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승원 기자 입력 : 2024.07.22 00:07 ㅣ 수정 : 2024.07.22 15:06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지난 13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암살미수사건 직후 트럼프 지지의사 밝히면서 뉴욕증시에서 테슬라, 트럼프 관련주에 엮여 주가등락 움직임 보여
[뉴스투데이=정승원 기자]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조 바이든 행정부와는 별로 사이가 안좋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2022년 2월 바이든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전기차 관련 행사를 개최하면서 미국 최대 전기차 업체인 테슬라 CEO 머스크를 초청대상에서 제외한데서 비롯된다.
바이든 행정부는 테슬라가 전미자동차노조에 가입하지 않았다는 이유를 내세웠지만, 평소 바이든 행정부를 공격해온 머스크 CEO의 돌출발언을 우려해 초청하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아무튼 이 사건 이후 머스크는 바이든을 비롯해 민주당 행정부에 대한 공격수위를 높여왔다. 트럼프가 종종 바이든을 가리켜 조롱하는 표현인 ‘슬리피 조’(졸리운 조) 역시 머스크가 가장 먼저 쓴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정작 바이든은 친환경정책에 방점을 두면서 전기차에 대규모 보조금을 주는 등 전기차업계에 우호적인 행보를 보여왔다.
바이든 정부의 정책에는 부정적인 입장이었지만 정치적으로 이렇다할 색채를 보이지 않았던 머스크는 트럼프에 대한 암살미수 사건이 발생하자, 트럼프 쪽으로 급격하게 기울었다.
머스크는 트럼프 암살미수사건 직후 자신의 X(옛 트위터)를 통해 트럼프 공식 지지를 선언했다. 월스트리트저널 등 일부 언론은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머스크가 트럼프 캠프에 대규모 선거자금을 기부할 것이라며, 트럼프 진영에 매달 4500만달러(약 630억원)을 기부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머스크는 일단 트럼프 정치자금 기부 보도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라고 발을 뺐다. 그는 “아무 것도 약속하지 않았다”면서 자신이 연초 밝힌대로 올해 대선에서는 그 누구에게도 거액의 기부금을 계획하고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머스크의 진의가 무엇인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전기차를 둘러싼 여러 변수들을 고려한다면 머스크가 트럼프를 지지한다는 것외에 거액의 기부금까지 제공하는 것은 자신의 목에 칼날을 겨누는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통계를 보면, 테슬라 주요 고객층의 70%는 정치적으로 민주당 지지성향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당의 아성이나 다름없는 캘리포니아는 테슬라 미국 판매량의 3분의 1을 차지할 정도로 큰 시장이다.
더욱이 캘리포니아에서 테슬라의 지난 2분기 신차 등록 대수는 5만2211대로, 작년 동기(6만8827대)보다 무려 24.1%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캘리포니아의 전체 자동차 시장에서 테슬라가 차지하는 점유율 역시 작년 2분기 14.6%에서 올해 2분기에는 11.3%로 3.3%포인트 낮아졌다.
머스크가 확실하게 트럼프 지지를 밝힌 것이 최근임을 고려한다면, 판매대수 감소가 머스크의 정치적 성향 때문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머스크가 정치적 성향을 분명히 하면 할수록 테슬라의 판매에는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이 설득력을 갖고 있다.
트럼프가 머스크의 바람과는 다르게, 전기차에 적대적이고 전통차에 우호적인 인물이라는 것도 변수가 될 수 있다. 트럼프는 2016년 대선이나, 2020년 대선에서 줄곧 미시간, 펜실베이니아, 오하이오 등 러스트벨트(쇠락해가는 공업지대) 표를 겨냥해 전통적인 자동차와 제조업 부활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이번에도 트럼프는 취임하면 첫날부터 전지차에 대한 보조금을 없애 미국의 자동차산업의 몰락을 막겠다고 발언하는 등 전기차에 적대적인 발언을 내놓았다.
머스크의 일방적인 짝사랑과는 다르게 트럼프는 민주당 지지성향이 선호하는 전기차보다는 자신에게 표를 몰아줄 수 있는 유권자들을 겨냥해 전통적인 자동차 부활에 더 큰 비중을 실을 것이 확실해 보인다.
트럼프 암살미수사건 이후 머스크가 그에 대한 확실한 지지의사를 밝힌 이후 뉴욕증시에서 테슬라는 마치 ‘트럼프 인맥주’ 같은 움직임을 보였다. 암살미수 사건직후 열린 뉴욕증시에서 테슬라는 6% 이상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캘리포니아 내 판매대수가 2분기에 급격하게 줄었다는 보도이후 테슬라는 4% 이상 빠지는 등 정치적 변수보다는 다시 실적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처럼 바뀌고 있다. 민주당 지지성향을 주요 고객층으로 두고 있는 테슬라가 트럼프 관련주로 움직이는 이상한 현상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