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관계 개선 전략, 국익에 대한 개념 정립과 원칙 먼저 세워야
[뉴스투데이=임방순 前 국립인천대 교수] 지난 26일 개최된 윤석열 대통령과 중국 리창(李强) 총리 회담에서 양국은 한·중 간 안보와 경제 분야 대화를 활성화하기로 합의했다. 그동안 경색됐던 한·중 관계가 개선되는 것은 긍정적이기는 하지만 우리는 국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가 하는 과제에 직면하게 됐다.
■ 중국, 한·미·일 안보협력 완화 요구하고 반도체의 안정적 공급도 요청할 듯
우리와 중국이 합의한 대화는 안보 분야에서 ① 외교 국방 2+2 안보 대화를 신설해 오는 6월 중순 첫 회의를 개최하고, ② 민·관 1.5 트랙 대화와 외교 차관 전략대화를 재개하기로 했다. 경제 분야에서는 ① 한·중 FTA 2단계 협상을 재개하고, ② 공급망 협력 강화를 위한 수출 통제 대화체를 출범시키며, ③ 투자협력위원회를 13년 만에 재개하기로 합의하는 한편, ④ 한·중 경제협력 교류회 2차 회의를 하반기에 열기로 했다.
이번 합의 사항을 보면 첫째, 양국은 ‘외교 국방 2+2 안보 대화’와 ‘공급망 협력 강화 대화’를 신설하고, 기존에 진행됐던 대화는 재개하기로 합의했다. 중국은 안보 대화를 통해 한미동맹과 한·미·일 안보협력 완화를 요구하고, 공급망 대화에서는 반도체의 안정적 공급을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중국이 가장 필요한 사항이기 때문이다.
둘째, 양국은 외교 국방 2+2 안보 대화를 가장 먼저 개최하기로 합의했는데, 이는 중국이 안보 대화에서 우리에게 요구하리라 예상되는 한미동맹과 한·미·일 안보협력 완화를 수용할 경우 후속되는 경제 분야 대화에서 우리에게 경제적 혜택을 줄 수 있다는 의도로 판단된다.
■ 국익 개념 먼저 정립하고 주권과 정체성 양보할 수 없다는 원칙 고수해야
우리는 중국과 대화에서 미국과 안보 관계를 우선시해 중국의 요구를 거부할 것인지, 아니면 경제 이익을 중요시해 중국의 제안을 수용할 것인지를 선택해야 하는 어려운 상황을 맞이할 것이다. 여기서 우리의 선택 기준은 당연히 국익이다. 문제는 국익에 대한 개념이 다소 모호하고 각각의 입장에 따라 차이가 있다는 사실이다.
국가 안보를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는 여론과 경제적 이익이 더 중요하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그리고 이념과 정치적 입장에 따라 견해가 항상 같지는 않다. 따라서 누구나 받아들일 수 있는 국익에 대한 개념을 먼저 정립한 다음, 주권과 정체성을 양보할 수 없다는 원칙을 수립하고 이를 고수해야 한다. 비록 5년마다 대통령은 교체되지만 이와 관계없이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시진핑 주석 이전의 중국은 우리와 북한 핵문제에서 이해가 일치된 분야가 있어 안보 분야의 전략적 대화가 가능했고, 경제적으로도 상호 보완의 관계로 상생 협력이 가능했지만, 오늘날 시진핑 시대의 중국은 그렇지 않다. 시진핑 주석은 북한을 지원하고 있고 기술력은 대부분 우리를 추월해 우리가 중국과 협력할 수 있는 공간이 축소된 상태이다.
■ 지정학적 위치와 반도체 산업 활용하고 대만 개입 자제로 관계 개선 필요
중국은 미국과 패권경쟁에서 지정학적으로 미국의 포위망을 벗어나야 하고, 경제적으로 반도체 등 첨단 기술과 장비의 공급망을 확보해야 한다. 우리는 중국의 이러한 요구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지정학적 위치와 반도체 산업을 보유하고 있다. 이 두 가지는 우리가 중국을 움직일 수 있는 자산이면서 지렛대이기도 하다.
그리고 중국이 양보할 수 없는 핵심이익은 외세의 대만 개입이다. 우리가 한·미·일 안보협력은 유지하면서 대만 문제 개입을 자제하는 동시에 중국 수도권을 겨냥하는 미국 중거리 미사일의 한국 배치에 부정적 견해를 다시 한번 밝힌다면 중국과 안보 대화가 가능할 수 있다. 물론 우리도 중국에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과 도발을 중지시키는 역할을 요구해야 한다.
중국이 한·중 정상회담 다음 날인 27일 개최된 한·중·일 정상회담에서 북한 핵에 대해 우리와 입장의 차이는 있었지만, 안보 대화를 통해 중국의 변화를 기대해 볼 수도 있다. 따라서 우리는 한중 대화 재개 시대를 맞아 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하고 정치권의 입장을 조율해 한목소리로 중국을 상대해서 국익을 극대화함은 물론 경색됐던 관계를 정상화해 나가야 한다.
◀ 임방순 프로필 ▶ ‘어느 육군장교의 중국 체험 보고서’ 저자. 前 국립인천대 비전임교수, 前 주중 한국대사관 육군무관, 前 국방정보본부 중국담당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