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보업계 '저성장' 전망 무색하게 '역대급 실적'…IFRS17 논란 재점화 되나

김태규 기자 입력 : 2024.05.22 08:40 ㅣ 수정 : 2024.05.22 08:40

손보업계,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수요 감소로 '저성장' 전망
상위 5개사 1분기 순익 합계 2조5277억원…전년 대비 26.9%↑
계리적 가정 가이드라인 도입에도 '자율성'에 신뢰도 저하 우려
"계리적 가정 각 사마다 차이 큰 경우도…실적 비교 어려워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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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스투데이DB]

 

[뉴스투데이=김태규 기자] 보험업계가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에 따른 실적 우려가 무색하게 또다시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2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상위 5개 손해보험사(삼성화재‧DB손해보험‧현대해상‧KB손해보험‧메리츠화재)들은 올해 1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새로 썼다. 이들 5개사의 1분기 순익 합계는 2조5277억원으로 전년 동기 1조9921억원에 비해 26.9% 확대됐다.

 

손보업계는 지난해부터 '저성장'을 마주했다며 수익성 제고 전략 마련에 분주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손보사들은 '저성장'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사상 최대의 순익을 거뒀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31개 손보사의 당기순익 합은 8조2626억원으로 전년 5조4758억원에 비해 50.9%나 급증했다. 금감원은 손보사의 순익 증가가 금융상품 국제회계기준(IFRS9), IFRS17 등 새로운 회계제도 도입에 따른 손익변동에 주로 기인한다고 분석했다.

 

올해 1분기에도 손보사들의 호실적은 이어졌다. 상위 5개사를 살펴보면 삼성화재는 연결 기준 분기 최대인 7010억원의 순익을 거두며 전년 동기 대비 14.6% 증가했다. DB손보는 별도 기준 5834억원의 순익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에 비해 30.4% 늘었다. 현대해상은 4773억원으로 51.4% 상승했고 KB손보는 2922억원으로 15.1%, 메리츠화재는 4909억원으로 23.8% 확대됐다.

 

금감원의 분석대로 손보사의 순익 증가에는 IFRS17이 크게 작용했다. IFRS17은 보험부채를 공정가치로 평가하는 제도다. 보험사는 자체적인 경험통계, 합리적인 근거 및 방법 등을 활용해 최적 또는 낙관적‧보수적으로 편향되지 않은 가정으로 보험부채를 평가해야 한다.

 

지난해 IFRS17이 도입된 이후에도 이와 관련한 지적이 있따랐다. 보험사가 자의적으로 계리적 가정을 사용해 실적이 부풀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금감원은 실손보험 계리적 가정 산출기준, 무‧저해지보험 해약률 가정 산출기준, 고금리 상품 해약률 가정 산출기준, CSM 상각 기준 위험조정(RA) 상각기준 등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며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노력했다.

 

다만 금감원 가이드라인은 계리적 가정에 대한 기본 원칙을 제시할 뿐 적용에 대해서는 보험사의 자율에 맡겼다.

 

손보사의 경우 최근 무해지 보험 판매가 증가했는데, 무해지 보험에 대한 해지율 가정이 각 사마다 차이를 보여 실적을 신뢰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해지율이란 보함 가입자가 보험을 중도 해지하는 비율을 뜻한다. 보험사가 단기 실적에 유리한 방향으로 해지율을 가정하면 보험사 입장에서는 미래에 가입자에게 지급해야 하는 보험금이 적은 것으로 반영된다. 고객에게 지급해야 하는 보험금은 부채로 인식되는데, 부채가 감소하면서 이익이 증가하는 것이다.

 

손보업계에서도 '사상 최대 실적'은 경영 성과가 아닌 회계변경 효과라는 의견이 나온다.

 

손보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지난해부터 올해 1분기까지 보험사의 순익 증가는 회계제도 변경 효과가 크다"면서 "IFRS17 도입에 따른 착시효과가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보험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각 사마다 자율적으로 가정을 적용해 편차가 크다"면서 "낙관적으로 가정하면 나중에 리스크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최근 있었던 단기납 종신보험 과당경쟁이 발생한 것도 새 회계제도에서 단기적인 성과를 끌어올리기 위한 것이었다"라며 "IFRS17 가이드라인을 더욱 체계화해 신뢰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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