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네르바의 눈] 고물가 후유증으로 쪼그라든 가계 살림살이
[기사요약]
1/4분기 가구당 월평균 실질소득, 물가 오른 만큼 소득이 늘어나지 못해 감소
소비지출도 가격 오르면서 지출금액 늘었지만, 물가상승 고려하면 지난해 동기와 같은 수준
가계가 쓸 수 있는 돈에서 소비하고 남은 돈인 흑자액도 이전보다 줄어드는 등 가계의 주름살 깊어져..
소득 가장 낮은 1분위 저소득층 가구의 적자가구 비율 60.3%로 가장 높아.. 소득분위 낮을수록 적자가구 비율도 높은 편
[뉴스투데이=김범식 서울연구원 명예연구위원] 가계 살림살이가 어떠한지는 주요 관심사이다. 어느 시대나 어느 정부를 막론하고 모두 가계의 살림살이를 좀 더 풍요롭게 하려고 힘쓴다.
이러한 정책을 뒷받침하려면 국민의 소득과 소비 수준 변화를 측정하고 분석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가구에 대한 가계수지 실태를 파악할 필요가 있는데, 대표적인 통계로 통계청의 ‘가계동향조사’를 들 수 있다.
이 조사는 전국 약 7200개 표본가구를 대상으로 조사대상월 한 달간의 소득 및 지출에 대해 매월 조사한 다음에 분기별로 작성해 발표하고 있다.
• 1/4분기 가구당 월평균 실질소득은 감소, 실질소비지출은 동일 수준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2024년 1/4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512만2천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 증가했다. 그러나 물가상승을 고려한 실질소득은 오히려 1.6% 감소했다.
또한, 소득에서 세금, 사회보험, 국민연금, 이자비용 등과 같이 생활비 이외로 지출하는 비소비지출을 뺀 월평균 처분가능소득도 404만6천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1.4% 증가했지만, 실질처분가능소득은 1.6% 감소했다.
한편, 올해 1/4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비지출은 290만8천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 증가했지만, 물가상승을 고려한 실질소비지출은 지난해 1/4분기 수준과 같았다.
명목소득과 명목소비지출은 조사 시점 금액으로 평가한 것이지만, 실질소득과 실질소비지출은 가격을 기준년(2020년)으로 고정하여 물가변동 영향을 제거한 것이다. 이때 명목금액을 실질화시키기 위한 디플레이터는 소비자물가지수를 사용한다.
이번 1/4분기 가계동향조사에서 조사 시점 가격으로 평가한 소득과 소비지출은 늘어났다. 그러나 물가가 오른 만큼 소득이 늘어나지 못하면서 실질소득은 감소했고, 소비지출도 가격이 올라서 늘어난 것으로 실제 소비 자체는 늘지 않았다.
즉, 고물가 여파로 이번 1/4분기 가계 살림살이는 이전보다 더 팍팍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실질소득 감소로 흑자율 줄어들고, 적자가구는 소폭 늘어나..
가계 살림살이가 어려워졌다는 사실은 가계가 쓸 수 있는 돈에서 소비하고 남은 돈이 줄어든 데서 드러난다.
1/4분기 가구당 월평균 흑자액은 113만8천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2.6% 감소했고, 흑자율은 28.1%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p 하락했다. 흑자액은 처분가능소득에서 소비지출을 뺀 것이고, 흑자율은 흑자액을 처분가능소득으로 나눈 것이다.
이때 처분가능소득, 즉 자유롭게 쓸 수 있는 돈보다 소비로 쓴 돈이 더 큰 가계가 있을 수 있다. 이러한 가계를 ‘적자가구’로 부른다.
올해 1/4분기 전체 가구 중 적자가구 비율은 26.8%로 전년 동기대비 0.1%p 올랐다. 적자가구 비율은 2023년 1/4분기 26.7%에서 2/4분기 23.0%로 줄어들었으나, 3/4분기 24.6%, 4/4분기 24.7%, 그리고 2024년 1/4분기 26.8%로 3분기 연속 확대되었다.
가계소득을 크기순으로 구분할 때 5분위 소득을 사용할 수 있다. 이는 소득을 기준으로 20%씩 균등하게 나눈 후 각 구간의 가구소득을 평균한 것이다.
이때 소득이 가장 낮은 쪽의 구간이 1분위로 하위 20%를 차지하며, 소득이 가장 많은 쪽의 구간은 5분위로 상위 20%를 차지한다.
1/4분기 적자가구 비율을 소득 5분위별로 보면, 1분위가 60.3%로 가장 많고, 2분위 28.3%, 3분위 17.1%, 4분위 18.2%, 5분위 9.4%로 나타났다. 즉, 소득분위가 낮을수록 적자가구 비율이 높은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저소득층 가구일수록 버는 돈에 비해 식료품, 의료비 등 필수적으로 소비할 곳이 많기 때문이다.
이번 1/4분기 가계동향조사가 우리에게 보여준 것은 고물가 여파로 실질소득이 오히려 줄어들면서 가계의 주름살이 크게 늘었다는 것이다. 특히 이러한 어려움은 고소득층 가구보다는 상대적으로 저소득층 가구에서 더 컸었다.
정책당국은 유통구조 개선 등을 통해 물가안정 기조가 조속히 시장에 정착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한편, 중장기적으로 가계의 소득창출력을 높이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노력 등에 힘입어 이후에는 적자에서 벗어나 웃음꽃을 피우는 서민 가계가 많았으면 좋겠다.
[정리=최봉 산업경제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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