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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KPC CEO 북클럽

황지영 노스캐롤라이나대 교수 “핵심 소비층으로 부상한 잘파세대…선제적 이해·준비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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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예림 기자
입력 : 2024.05.10 11:38 ㅣ 수정 : 2024.05.10 11:38

안티 알고리즘·안티 소셜미디어 확산…'진정성' 중요성 부각
관계·콘텐츠·식사도 '가볍게'…가볍지만 강렬한 접근 필요
지속가능성·다양성 고려하는 브랜드에 대한 관심 높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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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지영 노스캐롤라이나대 교수가 9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2024 KPC CEO북클럽 강연'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한국생산성본부]

 

[뉴스투데이=서예림 기자] 오프라인 소매업의 몰락을 의미하는 '리테일 아포칼립스(Retail Apocalypse)'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토이저러스'부터 '바니스뉴욕', '딘앤델루카' 등 수많은 유명 리테일 기업이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전문가들은 오는 2028년까지 약 4만5000개 이상의 매장이 문을 닫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러나 이들과 반대로 위기를 기회로 바꾸며 주목을 받은 사례도 있다. 지난 2021년 서울 여의도에 오픈한 '더현대 서울'은 젊은층 사이에서 핫플레이스로 떠올랐고, 국내 최단 기간 연매출 1조원을 돌파했다. 이에 소매업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젊은층, 즉 '잘파세대'에 대한 이해와 준비가 필수적이라는 주장이 제기된다. 

 

황지영 노스캐롤라이나대 교수는 9일 한국생산성본부(KPC)가 서울 롯데호텔에서 진행한 '2024 KPC CEO북클럽 강연'에서 '잘파세대가 온다'를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 

 

황 교수는 한양대 의류학과를 졸업하고 미시간주립대에서 국제유통학으로 석사, 오하이오주립대에서 소비자유통학으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플로리다대 박사후 연구원을 거쳐 현재는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에 마케팅 전공 교수로 11년째 재직 중이다. 국내 기업을 대상으로 강연과 자문 프로젝트도 전개하고 있다. 

 

잘파세대는 1990년대 중반 이후 태어난 'Z세대'와 2010년대 초반 이후 태어난 '알파세대'를 합친 신조어다. 황 교수는 이날 강연에서 불확실한 기업 환경 속 잘파세대에 대한 이해와 준비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특히 최근 글로벌 마케팅 트렌드를 연구한 결과, 9개 중 6개의 키워드를 잘파세대와 연관이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대표적으로 △안티 알고리즘 △가벼움 선호 △소셜 임팩트 등 키워드가 잘파세대로부터 시작돼 글로벌 마케팅 트렌드를 이끌고 있다.

 

■ 인스타에 반기를 든 세대의 등장…'보여주기'보단 '진정성'이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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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쉬가 2021년 11월 '안티 소셜미디어'를 선언했다. [사진=러쉬 인스타그램 갈무리]

 

먼저 황 교수는 잘파세대가 '알고리즘'에 거부감을 느낀다는 점에 주목했다. 예컨데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들어가면, 친구와 통화를 하며 나눴던 주제를 기반으로 추천 광고가 뜨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그러나 잘파세대는 이 과정에서 "누군가 나의 이야기를 엿듣고 있다"는 불쾌한 감정을 느끼곤 한다.

 

이에 '익명성 모드'를 사용하는 소비자도 늘어나는 추세다. 실제 18∼39세 소비자 중 43%는 구글에서 익명성 모드인 '인코그니토 모드'를 사용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황 교수는 "잘파세대는 구글의 '인코그니토 모드', 넷플릭스의 '시크릿 코드' 등을 통해 디지털 영역에서 내가 추적될 가능성을 스스로 차단한다"며 "관심 없는 영상을 시청해 알고리즘을 역으로 조작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소셜 미디어 계정을 학습, 게임 등 여러 용도로 나눠 관리하는 문화도 생겨났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이러한 움직임이 기업까지 확산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러쉬는 2021년 11월 '안티 소셜미디어'를 선언했다. 소셜 미디어의 알고리즘이 사람들과 세상에 해를 끼치고 있으며, 기업들은 이를 해결하려는 자정 노력을 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틱톡 등 소셜미디어 활동을 중단한다는 것이 골자다.

 

결국 황 교수는 잘파세대가 이끄는 '안티 알고리즘', '안티 소셜미디어' 트렌드에 맞춰 국내 기업도 변화해야 생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비리얼, 테이프리얼 등 새로운 비즈니스 론칭 △기존 서비스에 진정성을 강조하는 기능 추가 △안티알고리즘을 강조하는 서비스와 협업을 해결 방안으로 제시했다.

