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현배 히든스카우트 대표, "개별 기업 문화에 최적화된 '컬처핏(Culture fit) 인재' 추천 원해"
국내 기업들이 제대로 된 직무역량과 풍부한 업무 경험을 갖춘 중고신입을 채용하려는 경향이 뚜렷해지면서 청년층의 구직난과 기업의 구인난이 동시에 심해지고 있다. 이에 구직자들이 스스로 직무 역량과 경험을 갖출 수 있도록 돕는 취업 지원 기관이 늘어나고 있다. 뉴스투데이는 ‘2024 KB굿잡 우수기업 취업박람회’에 참석해 신입 구직자의 직무 역량 향상과 중소기업 취업 지원에 앞장서고 있는 한국폴리텍대학, 서울경제진흥원, 한국무역협회,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들을 직접 만나 신입 구직자들의 취업률을 향상하는 비법을 취재했다. 또 첫 중소기업 근무 경력을 바탕으로 이직을 통한 평생 경력 개발을 돕는 히든스카우트 관계자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 같은 내용을 3회에 걸쳐 단독 보도한다. <편집자 주>
[뉴스투데이=박진영 기자] 지난달 27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COEX)에서 열린 ‘2024 KB굿잡 우수기업 취업박람회’에는 KB국민은행이 선정하는 전국의 우수기업 250여 개가 참여했다. 특히, 성장 가능성이 높은 중소기업들이 다수 참여하면서 어려운 취업문을 열려는 구직자들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KB굿잡 우수기업 채용박람회’의 운영사인 인쿠르트는 '신입 채용 감소'가 ‘올해 주목할만한 HR 이슈’ 중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한다고 밝혔다. 신입 채용에 문을 걸어 잠그는 기업이 늘어나면서 대기업 취업을 목표로 하던 대졸 구직자들은 중소‧중견 기업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회장 김기문, 이하 중기중앙회)는 지난해 12월 청년 구직자 10명 중 6명은 중소기업 취업을 원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 같은 추세는 2~3년 경력을 쌓아서 더 큰 기업으로 이‧전직을 하겠다는 대졸 구직자수를 늘렸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이‧전직을 준비하는 방법에 대한 문의도 늘고 있다.
이번 박람회에 참여한 헤드헌팅 기업인 히든스카우트의 방현배 대표는 <뉴스투데이>와 인터뷰를 갖고 최근 헤드헌팅 시장의 현황과 미래 전망, 이‧전직 준비 방법 등에 대해 설명했다.
방현배 대표는 고려대 대학원 사회체육과를 졸업하고, 지난 2020년 히든스카우트를 설립했다. 1994년생인 방 대표는 국내 헤드헌팅 업계의 젊은 피 CEO이다. '히든스카우트 이직·채용 트렌드(소문이 무서운 이직러들을 위한 히든스카우트의 트렌드 이야기)'도 출간했다.
다음은 방현배 대표와 기자의 일문일답.
Q. KB굿잡 취업박람회에 참석한 기업들의 인사담당자들과 어떤 이야기를 나눴나.
A: KB굿잡 취업박람회는 국내에서 가장 큰 박람회 중 하나로 진행 방식이 매끄러웠다. 주최 측의 노련한 진행 덕분에 각 기업의 인사팀 직원들은 신속하게 구직자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인사담당자들은 최근의 채용이 어렵다고 말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공채는 줄고 핵심적인 인재만 채용하는 수시채용의 시대가 왔다. 수시 채용에서 기업이 원하는 인재를 찾는 것은 정말 어렵다. 인사담당자들과 박람회를 찾아오는 구직자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나눴다. 구직자들은 오전에 많이 찾아왔는데, 사회 초년생인 신입 구직자와 나이가 많은 노인들이 주를 이뤘다.
