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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퇴직연금 90조 돌파…장기 투자 '밸류업' 마중물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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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수분 기자
입력 : 2024.05.21 08:25 ㅣ 수정 : 2024.05.21 08:25

퇴직연금 시장 385조원 규모, 증권업계는 '가파른 성장'
미래에셋증권 1위, 2위는 현대차증권, 한국투자증권 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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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업계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가 90조원을 넘어섰다. [이미지=freepik]

 

[뉴스투데이=황수분 기자] 증권업계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가 90조원을 넘어선 가운데 퇴직연금 시장이 안정성에서 수익성 중심으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 이에 시장에서는 기업가치 저평가 해소를 위한 첫걸음이 될 것이란 기대도 높아지고 있다. 

 

국내 증시에서 장기투자를 가능하게 하는 노력이 시도된다는 점에서는 분명히 의미가 있으며, 이에 장기 성과를 목표로 연금 자산을 꾸준히 모아가는 게 연금 투자에 유리하다는 판단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증권사들은 상품 라인업을 꾸준히 강화하면서 ‘퇴직연금 시장의 강자’로서의 지위를 공고히 하는 등 DC(확정기여형)·IRP(개인형퇴직연금) 신규 가입자를 늘리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2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기준 퇴직연금 시장 규모는 385조7521억원이다. 이중 같은 기간 증권사 퇴직연금 적립금은 90조7041억원을 기록하며 지난해 4분기(86조7397억원)보다 4.6%(3조9644억원) 늘었다. 

 

같은 기간 은행권의 퇴직연금 적립금은 2.2%, 보험권은 0.6% 증가했다. 물론 규모면으로 보면 은행권(202조)이 월등히 앞서고 있지만 보험권과는 엇비슷해졌다. 퇴직연금 시장에서 증권사의 약진이 두드러지고 있다. 

 

증권업계가 퇴직연금 관련 가파른 성장세는 지난해 7월 사전지정운용제도(디폴트옵션) 시행으로 운용 능력이 부각된 데다, 시장에서 이자보다 투자 수익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비교적 공격적인 운용 방식을 취한 덕분이다. 

 

전통적으로 대형 보험사·은행 영역으로만 여겨졌다. 퇴직연금은 특성상 안정적인 재테크를 원하는 고객이 많아서다. 하지만 디폴트옵션을 시행하면서 증권사로 자금이동이 이뤄지고 있다.

 

금감원 측은 “퇴직연금 제도 도입 이후 처음으로 연금수령이 계좌 수 기준 10%를 돌파(금액 기준 49.7%)해 연금화율도 해마다 개선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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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금융감독원]

 

증권업계에서는 미래에셋증권이 전체 증권사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의 28%를 차지한 25조5177억원으로 가장 두각을 보인다. 수익률 측면에서도 우수한 성과를 나타낸다. 

 

지난해 3월부터 올 3월까지 최근 1년간 미래에셋증권의 평균 퇴직연금 운용 수익률은 8.1%다. 이는 증권업계 전체(6.9%)나 은행권(4.7%)을 뛰어넘는 수치다.

 

실제 미래에셋증권은 지난해 1분기 증권사 중 처음으로 4대 대형은행 중 한 곳인 우리은행을 제쳤고, 올 1분기에는 IBK기업은행도 넘어섰다. 

 

미래에셋증권은 글로벌 자산배분 포트폴리오로 퇴직연금을 쉽고 편하게 관리할 수 있는 ‘미래에셋증권 퇴직연금 MP구독’ 서비스를 추천했다. 지난해 말 기준 약 9000명의 가입자가 약 6900억원의 퇴직연금 자산을 MP구독 서비스로 운용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퇴직연금을 직접 투자하고 관리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는 고객, 매번 신경 쓸 필요 없이 전문가의 지속적인 관리를 받고자 하는 고객, 복잡한 절차 없이 간편하게 포트폴리오를 매수하기 원하는 고객을 위한 서비스다”고 설명했다. 

 

현대차증권이 16조3804억원으로 13개 상위 주요 사업자 중 2위다. 현대차증권이 퇴직연금 시장에서 입지를 공고히 다진 영향이다. 그 결과, 올해 1분기 DC 수익률(원리금비보장)은 14.56%다. 

