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기, '전장용 MLCC’ 에서 매출 1조 일궈낸다
[뉴스투데이=전소영 기자] 삼성전기 올해 1분기 실적은 연결기준 매출 2조6243억원과 영업이익 1803억원이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각각 30%, 29% 늘어나는 성적표를 거머쥐었다.
삼성전기 실적을 끌어 올린 배경 가운데 하나가 '고부가가치 MLCC(Multilayer Ceramic Capacitor·적층 세라믹 커패시터)'다.
흔히 '적층세라믹콘덴서'라고 불리는 MLCC는 전기 에너지 저장장치, 전기제품에 쓰이는 콘덴서(축전기, 커패시터)의 한 종류다. 금속판 사이에 전기를 유도하는 물질을 넣어 전기를 저장한 후 필요에 따라 회로에 공급하는 기능을 한다.
MLCC 사업이 포함된 삼성전기 컴포넌트 부문 1분기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4% 증가한 1조230억원으로 집계됐다.
MLCC는 삼성전기 3대 사업 가운데 하나다. 특히 IT(정보기술) 중심에서 미래차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바꾸는 삼성전기는 전장용 MLCC 시장을 정조준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삼성전기는 지난 17일 서울 중구 기자실에서 SEMinar(세미나·제품학습회)를 열고 삼성전기 MLCC 핵심 기술과 강점, 미래에 대해 설명했다.
이날 발표는 김위헌 삼성전기 전장MLCC개발 상무가 맡았다.
■ ‘전자산업의 쌀’ MLCC 올해 7% 성장 전망…전장용 10% 기대 '커'
MLCC는 전기를 보관하며 일정량씩 내보낸다. 또한 전류가 회로에 일정하게 흐르도록 조절하고 부품 간 전자파 간섭현상을 막는다. 쉽게 설명하면 하천의 ‘댐’과 같은 역할이다.
MLCC는 0.3mm의 얇은 두께를 지녀 크기가 작게는 쌀 한톨의 250분의 1 수준이다. 내부 층은 최대한 얇지만 많은 양의 전기를 저장할 수 있느냐 여부가 MLCC 기술 수준을 결정 짓는다.
MLCC는 스마트폰을 비롯해 TV, 가전제품, 서버, 기지국, 그리고 최근 전기자동차에 이르기까지 반도체와 전자회로가 있는 모든 제품에 사용돼 ‘전자산업의 쌀’이라고 불린다.
김위헌 상무는 “스마트폰에는 500~1100개, 디지털 TV는 3000개, AI 서버용에는 2만개 이상, 기지국 9000개 이상 MLCC가 들어간다”며 “자동차는 일반 내연기관 자동차는 4000개 이상이지만 전기차는 3000개 이상 사용되는 등 MLCC 수량이 계속 늘어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2024년 현재 MLCC 시장 규모는 131억달러(약 17조7963억원)로 지난해에 비해 7%, 2028년까지 8%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분야별로 IT용은 스마트폰, PC 등 성장 폭은 둔화됐지만 제품 고(高)성능화에 수요가 늘어나 5% 성장이 예상된다.
산업용은 서버, 네트워크 수요 정체가 예상되지만 중기적으로 클라우드와 AI(인공지능) 서버 중심 수요가 늘어 7%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전장용(자동차 전자·전기장치 부품)은 xEV(전력 기반 자동차) 비중 확대와 ADAS(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적용에 따른 고성능화로 12% 성장이 기대된다.
■ 전장용 MLCC 고(高)용량·고전압·고신뢰 두드러져...파워트레인·ADAS 주목
이처럼 MLCC 가운데서 전장용 MLCC가 가장 성장 가능성 큰 기대주다. 특히 기존 IT 부품 비중을 낮추고 전장 부품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사업을 늘리고 있는 삼성전기에 전장용 MLCC는 반드시 공략해야 할 시장이다.
전력 기반 자동차 수요 증가와 자율주행 수준 향상에 따라 전장용 MLCC 시장은 고(高)용량·고전압·고신뢰성 제품에 대한 수요가 커지는 모습이다.
김 상무는 “전장용은 차량운행 도중 기계적 충격이나 진동 영향을 굉장히 많이 받아 IT용 대비 2~5배 높은 수준의 횡강도(외력을 버틸 수 있는 힘)가 필요하다”며 “열 처리 역시 IT는 85도 수준이라면 전자용은 150도까지 버틸 수 있는 보증이 요구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처럼 전장용은 IT용과 비교해 폭이 굉장히 넓고 사용하는 요구 조건도 까다로워 상당한 고신뢰성을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기는 고용량·고전압·고신뢰성에 초점을 두고 전장용 제품 개발에 힘쓰고 있다. 특히 전장용 MLCC의 다양한 애플리케이션 가운데 ‘파워트레인(동력전달장치)’과 ‘ADAS(첨단운전자지원시스템)’에 주목한다.
김 상무는 “2023년부터 2028년까지 파워트레인 시장 성장률은 138%, ADAS 성쟝률은 69%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 올해 전장용 MLCC 매출 1조 목표…제품 라인업 강화
현재 글로벌 전장용 MLCC 시장은 일본 기업이 장악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2022년 기준 글로벌 전장용 MLCC 시장 점유율은 △무라타 41% △TDK 20% △다이요유덴 18% △야게오 9% 순이다. 일본 기업 점유율이 90%에 육박한 가운데 삼성전기 점유율은 4%에 그쳤다.
하지만 삼성전기 점유율이 지난해 13%로 늘어 41%를 기록한 1위 무라타와 16%를 기록한 TDK에 이어 세계 3위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삼성전기는 전장용 MLCC 글로벌 톱 기업과 격차를 점차 줄여나가고 있다. 이는 △지속 가능한 SCM(공급망관리)과 △유연적인 전장 공장 운영 △핵심소재 내재화 등이 뒷받침했기 때문이다.
삼성전기는 현재 국내 부산과 중국 천진에 생산거점을 두고 있다.
부산 공장은 MLCC에 공급되는 원자재들을 내재화해 원활하게 공급하고 있다. 이 공장은 원료 개발과 생산 전용 라인을 확보했으며 전장용 R&D(연구개발)센터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다.
축구장 37개 면적의 천진 공장은 신(新)공장, 단일 공장 중 최대 규모다. 이 공장은 차세대 전장용 MLCC 생산 기지로 활약 중이다.
삼성전기는 올해 전장용 MLCC에서 매출액 1조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회사가 보유한 소재 기술과 공정 기술 경쟁력을 바탕으로 고용량 제품, 휨강도, 고온, 고압 등을 보증하는 전장용 제품 라인업(제품군)을 강화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올해 16V급 세계 최고용량 ADAS용 MLCC 2종과 1000V 고압에 견딜 수 있는 전기차용 전장 MLCC 등을 선보였다.
김 상무는 “삼성전기 MLCC는 IT 기반이지만 향후 AI 서버와 전장 등으로 사업 비중을 넓혀가고 있다”며 “이후 10년에는 휴머노이드(Humanoid·인간형 로봇)나 에어로스페이스(Aerospace·우주항공) 분야 진출을 위해 준비 중”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