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표의 ‘셰셰 발언’이 제기한 국익 논쟁, 끝장 토론 필요하다
[뉴스투데이=임방순 前 국립인천대 교수] 지난 10일 2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국가안보와 외교에 대한 이슈보다는 국내와 지역별 관심사가 더 주목받았다. 그렇지만 이번 총선 유세 과정에서 야당 대표는 ‘셰셰 발언’으로 국익이 무엇인지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고 이에 대해 여당의 반박이 있었다. 국익이 여당과 야당에 따라 달라진다면 국익이라고 할 수 없다.
총선이 끝난 이 시간부터 다음 대선까지 정치권은 ‘국익이 무엇인가’라는 개념 정립이 필요하다. 국익에 대해 생각이 일치돼야 안보문제에서 한목소리가 나올 수 있고 국가안보정책이 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이를 위해 ‘국익이 무엇인가’라는 주제로 정치권과 전문가의 ‘끝장 대토론’을 제안한다.
■ 정치권, 국익에 대한 생각 달라…전문가와 ‘끝장 대토론’ 통해 이견 좁혀야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지난 3월 22일 충남 당진시장 유세에서 “왜 중국을 집적거려요, 그냥 셰셰, 대만에도 셰셰, 이러면 되지, 대만해협 문제에 우리가 왜 개입합니까? 중국과 대만 국내문제인 대만해협 문제가 어떻게 되든 우리가 무슨 상관이 있어요”라고 발언했다. 여당은 “對중국 굴종 인식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라고 비난했고, 야당은 “최대 교역국과 잘 지내라는 말이 왜 사대주의냐”라며 “국익 실현을 위해 외교를 하라는 게 굴종적 자세인가”라고 언급했다.
필자는 그다음 발언을 기대했지만, 논쟁은 여기까지였다. 이 논쟁이 계속됐다면 결론은 “그렇다면 국익이 무엇인가”였을 것이다. 이 문제가 여기서 멈추게 되면 향후 야당은 이재명 대표 언급의 연장선에서 중국과 경제 관계에 중점을 두고 대중국 우호 정책을 주장할 것이고, 정부와 여당은 자유와 민주 등 가치를 중요시하면서 한미동맹을 강화하는 기존의 정책을 고수하게 돼 정치권의 대립은 피할 수 없다.
정치권은 분열을 심화시킬 수 있는 이 문제의 중요성을 직시해 앞으로 ‘끝장 대토론’을 통해 국익에 대한 이견을 좁히고 공감대를 넓히는 노력을 해야 한다. 이 토론은 유쾌할 것이고 유익할 것이며 지켜보는 국민도 우리 정치에서 희망을 보게 될 것이다.
■ 야당 : 주권 및 정체성 고수, 경제적 이익 부여, 영향력 공작 대응 등 답해야
‘끝장 대토론’에서 야당은 다음 세 가지 질문에 답변해야 한다. 첫째. ‘중국이 우리의 주권과 정체성을 침해할 경우 어떻게 할 것인가’이다.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추구하는 시진핑 주석은 과거에 한반도를 중국의 일부라고 말했다. 우리의 군사 주권인 사드 포대 배치에 대해 ‘사드 3불’을 강요했고 ‘한한령(限韓令)’이라는 무역보복 조치도 취했다. 야당은 이 사안에 대해 견해를 밝혀야 한다.
둘째, ‘중국과 우호 관계가 우리에게 어느 정도 경제적 이익을 줄 수 있는가’이다. 최근 우리의 중국 적자 폭 증가와 첨단기술 분야에서 중국에 역전당하는 현상은 경제적 논리로 봐야 한다. 중국은 혁신을 통해 우리에게 의지했던 중간재를 국산화했기 때문이다. 중국 시장을 우리 장터로 만들려면 중국과 우호 관계도 중요하나 중국을 능가하는 첨단기술과 제품 개발이 우선이며, 정치권이 힘을 합쳐 지원해야 한다.
