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최정호 기자] 오는 10월 형기를 마치고 출소하는 어진 안국약품 부회장에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어 부회장은 직원에게 불법으로 임상시험을 한 혐의로 현재 수감 중이다. 제약사 오너로서는 꽤 부담스러운 사법 리스크를 안고 있는 셈이다. 

안국약품은 지난 2022년 고(故) 어준선 전 명예회장 별세 후 회장 자리가 공석인 상태다. 어 부회장의 동생인 어광 안국건강 대표는 안국약품 경영에는 참여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출소와 동시에 어 부회장이 안국약품 대표이사로 이름을 올려야 100억원 이상에 달하는 상속세를 공제 받게 된다. 어 부회장이 사법리스크를 돌파해 회장과 대표이사 자리에 오를지에 대해 이목이 집중되는 것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안국약품은 전문의약품 위주의 포트폴리오를 갖고 있으며 특히 고혈압‧당뇨 치료제 제네릭을 제조해 공급하는 기업이다. 일반 대중들에게는 ‘토비콤’이라는 눈 건강 영양제로 알려져 있다. 특히 토비콤은 일반의약품(약사가 판매하는)으로 판매되다 몇 년 전 건강기능식품으로 전환되면서 많은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고 있다.  

■ 직원들 동원한 불법 임상시험 ‘실형’…제약사 오너로서는 최악의 사법리스크

안국약품은 어 부회장이 대표이사 직에서 물러나기 전인 지난 2021년 연간 1653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어 부회장이 물러난 지난 2022년부터 2053억원과 2023년 2336억원의 매출을 각각 기록하며 우상향했다. 지난 2021년과 비교해 보면 2023년 연매출이 29.24% 급상승한 수준이다. 올해 1분기 657억원의 매출을 올려 역대급 매출 달성도 기대된다.  

또 안국약품은 대화제약과 대우제약과 함께 임상 3상 중인 의약품 2건을 공동개발 중이다. 지난 2021년은 매출액 대비 10.60%의 연구개발비를 집행했다. 지난 2022년에는 6.31%와 2023년 5.24%를 각각 집행했다.

문제는 어 부회장의 10월 복귀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는 점이다. 통상적으로 배임‧횡령 등의 경우 사법당국이 재취업 제한을 명령을 내리지만, 어 부회장의 경우 예외 적용될 공산이 크다. 하지만 제약사를 경영하기에 어 부회장의 사법리스크는 무겁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 의견이다.     

어 부회장은 지난 2016년 식품의약품안전처 승인 없이 안국약품 중앙연구소 직원 16명을 상대로 개발 중인 혈압강하제 후보물질을 투약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지난 2017년에는 직원 12명을 대상으로 항혈전응고제를 투여해 임상시험을 진행한 바 있다. 

이로 인해 어 부회장은 지난 2월 2심 재판부에서 징역 8개월 형을 선고받았다. 안국약품도 벌금 2000만원이 부가됐다. 재판부도 “회사 지시에 순응할 수밖에 없는 취약한 지위에 있는 직원들을 이용해 임상시험을 한 것으로 윤리적 비난 가능성이 크다”며 “임상시험 대상자의 생명이나 건강을 담보로 해 비용이나 시간을 절감하려 했다”라며 어 부회장의 위법행위를 무겁다고 판단했다.

희귀질환이나 난치병의 경우 치료제 개발이 어려운 것은 환자 수가 적어 임상시험에 참여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안국약품이 개발하려 했던 혈압강하제와 항혈전제의 경우 환자가 비교적 많은 상황이라 임상시험 참여자를 확보하는 게 어려운 게 아니다. 안국약품이 직원을 이용해 임상시험을 한 것을 보면 임상디자인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진행했다는 얘기다. 

국내 제약 산업은 신약 개발 위주로 체질 개선이 진행되고 있다. 신약이 없으면 기업이 성장할 수 없는 구조로 변모되고 있다. 안국약품은 불법 임상시험으로 식약처에 미운털이 바뀐 상황이다. 특히 항혈전응고제 개발 과정에서 동물을 대상으로 한 비임상시험 데이터를 조작한 후 식약처에 제출해 승인까지 받기도 했다.

앞으로 안국약품이 제네릭과 개량 신약 개발하고자 할 때 식약처가 제동을 걸 가능성 크다. 특히 신약 개발의 경우 IND(임상시험 허가 신약) 승인은 기대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 상속세 면제 위해 대표이사직 앉아야…제약 업계 최악을 상황 

어 부회장은 부친 고(故) 어준선 전 명예회장으로부터 지난 2022년 12월 안국약품 지분 20.53%를 상속받아 총 43.22%를 보유하고 있다. 2대 주주인 동생 어광 안국건강 대표가 안국약품 지분 3.80%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볼 때 어 부회장의 지분율은 앞도적으로 높다. 어 부회장이 상속 받은 지분을 당시 종가 기분으로 환산하면 266억원이다.

가업승계의 경우 연매출 4000억원 이하 기업 오너 2세에게 최대 600억원의 상속가액을 공제할 수 있다. 어 부회장은 지난 1998년 안국약품 사장 취임 후 지난 2022년까지 대표이사 직을 수행해 상속세를 면제 대상에 포함된다. 다만 상속세 신고 기한으로부터 2년 이내에 대표이사에 올라야 한다. 올해 12월까지 안국약품 대표이사 직에 앉아야만 100억원이 넘는 상속세를 납부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어 부회장은 출소 후 빠르게 대표이사 자리에 올라야만 하는 상황이다. 

경기 불황으로 경영 환경이 어려운 가운데 제약 업계의 경우 의정 갈등에 따른 피해마져 보고 있다. 전문의약품 취급 비중이 높은 제약사들은 2‧3차의료기관의 기능이 마비되면서 처방 실적이 급격히 떨어졌다. 또 보건당국의 약가 인하로 제네릭 위주 제약사의 경우 매출 감소를  겪었다. 중견 이하 제약사에게는 최악의 경영 상황이다. 

현재 안국약품은 전문경영인 체제에서 순항하고 있다. 어 부회장은 사법리스크를 뚫고 상속세 문제 해결을 위해 대표이사 직에 올라야 하기 때문에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