Q. 최근 이직 시장은 어떻게 변하고 있나.
A: 올해 들어서 국내 고용 시장은 다소 침체됐다. 지난해 말부터 올 초까지 공고수가 확실하게 감소했다. 같은 기간 공고수는 기존보다 감소했고, 채용 없이 마감되는 공고수는 증가했다. 구직자가 많더라도 기업이 원하는 인재는 부족해서 구인난은 더 심해지고 있다.
Q. 중고 신입을 선호하는 기업이 늘어나면서 20대 취준생의 실업률이 높아지는 현상을 헤드헌팅 시장에서도 느낄 수 있나.
A: 헤드헌팅 시장에서는 신입 채용을 하지 않기 때문에 취준생의 실업률 증가를 체감하기는 힘들다. 다만, 저연차 중심으로 중소기업과 중견기업에서 경험을 쌓은 인재를 선호하는 경향은 감지할 수 있다. 이 현상이 모든 기업에 동일하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오직 대기업의 경력만 인정하는 곳도 많다.
Q. 이직 시장에서 중견‧중소기업과 대기업 간의 가장 큰 차이는 무엇인가.
A: 대기업과 중견‧중소기업 간의 가장 큰 차이는 급여와 복지다. 일반적으로 대기업은 높은 보상을 제공하는 반면, 중소기업은 낮은 보상을 제공한다. 최근 중소기업에서도 우수 인재를 유치하기 위해 다양한 복지 프로그램을 도입해 빠른 성장을 유도하고 있다.
대기업은 업무가 세분화되어 있어 특정한 분야에만 집중해 업무를 해야 한다. 하지만 중소기업의 경우 다양한 업무에 대한 경험을 쌓을 수 있다. 때문에 최근에는 무조건 대기업이 좋다는 인식보다는 자신이 어떤 방향으로 갈지를 생각해 커리어의 다양성을 존중하는 시장의 흐름이 나타난다.
기업문화의 경우 대기업은 안정적이지만 경직된 분위기를 보이는 곳이 많고, 중소기업은 유연하고 빠르게 의사결정을 내리는 분위기다. 이런 다양한 차이에 따라서 어떤 구직자는 중소기업을 선호하고, 어떤 구직자는 대기업을 선호하는 성향을 보인다. 다만, 대부분의 구직자가 안정적인 곳을 선호하기 때문에 대기업 구직자가 많은 것으로 보인다.
Q. 경력개발 차원에서는 기업문화 만큼이나 직무나 직종의 선택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직 시장에서 연령별로 다른 인기 직종은 무엇인가.
A: 30대는 다른 연령대보다 경력이 짧은 편이다. 따라서 소프트웨어 개발자, 마케팅 전문가, 재무 회계 전문가 등 다양한 산업에서 전문성을 발휘하고 성장을 할 수 있는 직무를 선호한다. 대부분의 30대는 업무에 직접 참여해 직무를 수행하려는 성향이 강한 편이다.
40대의 경우 중간 관리자와 컨설턴트, 연구자 등을 선호한다. 40대에는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낮은 직급의 직원들을 관리한 경험을 바탕으로 다음 커리어로 성장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Q. 원하는 직종에서 일하기 위해 중소기업에 빨리 취업해서 2~3년 정도의 경력을 쌓고 더 큰 기업으로 이직하는 것이 효과적인가. 장기간 준비해서 처음부터 원하는 규모의 기업에 취업하는 것이 효과적인가.
A: 구직자가 원하는 기업의 규모에 따라서 달라진다. 규모가 큰 대기업이라면 학력과 자격증 등의 준비를 하는 것이 좋다. 중견기업의 경우는 중소기업에서 2~3년 정도의 경력을 쌓아서 취업을 하는 경우도 있다.
