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투분석] SK 최태원 호(號), 사피온·리벨리온 합병으로 글로벌 'AI반도체' 주도권 거머쥔다

전소영 기자 입력 : 2024.06.15 07:00 ㅣ 수정 : 2024.06.15 07:00

SK 반도체 사업, 그룹 지속성장 이끄는 新성장동력으로 우뚝
SKT, 사피온-리벨리온 합병 추진해 AI반도체 경쟁 본격 나서
SK하이닉스, 양사 합병으로 AI반도체 시장 추이 변화 따른 신속대응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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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SK텔레콤]

 

[뉴스투데이=전소영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최대 업적을 꼽으라면 단연 반도체 사업이다.

 

최태원 회장의 뚝심으로 '미운 오리 새끼, 부실덩어리' 취급을 받은 하이닉스를 인수하며 본격화된 SK의 반도체 사업은 현재 그룹의 신(新)성장동력으로 우뚝섰다.

 

특히 AI(인공지능)반도체가 최근 시대적 화두로 급부상하며 고성능 반도체 'HBM(고(高)대역폭메모리)' 수요가 커지는 가운데 HBM의 진가를 일찍부터 알아본 SK는 수혜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이에 힘입어 SK는 최근 반도체 계열사 SK하이닉스가 끌고 이동통신업체 SK텔레콤이 밀어주며 반도체 포트폴리오를 강화하는데 고삐를 죄고 있다.

 

특히 SK텔레콤(SKT)을 현재 이끌고 있는 유영상 대표는 2011년 사업개발팀장으로 당시 사업개발실장 박정호 현(現) SK하이닉스 부회장을 도와 SK텔레콤의 하이닉스 인수를 지원사격했다. 

 

유영상 대표가 다시 한번 그룹의 반도체 경쟁력 강화에 힘을 보탤 수 있을 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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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피온이 지난해 말 출시한 차세대 데이터센터용 AI반도체 ‘X330’ [사진 = 사피온 홈페이지]

 

1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재 AI를 구동하는데 GPU(그래픽처리장치)가 주로 사용된다.

 

GPU는 많은 양의 데이터를 동시에 처리할 수 있는 병렬 구조 프로세스로 이뤄져 복잡한 연산을 빠르게 처리해야 하는 AI 기술을 활용할 때 적극 활용된다. 

 

글로벌 AI반도체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미국 반도체업체 엔비디아 역시 GPU 기술을 기반으로 제품을 개발한다.

 

하지만 GPU는 애초 AI 기술을 구현하기 위해 설계된 게 아니다. 특히 GPU는 AI와 거리가 먼 성능을 갖춰 가격이 비싸고 전력사용량이 효율적이지 못하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AI만 처리할 수 있는 별도의 프로세서를 개발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됐다. 

 

이러한 수요에 부응한 제품이 NPU(신경망처리장치)다. NPU는 오로지 AI 기술 구동만을 위해 설계돼 GPU 대비 처리 속도가 빠르고 전력 소모도 적다.

 

다만 GPU는 본래 용도와 다르게 여러 사용처에서 활용할 수 있지만 전용 설계 칩 NPU는 적용 범위가 AI로 제한적이다. 

 

그러나 스마트폰, 자율주행차량 등을 중심으로 온디바이스 AI가 확산되면서 NPU 시장도 지속 성장이 예상된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에 따르면 글로벌 NPU 시장 규모는 올해 428억달러(약 57조1600억원)에서 2027년 1194억달러(약 155조원)로 3년간 3배 가량  가파른 성장이 전망된다.

 

NPU 시장은 산업 전반에서 AI와 접목하는 추세가 급물살을 타면서 시장 선점을 놓고 글로벌 기업 간 경쟁이 치열하다.

 

이런 가운데 SKT는 최근 계열사 ‘사피온’과 ‘리벨리온’ 합병을 추진해 AI반도체 경쟁 확보에 본격 나섰다.

 

SKT는 지난 12일 AI반도체 스타트업 리벨리온과 함께 대한민국 AI반도체 대표기업을 설립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SKT 계열사인 사피온코리아와 리벨리온 간 합병이 추진된다.

 

반도체 설계 기업(팹리스·Fabless)인 사피온코리아는 2016년 SKT 내부 연구개발(R&D) 조직에서 분사했다.  이 업체는 AI반도체를 개발해 자율주행, 엣지 서비스 등으로 사업 범위를 넓히고 있다. 

 

사피온코리아는 지난해 말 차세대 데이터센터용 AI반도체 ‘X330’를 선보여 NPU 개발 역량을 입증했다. X330은 추론용 NPU로 이전 제품 X220과 비교해 연산 성능은 4배 이상,  전력 효율성은 2배 이상 개선됐다. 

 

리벨리온은 AI 알고리즘과 서비스 가속을 위한 맞춤형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설계하는 AI반도체 스타트업이다. 이 업체는 지난 3년간 2개 제품을 출시해 기업가치가 8800억원에 이른다.

 

특히 리벨리온이 두번째 출시한 AI반도체 ‘아톰(ATOM)’은 지난해 국내 NPU 최초로 데이터센터에 상용화돼  LLM(거대언어모델)에 속도를 냈다. 이 업체는 현재 LLM 시장을 겨냥한 차세대 AI반도체 ‘리벨(REBEL)’을 개발 중이다.

 

SKT 관계자는 “그동안 사피온코리아와 리벨리온이 각각 시장에서 증명해온 개발 역량과 노하우를 집약해 새 합병법인이 글로벌 AI반도체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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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연합뉴스]

 

일각에서는 양사 합병과 더불어 반도체 자회사 SK하이닉스와의 시너지를 기대하는 모습이다.

 

예를 들어 SK하이닉스가 사피온의 위탁생산을 맡으면 직접적이고 확실한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사피온은 12인치 공정에서 생산한다. 현재 8인치 기반 공정을 갖춘 SK하이닉스로서는 사피온에 원하는 시스템반도체를 생산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

 

다만 SK하이닉스의 전략적 투자는 기대할 수 있다, SK하이닉스는 사피온 지분 25%를 가진 주주사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SK하이닉스가 사피온에 D램을 공급하며 NPU 개발을 지원한 점도 두 회사간 향후 협력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합병사와 SK하이닉스의 시너지가 아니더라도 SK하이닉스의 반도체 사업 포트폴리오가 강화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AI반도체 핵심인 GPU에는 빠른 데이터 전송이 가능한 HBM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리고 HBM 시장 주도권은 SK하이닉스가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고 있다. AI 반도체 시장이 GPU에서 NPU로 세대교체가 이뤄질 경우 SK는 사피온과 리벨리온을 통해 시장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다. 

 

업계의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리벨리온은 사피온과 유사한 제품을 설계하는 기업으로 스타트업계에서 주목받는 AI반도체 팹리스”라며 “양사 합병은 반도체 자회사와의 적접 협력 보다는 AI 반도체 시장이 커지는 상황에 빠르게 대응하기 위한 SK의 고차원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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