셋째, 중국의 영향력 확대 공작에 대한 대응이다. 중국은 전 세계적으로 해외 비밀경찰서와 공자학원 운영, 정치인 매수 등 내정개입 문제로 비난을 받고 있고, 주요국에서는 이와 관련된 보고서와 서적이 발간됐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주재우 경희대 교수가 ‘중국의 영향력 공작에 꿀 먹은 한국 정치’라는 부제로 ‘불통의 중국몽’이라는 저서를 발간했다. 이에 대해 야당의 입장이 무엇인지 밝히고 어떻게 할 것인지 기준을 정해야 한다.
■ 여당 : 중·러와 관계개선, 미국 정책변화 대비, 야당과 안보 논의 등 답해야
여당도 세 가지 질문에 답해야 한다. 첫째, 중국·러시아와 소통 및 관계개선 방안이다. 현 정부의 한미동맹 강화와 한·미·일 안보협력 증대로 인해 중국·러시아와 관계가 경색됐다. 중국은 탈북자를 북송하고, 국제사회에서 북한을 두둔하며, 러시아와 함께 UN 대북 제재를 무력화시키고 있다. 러시아는 첨단 군사기술을 북한에 제공해 전략무기 성능이 향상되고 있다. 이들을 우리 쪽으로 끌어당겨 국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대책이 무엇인지 밝혀야 한다.
최근 미국과 유럽은 중국을 안보적 위협이라고 경계하고 있으나 경제적으로는 협력을 추구하고 있다. 호주도 미국이 주도하는 중국견제 안보 대화 Quad와 AUKUS 회원국이지만 중국과 경제적 협력을 재개했다. 우리도 이들과 같이 중국을 견제하는 미국과 함께하면서 동시에 중국과 경제적 협력도 진행하는 방안이 무엇인지 설명하고 추진해야 한다.
둘째, 현재의 굳건한 한미동맹과 밀접한 한·미·일 안보협력 체제의 변화 가능성에 대한 대비이다. 미국은 오는 11월 대선 결과에 따라 주한미군 감축과 철수 문제를 제기할 수 있으며, 북한과 대화도 재개할 수 있다. 윤석열-바이든의 굳건한 한미동맹에 변화가 예상되는 상황이다. 최근 일본 기시다(岸田) 총리는 “일본은 북한과 고위급 접촉을 이어가고 있다”라고 밝혔다. 미국 및 일본의 입장이 우리와 다를 때 정부와 여당은 무슨 대책이 있는지 공개해야 한다.
셋째, 야당과 안보문제를 함께 논의할 의지가 있는가이다. 정부와 여당은 우리 안보를 굳건히 해야 하는 의무와 책임이 있고 관련 정책을 추진할 권한도 있다. 그래서 야당을 국정에 참여시키고 의견을 존중해 정책에 반영한다면, 우리의 안보정책은 여야 합의라는 명분도 있고 정권교체와 관계없이 지속 가능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윤 대통령의 지난해 4월 26일 미국 국빈 방문단에 여당 국회의원만 참여했고, 국회의원의 중국 방문단은 주로 야당이 주도했다. 정치권이 다시는 이렇게 분열된 모습을 국민과 주변국에 보여주지 않기 위해서 정부 여당이 먼저 열린 자세로 야당에 다가설 수 있는지 답변해야 할 것이다.
이번 총선 유세 과정에서 야당 대표에 의해 잠시 대두되었던 ‘국익’과 관련한 문제 제기는 ‘끝장 대토론’을 거쳐 ‘국익이 무엇인지’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다음 대선 유세 기간에는 이렇게 합의된 ‘국익’을 어떻게 극대화할 것인가에 대한 정책 토의로 이어지길 바란다.
◀ 임방순 프로필 ▶ ‘어느 육군장교의 중국 체험 보고서’ 저자. 前 국립인천대 비전임교수, 前 주중 한국대사관 육군무관, 前 국방정보본부 중국담당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