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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수의 식탁이야기(17)

여름 보양식의 지존 ‘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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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수 전문기자
입력 : 2024.07.20 06:25 ㅣ 수정 : 2024.10.11 16:47

조선시대부터 왕실의 보양식으로 사랑 받아 온 고급 음식
단백질 풍부하면서도 지방 함량 낮아 고혈압‧당뇨병에 특효
식초 듬뿍 넣은 초고추장에 민어회 찍어 먹으면 여름철 별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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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어회는 6월에서 8월까지가 가장 제 맛이 날 때다. 민어는 기름진 생선이라 된장과 맛이 어울린다. 초고추장에 찍어 먹을 때는 식초를 듬뿍 넣는 것이 맛있게 먹는 요령이다. 사진은 서울 이마트 성수점에서 모델들이 무더위를 이길 민어회를 선보이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뉴스투데이=김연수 전문기자]  초복도 지났고 본격적인 여름 무더위가 찾아왔다. 더위에 지쳐 기운이 없고 입맛까지 떨어지게 되면 저절로 몸보신을 위한 음식들을 찾게 마련이다. 물론 개인마다 선호하는 음식은 다를 수 있겠으나, 여름 보양식의 지존하면 역시 민어이다. 

 

민어는 조선시대부터 아주 귀한 대접을 받아온 생선이다. 특히 궁중 요리에 자주 사용되었으며, 왕실의 보양식으로도 사랑받았다. 민어를 잡기 위해서는 깊은 바다에서의 어로 작업이 필요했으므로 더욱 고급 식재료로 취급되었던 것 같다. 

 

조선시대 삼계탕이 서민들의 보양식이었다면 양반들 사이에서 최고의 보양식은 단연 민어탕이었다. 오죽하면 민어탕이 일품(一品), 도미탕이 이품(二品), 보신탕이 삼품(三品)이란 말도 있었을까. 이러한 전통 덕분에 지금도 민어 앞에서는 고급 생선으로 알려진 도미조차도 명함을 못 내미는 지경이다.

 

민어는 맛과 영양 면에서도 그런 대접을 충분히 받을만한 자격이 있다. 민어는 맛이 아주 담백하고 비린내가 거의 없다. 그 뽀얀 흰 살은 여름마다 기력이 떨어져 소화력을 잃는 허약한 체질들에게 더할 나위 없는 보약이다. 민어는 단백질이 아주 풍부하면서도 지방함량이 낮아 고혈압, 당뇨병 등 성인병 증상이 있는 사람에게도 유익한 음식이다. 각종 미네랄과 두뇌활동에 필요한 핵산, 오메가3 등의 성분들도 풍부하다. 특유의 담담하면서도 단맛을 내는 민어를 먹음으로써 더위로 잃은 입맛을 되찾는 효과까지 얻을 수 있다.

 

민어는 그 울음소리가 조기 못지않게 특이한데, 겨울에는 따뜻한 남쪽 바다에서 지내다가 봄이 되면 '욱욱' 울어대며 민어 떼가 서해로 올라온다. 여름부터 가을까지는 민어가 알을 낳는 시기이다. 민어가 예부터 보양식으로 취급받는 이유 중에는 민어의 수명도 한몫한다. 민어의 수명은 10~15년 정도로 몸길이는 80~100㎝쯤으로 큰 생선에 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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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부터 왕실의 보양식으로 사랑받은 음식인 민어는 민어탕‧민어회‧민어찜‧민어전 등 다양한 방식으로 요리할 수 있다. 사진은 목포 민어거리에서 만난 민어 요리. [사진=연합뉴스]

 

■ 민어탕‧민어회‧민어찜‧민어전 등 민어 활용한 요리법 풍부…살이 탄탄하고 탄력 있는 5kg 이상 싱싱한 민어 선택하는 것이 관건 

 

민어는 다양한 요리로 맛을 즐길 수 있는 생선이다. 대표적인 민어 요리로 먼저 민어탕이 있다. 민어의 살과 뼈를 우려낸 국물에 미나리, 쑥갓, 모시조개, 마늘, 양파 등을 함께 끓여냄으로써 그 깊고 진한 맛이 일품이다. 민어탕을 만들 때는 반드시 애호박을 함께 넣도록 한다. 애호박도 지금 이때가 한창 단맛이 드는 시기라 맛이 더하다. 설탕 한술 넣지 않았는데도 민어탕의 달착근한 향미와 담백한 맛이 더위에 지친 피로를 한 번에 풀어내는 마력이 있다. 

 

이렇게 고추장을 풀은 얼큰한 민어탕도 좋지만 개인적으로 민어는 역시 회 맛이다. 핑크빛이 감도는 뽀얀 살결이 보는 것만으로도 황홀해지면서 한점 한점 집어 먹을 때마다 바닷속의 신선한 영양분이 입속으로 퍼져드는 느낌이다.

 

미식가들 사이에 민어회를 최고의 횟감으로 치는 진짜 이유는 무엇보다도 부레(공기주머니) 때문일 것이다. 민어회를 한 접시 시켜 여럿이 둘러앉아 먹을 때 부레를 제일 먼저 먹는 사람이 바로 ‘상전’ 임을 눈치챌 수 있듯이, 민어 부레는 아주 귀한 음식으로 친다. 최근에는 부레에 젤라틴, 콘드로이틴, 비타민E 등이 풍부하다고 알려져 더욱 인기이다. 대부분의 생선 부레가 식용으로 이용되지 않는 것과 달리 민어 부레는 씹히는 질감이나 담백한 맛이 여느 생선과는 다르다. 옛날에는 민어 부레로 질 좋은 풀을 만들기도 했고, 값비싼 장롱이나 문갑은 반드시 민어 부레로 만든 풀로 붙였다고 한다. 

 

민어회는 6월에서 8월까지가 가장 제 맛이 날 때다. 민어는 기름진 생선이라 된장과 맛이 어울리는데 초고추장에 찍어 먹을 때는 식초를 듬뿍 넣는 것이 또한 맛있게 먹는 요령이다. 식초를 넣으면 민어 맛이 더욱 쫄깃하고 담백함을 느낄 수 있다. 

 

또 민어찜은 민어를 양념에 재워 쪄내는 요리로, 부드럽고 촉촉한 식감이 특징이다. 민어구이는 간단하게 소금구이로 즐길 수 있으며, 민어의 담백한 맛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그런가 하면 도톰한 민어살을 저며 떠서 밀가루와 계란옷을 입혀 팬에 기름을 둘러 지져낸 민어전은 또 그 맛이 얼마나 귀품이 있는지 모른다. 민어전은 어린아이에게도 적당하며, 여름철 고급 술안주로도 좋다. 요즘은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생선 코너에서 민어를 부위별로 먹기 좋게 나눠 팔기 때문에 식성에 따라 요리해 먹기도 편해졌다. 횟감으로도 잘 포장되어 소량씩 구매도 가능하다.

 

한편, 민어를 제대로 먹으려면 싱싱한 것이 관건이다. 손으로 눌렀을 때 살이 단단하고 탄력이 있어야 한다. 또, 민어는 암컷보다는 수컷 맛이 더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왕이면 5kg이상 큰 것을 먹어야 깊은 맛을 더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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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연수 프로필 ▶ 연세대학교 아동가족학 학사 / 前 문화일보 의학전문기자 / 연세대학교 생활환경대학원 외식산업 고위자과정 강사 / 저서로 ‘4주간의 음식치료 고혈압’ ‘4주간의 음식치료 당뇨병’ ‘내 아이를 위한 음식테라피’ 등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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