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5분기 연속 적자…하반기 전망도 암울
[뉴스투데이=김태규 기자] 저축은행업계가 5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연체율도 2015년 4분기 이후 최고치를 보이면서 올해 전망도 어두운 상황이다.
3일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국내 79개 저축은행은 올해 1분기 1543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527억원 손실에 비해 적자폭이 1016억원 확대된 규모다.
저축은행은 지난해 연간 5559억원의 손실을 기록하며 9년 만에 적자 전환한 바 있다. 저축은행의 연간 실적이 적자 전환한 것은 2011년 저축은행 사태의 여파로 집단 영업정지가 조치된 2013회계연도(2013년 7월~2014년 6월) 이후 처음이다. 당시 적자 규모는 5089억원이었다.
지난해 저축은행의 적자 전환은 예금금리 상승에 비해 대출금리 상승폭이 더 컸기 때문이다. 저축은행의 경우 예‧적금 등 수신을 통해서만 자금을 조달하는데 고객에게 제공하는 예금금리가 오른 반면 대출 금리는 법정최고금리인 20%로 제한돼 수익을 내기 어려웠던 것이다. 이에 더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 우려가 제기되면서 회수 가능성이 적은 PF 불량 채권을 비용을 선반영한 영향도 컸다.
올해 1분기 저축은행이 지출한 이자비용은 1조772억원이다. 이는 전년 동기 1조3283억원에 비해 2511억원 감소한 규모다. 지난해에 비해 수신금리가 안정화됐기 때문이다. 다만 손실흡수능력 제고를 위한 선제적 대손충당금 추가적립 영향으로 손실이 발생했다. 1분기 대손충당금 전입액은 1조2292억원으로 전년 동기 1조966억원에 비해 1326억원 늘었다.
저축은행이 대손충당금 전입 규모를 늘린 것은 부동산 PF 부실 우려 외에 연체율 상승의 영향도 컸다. 경기회복이 둔화되고 물가가 오르면서 차주의 채무상환능력이 저하되면서 연체율은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1분기 말 저축은행의 평균 연체율은 8.8%로 전년말 6.55%에 비해 2.25%포인트(p) 악화됐다. 이는 2015년 4분기 9.2%를 기록한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부동산 PF 부실 영향에 1분기 기업대출 연체율은 전년말 7.48%에 비해 3.52%p 오른 11%를 나타냈다. 같은 기간 가계대출 연체율은 5.01%에서 5.25%로 0.24%p 높아졌다.
고정이하여신비율도 10.32%로 전년 발 7.73%에 비해 2.59%p 올랐다.
각 사별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자산규모 기준 상위 5개 저축은행(SBI‧OK‧한국투자‧웰컴‧애큐온)의 1분기 당기순익 규모는 314억원으로 전년 동기 584원에 비해 270억원 감소했다.
각 사별로 살펴보면 업계 1위사인 SBI저축은행은 올해 1분기 64억원의 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전년 동기 37억원의 순익을 거둔 것과 비교하면 101억원 감소한 것이다.
SBI저축은행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대손충당금 적립 규모를 선제적으로 늘린 영향"이라며 "4월부터는 다시 흑자 전환했으며 2분기 실적도 흑자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같은 기간 OK저축은행은 376억원에서 149억원으로 %(227억원)감소했고 한국투자저축은행은 137억원에서 68억원으로 %(69억원) 줄었다.
다만 웰컴저축은행은 131억원으로 전년 동기 81억원에 비해 50억원 증했다. 애큐온저축은행은 지난해 1분기 203억원 적자에서 올해 41억원의 순익을 내며 흑자 전환했다. 다만 고정이하여신비율이 지난해 1분기 4.92%에서 올해 1분기 6.93%로 2.01%p 악화됐다. 연체대출비율은 같은 기간 3.8%에서 5.27%로 상승했다.
수익성은 5개서 모두 악화됐다. SBI의 총자산이익율(ROA)은 지난해 1분기 1.53%에서 올해 1분기 0.51%로 1.02%p 낮아졌다. 같은 기간 OK저축은행은 1.28%에서 0.64%로 0.64%p 낮아졌으며 한국투자저축은행은 0.93%에서 –0.03%로 0.96%p 하락했다. 웰컴저축은행은 1.06%에서 0.55%로 0.51%p, 애큐온저축은행은 0.44%에서 마이너스 0.69%로 1.13%p 낮아졌다.
이처럼 수익성이 악화하면서 올해도 업권 적자탈출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PF 대출 사업성 평가기준 도입, 다중채무자 충당금 적립 강화 등 손실흡수능력 확충을 위한 제도 시행이 예정돼 있어 충당금 전입 규모가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저축은행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대형사의 경우 대손충당금 규모를 늘려도 버틸 수 있는 체력이 되지만 중소형사의 경우 리스크 관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지난해보다는 상황이 나아질 것으로 예상되나 적자 탈출은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 같은 건전성 우려에도 저축은행업계는 손실흡수능력이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저축은행의 대손충당금적립률은 112.99%로 법정기준인 100%를 웃돌고 있다. 저축은행중앙회 관계자는 "모든 저축은행이 법정기준 대손충당금적립률을 초과해 적립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저축은행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2022년부터 모든 저축은행에서 대손충당금 적립규모를 늘려왔다"면서 "부동산 PF 등 기업대출을 중심으로 연체율이 악화될 것으로 보이나 손실흡수능력 제고 및 연체율 하향 안정화를 위해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