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22대 국회도 은행을 흔들건가
[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4·10 국회의원 총선거(총선)가 야당 압승으로 마무된 이후 은행권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21대 국회에서 경험한 ‘은행 흔들기’가 22대 국회에서도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총선이 끝나자마자 빠지고 있는 금융지주 주가가 이 같은 우려를 뒷받침한다.
특히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총선에서 175석 확보로 공약 이행 동력을 끌어올렸다. 민주당의 금융 공약을 복기하면 취약계층 지원과 내부통제 강화 등 고무적인 내용도 있지만, 자칫 시장질서가 훼손될 수 있는 부분 역시 포함됐다.
먼저 민주당은 은행의 가산금리를 개편하겠다고 제시했다. 대출금리를 산정할 때 기준금리에 더해지는 가산금리 구성 중 소비자에게 전가되는 일부 항목을 제외하겠다는 뜻이다. 민주당이 빼겠다고 한 건 교육세와 기금출연료 등이다.
서민 이자 부담 완화라는 방향성에는 공감한다. 다만 가계부채가 역대 최대 수준으로 불어난 상황에 인위적 금리 조정이 역효과를 불러오지 않을까 우려된다. 가계부채가 꺾이지 않으면 중앙은행의 강도 높은 긴축은 장기화될 수밖에 없다.
또 지난해 민주당이 당론으로 내걸고 추진한 이른바 횡재세(초과 이익 환수제)를 재추진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금융사의 순이자이익이 직전 몇 년 평균의 일정 수준을 넘을 때 초과 금액 중 일부 비율을 취약계층 지원 기여금으로 내도록 하는 게 골자다.
이 역시 이중과세와 풍선효과 등 부작용 우려 해소가 전제돼야 한다. 특히 금융사에 대한 횡재세 적용은 세계적으로 전례를 찾기 어렵다. 입법부가 민간 회사의 이익 증대를 가로막는다는 인식이 퍼져나가면 투자 위축으로 인한 기업 가치 하락이 불가피하다.
법은 강제력을 수반하기 때문에 이해관계자간의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 극단적 여소야대 지형에서 ‘입법 압박’의 파급력은 더 강하게 다가올 수 있다. 단기적 현상에 기반한 입법 움직임이 견고한 시장 질서를 어지럽힐 수 있다는 건 경계해야 한다.
물론 은행권이 고금리에 올라타 막대한 이익을 얻었고, 성과급 잔치와 금융사고 재발 등으로 비판의 재료를 제공한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다만 이와 관련해 나타나고 있는 정치권 행보가 제도 선진화보다는 징벌적 조치에 초점을 맞춘 것 같아 아쉽다.
법 개정의 목적이 민생 금융 지원이라면 차라리 은행권의 상생 의지를 확인하는 시간적 여유를 가지는 게 낫다고 본다. 지난해 은행권에서 마련한 2조원대 민생금융 프로그램 집행이 아직 끝나지도 않았다. 취약계층 지원과 신뢰 회복 등의 효과가 기대되는 만큼 자발적 추가 상생안이 나온다면 환영할 일이다.
일전에 은행권의 한 관계자가 22대 국회에 바라는 점에 대해 “희생보다는 상생의 관점에서 추진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한 적 있다. 강제성과 자율성 중 어느 쪽이 지속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지는 자명하다.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는 현재 ‘민생 국회’라는 정체성을 잃지 않고 보다 건설적인 논의가 이뤄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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