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채 개인 '큰 손' 등장...증권사, 2분기 밸류업·IB 순항하나
[뉴스투데이=황수분 기자] 증권사들이 올해 1분기 리테일과 회사채 발행 확대로 수수료 수익이 늘며 양호한 성적표를 받은 데 이어, 2분기도 비슷한 흐름을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정부가 추진하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따른 브로커리지(위탁매매)와 개인투자자들의 채권 투자 열기에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내세우는 회사채에 손을 뻗는 개인이 늘면서다.
일단 증권업계가 우려했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공포에서 한숨은 돌렸으나 관련 충당금은 여전히 2분기에도 실적에는 변수로 떠오른다. 특히 다음달부터 정부의 PF 사업장 구조조정이 본격화하면 대형사보다는 중소형사들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게 중론이다.
25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4년 1분기 증권·선물회사 영업실적'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증권사 60곳의 일회성 요인을 제외한 순이익은 2조5141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3635억원(16.9%) 늘었다.
우선 1분기 코스피·코스닥시장의 일평균 거래대금을 보면 지난해 11~12월 8조~9조원 수준에 머문 반면, 올해는 21조5109억원으로 전년보다 23% 확대됐다. 정부의 밸류업 효과 덕이 컸다.
업계에서는 2분기뿐 아니라 하반기도 밸류업으로 인한 시장 활성화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달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가이드라인 최종안이 발표된 만큼 향후에도 개인투자자들의 시장 참여가 지속되면서 증시 거래대금 등 증가가 실적을 견인할 것이란 분석이다.
윤유동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1분기 일평균 거래대금이 전년 동기보다 3조원 늘었고 주식시장이 상승하며 자기자본 투자(PI) 부문도 호조가 가능할 것 같다"고 말했다.
회사채 시장에서도 개인투자자들의 성장세가 돋보였다. 지난해 개인들은 저쿠폰 국채 투자에 집중했다면 올해는 회사채로 시선을 돌렸다.
실제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개인들은 금리인하 기대감을 등에 업고 국내 채권시장에서 회사채를 4조3866억원어치 순매수한 것으로 나왔다. 같은 기간 전체 회사채 순매수 금액(14조110억원)의 33.5%가 개인이었다.
김상인 하나증권 연구원은 “회사채 순매수와 순매도가 모두 활발한 기관과 다르게 개인은 신규 매수가 많아 순매수 금액이 높게 잡히는 편이다”며 “다만 이런 특성을 차치하고 봐도 최근 회사채에 대한 개인투자자 관심이 매우 커졌다”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 속에 금융감독원은 올해 1분기 증권사 60곳의 기업금융(IB) 부문 수수료가 회사채 발행 규모 확대에 힘입어 864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63억원(14.0%) 늘어났다고 했다.
올해 개인투자자들은 은행, 기타법인 등 다른 기관보다 회사채를 더 많이 사들이며 회사채 시장의 큰 손으로 자리잡았다. 한동안 미국, 일본 등 해외 증시와 달리 변동성이 심한 국내 증시에 주식투자 매력도가 떨어진 것이 원인으로 작용했다.
특히 고금리 환경에서 채권을 저가 매수해 미국 기준금리가 인하하면 차익실현할 수 있다는 대목에 주목했다. 최근 캐나다 중앙은행, 유럽중앙은행(ECB) 등은 금리를 내렸고 미국도 연내 1차례 금리인하 가능성을 시사해서다.
개인투자자가 소화할 주 타깃은 수요 예측 단계에서 기관 자금이 충분히 들어오지 않아 목표 물량 확보에는 실패했으나 신용등급은 양호한 회사채다.
예컨대 GS건설(A)은 총 1000억원 모집에 나서 280억원 주문을 받는 데 그쳤다. 이후 목재 업체인 동화기업(A-)도 300억원 모집에 나섰지만 목표 물량(300억원)의 절반만 채웠다.
다만 회사채는 투자 위험성이 큰 상품으로 분류되는 만큼 부실채권 전환 여부에 주의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태영건설의 경우 워크아웃(기업재무구조개선)을 신청한 지난해 12월 28일 태영건설 신용등급은 A-였다.
한국기업평가는 워크아웃 소식이 알려진 후 태영건설의 공모채 신용등급을 CCC에서 최근 C 등급으로 하향 조정했고, 나이스신용평가는 태영건설 채권 신용등급을 기존 CCC로 유지하고 있다.
신용등급 'C'는 채무불이행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고, 합리적인 예측 범위내에서 채무불이행 발생이 불가피한 수준을 의미한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올해 들어 개인투자자들은 채권 투자에 대한 관심이 커진 가운데 과거에는 채권에 대한 이해도와 정보가 부족했지만 지금은 증권사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등 간편하게 투자가 가능해졌다”며 “증권사들의 2분기 실적도 밸류업에 이어 IB 부문에서 실적을 견인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