익스프레스의 상장이 10월로 연기되면서 한계에 다다르며 못 버틴 것 같다”고 덧붙였다.
■ 티몬·위메프, 영업본부만 가동되는 기형적 구조로 운영...무리한 마케팅 경쟁 이어져
영업 본부만 가동하던 티몬과 위메프의 기형적인 기업 구조도 이번 사태의 또 다른 원인으로 꼽힌다.
큐텐은 지난해 4월 조직 개편을 통해 기술본부를 큐텐으로 통합한 뒤 그해 6월 개발과 재무 기능까지 흡수했다. 위메프도 인수합병 즉시 개발과 재무 파트를 큐텐으로 통합했다.
사실상 재무 관리 기능을 박탈당한 티몬과 위메프는 결국 영업과 마케팅에만 치중하는 조직 운영을 할 수밖에 없었다.
티몬·위메프의 인사고과와 성과급은 목표량 충족 여부에 따라 책정됐다. 이에 임직원들은 목표량을 달성하기 위해 역마진 마케팅 공세를 벌이기도 했다. 이러한 제 살 깎기 식 출혈 경쟁은 두 회사의 재무 상황을 악화시켰다.
무리한 프로모션은 티몬‧위메프 사태가 발발하기 직전까지 지속됐다. 유동성 확보를 위해 현금성 상품권을 무리하게 할인 판매한 것이다. 업계는 이러한 상품권 판매를 현금난에 처한 징조로 보고 있다. 일례로 티몬은 올해 6월부터 도서문화상품권을 최대 10% 할인 판매하되 한 달 뒤에 배송해주는 ‘선주문’ 형태로 판매했다.
업계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큐텐이 현금을 급하게 조달하기 위해 상품권 할인 판매 등 무리한 프로모션을 진행했다”며 “상품권 할인은 많아야 2~5% 수준으로 진행하는데, 10% 할인 판매는 이례적으로 큰 할인율”이라면서 “결국 긴 정산주기를 비롯해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무리한 프로모션이 도미노처럼 상황을 악화시켜 이번 사태가 발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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