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 GPT 의식한 500대 기업 41%, '자소서 소멸' 예상...'문화 적합성' 검증 등 부상
[뉴스투데이=박진영 기자] 챗GPT를 사용한 자기소개서를 제출하는 지원자가 늘면서 국내 대기업들이 자소서를 보지 않거나 이를 대체할 수 있는 다른 전형을 만들 준비를 하고 있다. 취업 전문가들은 오픈형 AI를 사용해 이야기를 만들어내기보다는 작은 것이라도 스스로 경험한 내용을 적는 방법을 추천한다.
한국고용정보원(원장 김영중)은 이 같은 기업의 변화를 ’2023년 하반기 기업 채용동향조사‘ 결과에서 지난 24일 발표했다. 고용정보원은 매출액 기준 상위 500대 기업 인사담당자를 대상으로 지난해 11월20일부터 다음달 22일까지 채용에서 인공지능(AI)의 영향을 조사했다. 그 중 315개 업체가 응답했다.
이 조사에서 기업 인사담당자들의 41.0%는 자기소개서가 사라지고 다른 전형이 강화될 것이라고 답했다. 이는 챗GPT를 활용해 자소서를 작성하는 지원자가 늘고 있고, 직무적합성‧문화적합성 등을 평가하는 객관적인 자료로 자소서를 제대로 활용할 수 없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서울의 취업컨설턴트 A씨는 <뉴스투데이>와의 통화에서 “롯데, SK 등 대기업에서 자소서에 동일한 단어나 문장이 반복되면 베껴 쓴 자소서를 선별하는 프로그램을 사용하고 있다”면서 “대부분 표절률 30%가 넘으면 불합격 처리를 하고 있는데 아직 챗GPT가 쓴 자소서만 골라내는 수준까지 발달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채용 트렌드가 직무 적합성에 더해 기업에서 오래 일할 수 있는 직원을 뽑는 문화 적합성까지 검증하는 방향으로 흘러가면서 지원자가 자소서에 적은 내용만으로는 기업이 원하는 인재를 찾기 어려울 수 있다”면서 “챗GPT를 활용한 자소서가 늘어나면 다른 방식으로 인재를 검증하는 절차를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기업의 이런 변화에 구직자들은 면접이나 대면 활동을 통한 평가를 심층적으로 준비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CJ제일제당 등 대기업을 중심으로 기업 문화와 어울려서 오래 일할 수 있는 적합한 인재(Right Person)를 선호하는 곳에서는 문화적합성을 검증하기 위해 대면 검증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챗GPT로 작성한 자소서를 판별하는 기업은 생성형 AI를 사용하는 구직자에 부정적으로 반응하고 인사상에 불이익을 주고 있다. 고용정보원이 이날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챗GPT를 사용하다 적발되면 감점을 하는 기업이 전체의 42.2%, 불합격 처리하는 기업이 23.2%를 보였다. 인사담당자의 61.4%는 챗GPT로 작성한 자소서를 독창성과 창의성이 없다며 나쁘게 평가했다.
앞으로 기업들은 생성형 AI를 활용한 포트폴리오나 보고서, 자소서 등 구직자가 제출하는 모든 자료를 선별하는 역량을 강화할 계획이다. 전체 기업의 절반인 51.1%가 AI가 작성한 서류를 선별하는 역량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응답했다.
한편, 국내 기업 대부분은 챗GPT를 활용한 자소서를 걸러내는데 큰 노력을 들이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고용정보원은 이번 조사에 참여한 기업 73.0%가 아직 챗GPT를 활용한 자소서를 판별하지 않고 있다고 발표했다. 면접전형을 거치면서 ‘만들어 낸 이야기’를 구분하는데 큰 무리가 없고, 생성형 AI로 작성한 입사서류를 구분하는 프로그램이 완벽한 수준으로 개발되지 않은 영향이다.
면접 전문 컨설턴트 B씨는 “오픈형 AI가 만들어낸 이야기를 사람이 구분하기 어렵다고 마음대로 챗GPT를 사용했다가는 사람과 사람이 대화를 하는 단계에서 큰 낭패를 볼 수 있다”면서 “대기업과 공공기관 등에서 면접을 담당하는 전문가들은 고도화된 교육을 통해서 질문 2~3개 정도로 지어낸 이야기를 구분할 수 있다. 합격을 위해서 없는 내용을 지어내거나 AI에 의지하기보다는 작은 내용이더라도 지원자가 직접 겪은 내용을 바탕으로 자소서를 작성하는 것을 추천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