중소기업 취업 후 경력을 쌓아서 원하는 기업에 취업하려는 구직자들은 ‘일하고 싶은 업종’, ‘직무’, ‘이직을 하고 싶은 이유’ 등에 뚜렷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현장에서 헤드헌팅 업무를 하면서 목적을 가지고 이직을 하는 경우보다는 직장의 상황이 나쁘거나, 막연히 좋은 곳에 취업하기 위해서 이직을 시도하는 경우를 많이 접했다. 커리어 개발은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고, 기업은 구직자와 생각이 맞는 인재를 채용하기를 원하므로 평생 경력 개발 차원에서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
Q. 빠른 이직과 전직을 돕는 꿀팁을 소개해달라.
A: 현재 자신이 속한 고용 시장의 상황과 급여 동향을 잘 파악하고 있는 것이 중요하다. 기업들은 유능한 인재를 유치하고, 인력수를 유지하기 위해 다양한 복지 혜택과 근무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이를 잘 파악해 자신에게 맞는 기업을 선택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또, HR 시장의 흐름을 파악해야 한다. 직장인들이 직장을 바라보는 관점이 많이 변했다. 최근에는 자신의 성장을 위해 기업을 선택하는 방향으로 HR 시장이 변하고 있다. 이직에 앞서 자신이 성장을 하고 싶은지, 아니면 연봉에만 초점을 맞출 것인지도 생각해야 한다.
Q. 괜찮은 회사를 구분하고 찾아내는 방법은.
A: 일반적으로 이야기하는 기업 분위기나 복지, 만족도 등은 대부분 다른 사람에 의해 확보된 일반화된 정보들이다. 최근 트렌드는 구직자의 생각과 기업의 생각이 일치하는지를 보는 것이다. 때문에 많은 구직자들이 회사의 비전과 가치에 대해 생각하는 것을 중요시한다. 예를 들어, 구직자들은 기업이 어떤 사회적인 책임을 가지고 일을 하는지, 어떤 가치를 소비자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지 등을 고려한다. 결론적으로 자신에게 맞는 기업을 찾는 것이 중요한 시대가 왔다.
Q. 헤드헌팅 시장은 향후 10년간 어떤 방향으로 변화할 것이라고 전망하나.
A: 국내 헤드헌터의 99%는 프리랜서다. 또, 기업 출신이 많다. 해외의 헤드헌터들은 월급쟁이가 60~70% 정도를 차지한다. 그동안 국내 헤드헌터들은 각 기업을 잘 알고 세미나, 대학모임 등을 통해 적합한 인재들을 추천해 왔다. 하지만, 시대가 변화해 온라인 잡포털을 통해서 인재를 검색하고 추천하는 헤드헌터가 대부분이 되다 보니 특정 기업의 출신이라는 사실은 중요하지 않은 시대가 왔다. 세미나‧학회에 참여하는 헤드헌터도 감소하고 있다.
또, 기업들이 헤드헌팅 채용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며 개별 기업의 문화에 최적화된 '컬처핏(Culture fit) 인재'만 추천받고 싶어 하는 상황이다. 따라서 헤드헌터에게 더 많은 전문성이 요구된다. 구직자를 직접 만나고 상담하지 않으면 기업은 해당 헤드헌터에게 더 이상 의뢰를 하지 않는 상황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향후 10년간 전문성이 없는 헤드헌터가 사라지는 일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Q. 헤드헌팅 시장의 확대를 위해 정부에 바라는 점은.
A: 현재는 헤드헌팅 시장에 대한 시니어들의 허들이 너무 낮다. 어떠한 허들도 없이 헤드헌터로써 활동할 수 있고, 이러한 몇몇 헤드헌터들이 헤드헌팅 시장에 대한 기업의 불신을 증가시키고 있다. 헤드헌팅 시장은 매칭 시장으로 불리며 시장의 규모가 점차 증가하고 있지만, 그에 대한 정부의 제재나 자격증 제도 등은 아직 없는 실정이다. 최근 수시 채용이 증가하고 공채는 급격하게 줄어가는 시점에서 헤드헌팅 채용을 검토하는 기업이 증가함에 따라 헤드헌팅에 대한 정부의 검토가 시급할 듯하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