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LS그룹, 8조원 대 전구체 시장 게임체인저 노린다
[뉴스투데이=남지완 기자] '향후 5년 내 약 8조 원대로 커질 전구체 시장을 잡아라'
포스코그룹(회장 장인화)과 LS그룹(회장 구자은)이 2차전지 핵심 소재인 전구체 생산 능력을 대폭 늘려 글로벌 전구체 시장 판도를 바꾸는 '게임체인저'를 노리고 있다.
2차전지 용량과 수명을 결정하는 전구체는 양극재 원가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주요 소재이기 때문이다.
1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전구체는 2차전지 제작에 필요한 4대 소재(양극재·음극재·전해액·분리막) 가운데 하나인 양극재를 만드는 데 투입되는 중간재다.
리튬이온을 만드는 양극재는 배터리 용량과 출력을 결정하며 전지 생산원가의 40%인 핵심 소재다. 음극재는 양극재에서 나오는 리튬 이온을 보관하고 방출해 전기에너지를 만든다. 음극재는 배터리 생산원가의 약 20%를 차지한다.
이에 비해 분리막은 2차전지 내부 양극과 음극을 분리하는 얇은 막으로 미세 가공을 통해 리튬이온만 들어오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분리막은 전기차 배터리 제조에 20% 이상을 차지하는 중요 소재다.
전구체는 입자 크기에 따라 대립경, 소립경으로 나뉜다. 대립경은 크기가 10~20μm(마이크로미터), 소립경은 5μm 이하다. 일반적으로 소립경은 입자가 작아 많은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고 화학 반응이 빠르다.
이에 비해 대립경은 입자가 크고 에너지 저장량이 적지만 가격이 싸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이에 따라 전구체는 에너지 밀도가 높지만 가격은 비싼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 에너지 밀도가 낮지만 가격은 싼 LFP(리튬·인산·철) 배터리 등을 제조하는 데 사용된다.
SK증권 리포트에 따르면 양극재는 배터리 제조 원가의 약 40%를 차지한다.
전구체는 양극재 제조 원가의 60~80%를 차지한다. 이에 따라 국내 배터리 업계가 안정적으로 성장하려면 전구체 수입 의존도를 줄이며 국산화를 이뤄야 한다.
전구체 사업은 시장 전망도 밝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QY리서치 자료에 따르면 글로벌 전구체 시장규모는 2022년 23억7000만달러(약 3조2600억원)이며 연평균 10.9% 성장해 2029년에는 54억5000만달러(약 7조5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 포스코그룹, 세계 1위 전구체 기업과 손잡고 사업 추진
이에 따라 국내 주요 기업들은 전구체 인프라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포스코그룹은 니켈, 리튬 등 2차전지 원료를 확보해 양극재, 음극재 등 소재 제조 역량을 갖추고 있다. 이런 가운데 포스코그룹은 전구체 생산 역량도 구축해 최종 완성품 배터리를 제외한 배터리 소재 풀 밸류체인(공급망)을 갖출 방침이다.
특히 포스코그룹은 전구체 양산 역량을 확보하기 위해 전구체 점유율 세계 1위인 중국 CNGR(중웨이·中偉)과 지난달 31일 손을 잡았다.
삼성증권 리포트에 따르면 중국 기업 CNGR와 거린메이(GEM)는 글로벌 전구체 시장에서 점유율이 각각 20%를 넘어 사실상 전구체 시장을 쥐락펴락하는 업체로 알려졌다.
포스코그룹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포스코그룹은 양극재·음극재 생산 역량과 원료 확보에 필요한 밸류체인(가치사슬)을 갖췄다"며 "이런 가운데 세계 1위 전구체 기업과 손잡고 글로벌 전구체 시장까지 공략하는 사업 행보를 이어갈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포스코그룹과 CNGR의 인연은 지난해 6월 배터리용 고(高)순도 니켈과 전구체 생산에 협력하는 합작투자계약(JVA)을 체결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그룹 지주사 포스코홀딩스와 CNGR은 6:4 지분으로 니켈 정제법인 ‘포스코씨앤지알니켈솔루션’을 세웠으며 합작법인은 지난달 말 니켈 정제공장 건설에 돌입했다.
