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 인공지능이 내부통제 관리···양종희 회장의 '레그테크' 디지털 실험 눈길
ESG(Environment·Social·Governance)경영 및 투자는 글로벌 경제의 가장 뜨거운 화두이지만 '안정성'과 '수익성'이 보장되는지 여부를 두고 논란이 많다. 하지만 주요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은 ESG경영 주도에 역점을 두고 있다. 뉴스투데이가 ESG 경영 '사례분석'을 통해 실체적 평가를 시도한다. 이 기사는 뉴스투데이와 ESG센터 공동기획이다. <편집자 주>
[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최근 금융권이 당면한 화두는 단연 내부통제 강화다. 대규모 횡령과 배임, 불완전 판매 같은 각종 금융사고로 금융의 생명인 ‘신뢰’가 추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에 요구되는 지속가능성 제고와 지배구조 선진화를 위해서라도 대대적인 내부통제 정비 필요성이 커지는 상황이다.
금융권이 윤리 의식 제고와 전담 인력 확대, 위원회 설치 등으로 내부통제 강화 의지를 드러내고 있는 가운데, KB금융그룹은 ‘인공지능(AI)’ 기술 적용으로 내부통제 혁신을 꾀하고 있다. 고도화된 디지털 시스템으로 금융사고 발생 가능성을 원천 봉쇄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는 지난해 11월 취임한 양종희 KB금융 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행보다. 양 회장은 그룹 내부통제 시스템과 프로세스 전반의 디지털화를 직접 진두지휘하고 있다. 양 회장이 이끄는 KB금융의 내부통제 디지털 실험은 지배구조 선진화에도 효과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 인공지능 등 디지털 기술로 인적 오류 보완...KB금융 ‘내부통제 실효성’ 제고 나서
KB금융의 그룹 내부통제위원회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내부통제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 추진 계획’은 내부통제 관리에 인공지능과 로봇프로세스자동화(RPA·Robotic Process Automation) 등의 디지털 기술을 적용하는 게 핵심이다.
그동안 내부통제는 임직원 개개인의 양심과 회사 차원의 감시로 운영됐지만, 이 과정에서 나타나는 각종 인적 오류를 디지털 기술로 보완하겠다는 의미다. 특히 인공지능은 학습된 원칙에 따라 일관적 기준으로 내부통제를 다룰 수 있는 만큼 효율성과 실효성이 제고되는 효과가 기대된다.
업계에선 이를 규제(Regulation)와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인 ‘레그테크(Regtech)’로 부른다. 인간의 능력을 증강해 금융 규제 준수 업무를 지원한다는 개념이다. 글로벌 금융사들은 이미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를 활용한 내부통제 강화 움직임이 활발하다.
KB금융의 내부통제 디지털화는 고객 보호에 방점이 찍혔다. 금융거래 전반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이상 징후를 사전에 탐지하고, 이상 행동 패턴별로 시나리오를 설계할 수 있어 금융사고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효과가 있다는 게 KB금융 설명이다.
또 사고 발생 가능성이 높은 직무에 대한 사전 검사를 강화하고, 아직 디지털화가 되지 않은 업무 영역을 체계적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는 효과도 있다. KB금융은 내부통제와 관련된 주요 데이터를 시각화하고 실시간으로 제공함으로써 임직원의 경각심도 높인다는 계획이다.
KB금융의 최대 계열사인 KB국민은행도 내부통제 실효성 강화를 위해 인공지능이 적용된 ‘내부통제 이상거래 시스템(FDS)’을 운영하고 있다. 또 대출 적정성 점검 프로세스에 공공마이데이터 등을 적극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국민은행은 인공지능 금융 상품 시스템을 통해 투자 및 여신 상품 등에 대한 불완전 판매 현황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인공지능은 고객 투자 성향에 적합한 상품을 추천하고, 설명 내용을 녹취해 불완전 판매 현황을 자체적으로 분석할 수 있다.
■ KB금융 관계자, "내부통제를 강화해 고객에게는 한 치의 오차도 없는 금융 서비스를 제공할 것"
내부통제는 금융사 지배구조의 핵심축으로 꼽힌다. 이사회 독립성과 윤리·준법 경영 뿐 아니라 고객 보호 역시 지속가능성 제고의 필수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금융사의 내부통제 미흡이 ESG 경영 전반에 대한 평가를 끌어내리는 사례도 존재한다.
KB금융은 국내 최고 권위의 ESG 평가기관인 한국ESG기준원(KCGS)으로부터 환경(E)과 사회(S)를 비롯해 지배구조(G)까지 전 부문에서 ‘A+’ 등급을 유지하고 있다. 이 등급은 매우 우수한 지속가능 경영 체제를 구축하고 있으며 지속적으로 우수한 성과를 보이고 있는 상태로 정의된다.
KB금융이 이 같은 성과에도 내부통제 강화 및 지배구조 선진화에 매진하는 건 ‘최고의 경험’ 제공이라는 양 회장의 경영 철학에 기인한다. 양 회장은 금융인의 품격이 고객의 신뢰로부터 나오고, 고객의 자산을 내 자산처럼 여기며 사고 없는 모범적 금융기관이 되는 데에서 비롯된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양 회장은 그룹 내부통제위원회 위원장을 직접 맡는 등 적극적인 내부통제 강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특히 양 회장은 내부통제 디지털화를 위한 투자도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부통제는 비용이 아까운 대상이 아니라 금융의 기반인 신뢰를 구축하기 위한 필수 요인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양 회장은 그룹 회장 취임 전 내정자 신분이던 지난해 9월 “가장 중요한 건 내부의 자발적 통제”라며 “모든 시스템과 프로세스가 자동화될 수 있도록 디지털 부분에 적극 투자할 계획”이라고 말한 바 있다.
KB금융의 한 관계자는 “각종 금융사고로 인해 고객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는 시점에서 고객들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강력한 내부통제 체계가 실효성 있게 작동되는 것이 중요하다”며 “디지털과 정보기술(IT) 기술을 바탕으로 내부통제를 강화해 고객에게는 한 치의 오차도 없는 금융 서비스를 제공함과 동시에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는 금융기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