 

■ 관계도, 콘텐츠도, 식사도 간편해야 한다…짧지만 강력해지는 기업 마케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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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가 유튜브에서 방영하고 있는 쇼츠 드라마 편의점 고인물. [사진=BGF리테일]

 

예전에는 같이 영화를 보고, 밥을 먹고, 손을 잡고 걸으면서 '사귀는 관계'가 시작됐다. 관계가 규정된 것이다. 그러나 디지털로 무장한 잘파세대는 엔데믹 상황에서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 나간다. 이른바 '시추에이션십(Situation-ship)'이다. 현재의 감정에 충실하지만, 관계를 맺음으로서 갖는 부담은 피하려는 현상이다.

 

콘텐츠 역시 짧은 분량을 선호한다. 과자를 먹는 것처럼 간편하고 빠르게 즐길 수 있는 '스낵컬쳐'가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평면적으로 TV에 나오는 영상만 봐야했던 이전과 달리 이제는 원하는 것을 골라서 볼 수 있도록 환경이 변화했다. 변화한 환경 속 주의력도 점차 짧아지고 있다. 밀레니얼 세대의 주의력은 20초에 달하는 반면 Z세대는 8초, 알파세대는 3초에 불과하다. 관계도, 영상도 무엇이든 빠르게 소비하려는 경향이 커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황 교수는 가벼움의 정서를 이제 서비스에 반영할 시점이라고 봤다. 편의점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의 경우, 시청 패턴을 고려하여 가볍게 즐길 수 있는 1분 이내 쇼츠 드라마 '편의점 고인물'을 반영해 큰 인기를 끌었다. 아마존은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소비자 상품 리뷰를 직관적인 키워드로 요약해 제공하고 있다.

 

그는 "고객 충성도를 조금은 다르게 바라볼 때가 왔다. 이제는 부담없이 브랜드 정체성을 확립시키고 전달하는게 중요하다"며 "잘파세대에게는 기업이 '너는 우리에게 너무 중요한 소비자야'라고 무게감을 주는 것보다 오히려 '네가 필요할 때 내가 그걸 가지고 있어' 식의 가벼운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라고 당부했다.

 

■ "지속가능성·다양성 고려하는 기업은 어디?" 클릭 한 번으로 가치관을 드러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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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을 고려하는 브랜드 파타고니아. [사진=파타고니아]

 

마지막으로는 '소셜 임팩트'의 중요성에 대해 언급했다. 소셜 임팩트란 기업의 활동이 소비자와 사회에 미치는 지속적인 영향을 의미한다. 소셜 임팩트는 최근 기업 사이에서 중요한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이제 소비자들은 기업이 책임감 있는 비즈니스 활동을 통해 사회적 이슈를 만들지 않기를 기대한다. 제품과 서비스를 구매할 때는 기업과 브랜드의 평판을 고려하기도 한다. 자신의 가치관에 맞게 제품을 선택하고 소비하는 '가치소비'를 실현하기 위해서다. 

 

황 교수는 "잘파세대는 소셜 임팩트를 '쿨하다'고 여기는 것뿐만 아니라 실제 온라인에서 어떤 행동을 취하기까지 한다"며 "이를 클릭티비즘 시대라고도 부르기도 하는데, 이전 세대들보다 클릭을 통해 나의 액티비즘을 표현한다는 뜻이다. 실제 오프라인에서도 액션을 취하는 데 가장 적극적인 세대가 Z세대"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특히 Z세대는 '지속가능성'에, 알파세대는 '인권'과 '다양성'에 대한 관심이 높다"며 "이를 통해 브랜드를 쿨하다고 인식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스포츠 의류 브랜드 REI는 추수감사절에 과감하게 문을 닫고, 직원에게 유급 휴가를 주는 'Opt outside 캠페인'을 벌여 긍정적인 효과를 거뒀다. 캠페인 이후 브랜드 인지도는 14% 상승했고, 매장 방문도 3.6배 증가했다. 트레이더조는 유기농 PB(자체 브랜드) 상품을 통해 식품 쓰레기를 줄이는 데 일조해 좋은 평가를 받았다. 

 

반대로 h&m은 흑인 소년에게 ‘정글에서 가장 멋진 원숭이’라는 글귀가 적힌 후드티를 입힌 광고 사진을 자체 웹사이트에 게재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황 교수는 "세대별 소셜 임팩트 차별화 전략을 세워야 한다. Z세대에게는 지속가능성을 강조하고, 알파세대에는 DEI(다양성)를 강조하는 것이 적절한 접근 방식"이라며 "멀티 플라이어 효과도 고려해면 좋다. 소비자에게 품질은 항상 기본이 돼야하고, 동시에 가격 대비 가치가 높다는 걸 강조할 때 매출이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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