니켈 정제공장은 CNGR 니켈 제련법인으로부터 순도 70% 수준 중간재 '니켈매트(니켈 일부 제련한 중간재)'를 도입해 전기자동차 배터리용 고순도 니켈을 생산한다. 니켈 정제공장의 고순도 니켈 생산 규모는 연간 5만t이며 이는 전기차 약 120만대에 투입될 수 있는 분량이다.
이에 힘입어 포스코그룹에서 배터리 소재를 만드는 포스코퓨처엠은 지난해 CNGR과 2:8 지분으로 전구체 생산법인 '씨앤피신소재테크놀로지'를 설립했다. 씨앤피신소재테크놀로지는 지난달 말 전구체 생산공장 착공에 들어갔으며 완공되면 전구체를 연간 11만t 생산할 예정이다.
포스코홀딩스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포스코그룹은 CNGR과 협력해 고순도 니켈과 전구체를 동시 생산하고 전구체 생산물량 일부를 포스코퓨처엠에 공급한다"며 "이를 통해 전구체 내재화율을 높여 원가를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포스코씨앤지알니켈솔루션과 씨앤피신소재테크놀로지의 설비 구축에 총 1조5000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라며 "두 공장이 모두 2026년 설비 가동을 시작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포스코그룹에서 철강 및 비철금속 관련 사업을 하는 포스코는 고순도 니켈 생산 역량을 자체적으로 갖추고 있다.
포스코는 지난 2022년 10월 광양제철소 내 7만4000m²(약 2만2000평) 부지에 연산 2만t 규모 고순도 니켈 공장 건설을 시작했다. 이 공장은 최근 마무리 단계에 있어 이르면 이달에 가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포스코그룹 계열사 SNNC가 페로니켈(니켈 금속 함량 30% 수준인 광석)을 제련·탈철공정(페로니켈에서 철을 제거해 니켈 순도를 올리는 공정)해 니켈매트를 생산한다"며 "포스코는 니켈매트를 정제해 고순도니켈을 만들고 이후 전구체 공장을 거쳐 포스코퓨처엠에서 양극재를 최종 제작하는데 활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포스코그룹이 고순도 니켈 생산을 자체 진행하거나 CNGR로부터 고순도 니켈을 확보하는 두 가지 방안을 마련해 이를 토대로 전구체를 생산하겠다는 사업 전략을 내비친 셈이다.
이와 관련해 포스코그룹 경영진은 지난해 7월 열린 2분기 실적 질의응답 시간에 "전구체 생산 역량을 오는 2030년까지 46만t 규모로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 LS그룹, 엘앤에프와 손잡고 전구체 역량 키운다
이에 질세라 LS그룹도 차세대 먹거리인 전구체 사업 역량 강화에 고속페달을 밟고 있다. LS그룹은 지난해 6월 배터리 소재 기업 엘앤에프와 협력해 전구체 사업 공략에 본격 나섰다.
이에 따라 LS그룹은 전구체 사업을 펼치기 위한 합작사 'LS-엘앤에프배터리솔루션(LLBS)'을 출범했다. LS그룹 지주사 LS가 지분 55%, 엘앤에프가 지분 45%를 출자한 LLBS는 지난해 10월 출범해 LS그룹 지주사 LS의 자회사로 편입됐다.
LLBS는 전라북도 새만금 국가산업단지에 전구체 공장을 세워 2026년 양산에 돌입해 2029년 12만t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전구체 공장 건설부터 2029년 전구체 생산까지 총 1조원 이상이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합작사 설립 과정에 LS가 더 많은 지분을 확보해 LLBS를 LS그룹으로 편입시킨 데에는 LS그룹의 고순도 니켈(황산니켈) 확보 역량이 뛰어났기 때문이라는 게 증권업계 시각이다.
양일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LS그룹 계열사 LS MnM은 지난 3월 충남 아산에 연산 5000t 규모 고순도 니켈 생산 공장을 준공했다”며 ”이 공장은 2030년까지 27만t 규모로 확장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양 연구원은 “충남 아산 공장은 폐배터리 리사이클(재활용)을 통해 니켈을 추가 확보할 수 있어 니켈 확보 역량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LS그룹은 니켈 제련과 폐배터리 리사이클링 사업을 하는 LS MnM 역량을 기반으로 전구체 사업을 추진하고 양극재 전문업체 엘앤에프와 협력해 생산물량 대부분을 엘앤에프에 공급한다.
이유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LS MnM 역량 덕택에 LS그룹은 전구체 생산을 위한 수직계열화를 구축하는 계기를 마련했다”며 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