 

현대차증권은 조직·인력·시스템 인프라·컨설팅·적립금 운용 수익률 제고 등 퇴직연금 부분 전반에 대한 사업 역량 강화를 통해 고객사와 가입자에게 피부로 체감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다만 3위 자리를 둘러싼 경쟁은 치열하다. 한국투자증권이 13조5714억원에 이어 삼성증권이 12조8612억원으로 바짝 추격하고 있다. 지난해 4분기 한국투자증권과 삼성증권의 퇴직연금 적립금 차이는 9522억원이었는데, 올 1분기 7102억원으로 좁혀졌다. 

 

삼성증권은 올 1분기 DC 퇴직연금의 원리금 비보장형 상품 수익률의 경우 15.2%로 증권업계 1위를 차지했다. 이는 증권업 평균 12.5%를 웃도는 수익률로, 지난해 대비 ETF(상장지수펀드) 투자가 크게 늘면서 긍정적인 성과로 작용했다.

 

또한 연금 전담 PB(프라이빗뱅커)들이 전문적인 연금 상담을 지원하는 삼성증권 연금센터와 디지털 자산관리 본부를 통한 연금상담이 정착되면서 시장변화에 보다 발 빠르고 적극적인 대응이 가능했다는 분석이다. 

 

일부 증권사 중에는 퇴직연금 시장에 신규 진출을 추진하는 움직임도 포착된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은 현재 퇴직연금 상품을 운용하지 않는데, 내부적으로 퇴직연금 상품 취급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사들은 퇴직연금 관련 신규 가입자를 늘리려고 애쓰는 모습이다. 삼성증권은 연금계좌 순입금액 구간에 따라 신세계상품권을 최대 73만원까지 지급하는 '연금 투게더 시즌2' 이벤트도 6월말까지 진행한다.

 

한국투자증권은 퇴직연금 모바일 서비스 통합을 기념해 IRP 계좌 보유 고객을 대상으로 오는 31일 이벤트 종료 시까지 일일 선착순 250명에게 스타벅스 커피 쿠폰을 지급한다. 

 

NH투자증권은 퇴직연금(DC·IRP) 신규 고객을 위한 '퇴직연금 웰컴패키지' 서비스를 올해 12월 31일까지 진행한다. 퇴직연금 웰컴패키지는 △퇴직연금 웰컴이벤트 △퇴직연금 웰컴가이드북 △퇴직연금 친구톡 이벤트 등 3가지다. 

 

업계는 퇴직연금이 최근 국내 증시 매수 규모를 다시 키우는 국민연금과 함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마중물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퇴직연금의 85%가 예적금 등 원리금 보장형 상품에 투자하고 있고 중장년층은 부동산에 큰 자금이 묶여 있는 한국과 달리, 미국은 연금 자산의 86%가량을 주식에 투자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퇴직연금을 예적금 등 원금 보장형 상품에 묶어두는 형태의 운용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지적한다. 퇴직연금을 주식시장에 투자 시 증시에는 수백조원의 자금이 유입돼 수급상 지수와 주가를 끌어올리는 효과까지 노릴 수 있다. 

 

이정빈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자산운용사·연기금이 9월 출시될 밸류업 지수를 벤치마크 지표로 활용할 수도 있다”며 “밸류업 상장지수펀드(ETF) 개발 등으로 연기금을 비롯한 기관투자가들이 기업가치 제고에 좀 더 신경 쓸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강조했다. 

 

증권사 IRP는 은행과 보험사와 달리 실시간 매매 형식의 상장지수펀드(ETF)도 선택할 수 있어 운용 역량에 따라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존재한다.

 

전문가들은 노후 안정적인 투자 성과를 누리기 위해서는 누적 적립금보다 수익률을 우선해 선택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강송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말 전체 퇴직연금의 17.2%이었던 IRP 비중은 2032년 27.8%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인구 고령화 진행으로 퇴직연금 시장에서는 고연령대의 이직자와 은퇴자 비중이 높은 IRP 시장이 가장 빠르게 성장할 것이며 증권사가 그 수혜를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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