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지향하는 초연결 AI(인공지능) 시대가 본격화되면 모든 디바이스를 서로 연결하기 때문에 사용자는 똑똑하고 개인화된 경험을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만큼 잠재적인 보안 위험도 뒤따른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 DX사업부는 Security(보안)과 Privacy(개인정보)를 최우선 사업 가치로 두고 있다. 회사의 대표 보안 솔루션 ‘녹스’를 기반으로 고객의 개인 정보보호와 보안을 최우선 추진할 방침이다.
DX사업부는 또한 친환경 제품과 지구를 생각하는 녹색 실천으로 지속 가능한 미래를 만들어 간다고 약속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2022년 9월 발표한 신(新)환경경영 전략의 하나로 오는 2030년까지 탄소중립(이산화탄소 배출량 제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소재 선정부터 재활용에 이르기까지 제품 전 생애주기에 걸쳐 친환경 솔루션을 적용해 나갈 계획이다.
무엇보다 DX사업부는 다양한 제품을 연결해 기존에 없던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최고의 멀티 디바이스 경험을 추진할 방침이다. 특히 제품마다 삼성전자만의 차별적인 AI를 담아 이전에 없던 새로운 디바이스 AI 시대를 이끌어 가고자 한다.
한종희 부회장은 “회사는 모든 디바이스에 AI를 본격 적용해 나갈 계획”이라며 “앞으로 삼성의 모든 제품과 서비스에서 생성형 AI와 온디바이스 AI가 만들어가는 변화와 혁신을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 성장하고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한 노력도 지속할 계획이다.
한 부회장은 “지금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빠른 기술 변화와 불확실성 시기에 직면해 있다”며 “DX부문은 더욱 과감하게 도전하고 앞서 미래를 준비해 주주 여러분 기대에 부응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DX사업부에 이어 반도체 사업을 맏고 있는 DS사업부는 2023년 유례없는 다운턴(하강국면)을 겪으며 이를 개선하기 위해 올해 어떤 노력을 할 것인지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경계현 사장은 “지난해 임직원 노력에도 메모리는 선단 로드 개발 경쟁력 향상과 더욱 철저한 AI 시대 준비의 필요성을 느꼈다”며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와 시스템LSI(대규모집적회로)는 선두와의 격차 축소, 세계 최고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경쟁력 확보 등 우리 앞에 해결해야 할 많은 과제를 안겨줬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DS사업부는 올해 개선 과제로 △강건한 사업 경쟁력 확보 △초일류 기술 리더십 △도전하는 조직 문화 등 3가지를 제시했다.
우선 강건한 사업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메모리 분야는 판매하는 모든 제품의 경쟁력 우위를 확보할 방침이다. 파운드리는 지속 성장이 가능한 사업 구조 기틀을 만들고 시스템 LSI는 사업팀별 체제 재확립을 통해 각 사업군이 독자 생존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구체적으로 메모리는 12나노급 32Gb(기가비트) DDR5 D램를 활용한 128GB(기가바이트) 대용량 모듈 개발로 시장을 이끌고 12단 적층 HBM 선행을 통해 HBM3/HBM3E 시장 주도권을 찾는다.
또 D1c D램, 9세대 V낸드, HBM4 등과 같은 신공정을 최고 기술력으로 개발해 다시 업계를 주도하고 첨단공정 비중 확대 및 제조 능력 극대화를 통해 원가 경쟁력을 확보한다.
파운드리는 업계 최초 GAA 3나노 공정으로 모바일 AP 제품을 안정적으로 양산하고 2025년 GAA 2나노 선단 공정의 양산을 준비한다.
또한 오토모티브, RF(Radio Frequency) 등 특수공정의 완성도를 개선하고 4·5·8·14나노 공정 성숙도를 높여 고객 포트폴리오를 확대한다.
시스템LSI사업부의 SoC(시스템온칩)사업은 플래그십 SoC 경쟁력을 강화하고 오토모티브 신사업 확대 등 사업구조를 고도화한다.
이미지센서는 일관 개발과 생산 체계를 구축하고 픽셀 경쟁력을 강화한 제품 차별화로 다양한 시장 진출을 계획 중이다.
LSI는 DDI(디스플레이 드라이브 IC), PMIC(파워 매니지먼트 IC) 사업 구조를 개선하고 SCM(공급망관리) 효율을 개선해 원가 경쟁력을 강화한다.
경 사장은 “메모리 사업의 올해 목표는 판매하는 전 제품 경쟁력 우위를 확보해 투자 쉐어(Share)보다 큰 마켓 쉐어(시장점유율), 마켓 쉐어보다 큰 이익 쉐어(이익 공유)를 실천하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 고부가가치 제품 경쟁력 우위 확보와 신공정 및 차세대 제품 경쟁력 제고, 제조한계 극복 및 원가경쟁력 확보에 집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DS사업부는 메모리 등 기존 사업만으로는 장기적으로 반도체 1등을 유지할 수 없다고 판단해 미래를 위한 다양한 신사업 준비에도 가속페달을 밟고 있다.
경 사장은 “2023년 시작한 어드밴스드 패키지(Advanced Package) 사업은 올해 2.5D 제품으로 1억달러 이상 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업계가 필요로 하는 차별화된 다양한 패키지 솔루션을 고객과 함께 개발해 사업을 성장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SiC(실리콘카바이드)와 GaN(질화갈륨) 등 차세대 전력 반도체와 AR(증강현실) 글래스를 위한 마이크로 LED(발광다이오드) 기술 개발에 역량을 쏟아 2027년부터 시장에 적극 참여하겠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는 초일류 반도체 기술 주도권을 되찾기 위한 대안으로 R&D(연구개발)에 과감한 투자에 나선다. 가장 상징적인 투자처는 삼성전자 기흥 캠퍼스에 건설 중인 차세대 반도체 연구개발 단지다.
경 사장은 “2030년까지 약 20조원이 투입되는 대규모 프로젝트로 미래 기술을 이끄는 핵심 연구기지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며 “반도체 연구소를 양적인 면에서 2배로 늘리고 웨이퍼 투입을 지속적으로 늘려 첨단 기술 개발 결과가 양산 제품에 빠르게 적용되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끝으로 DS사업부는 과감히 도전하는 조직 문화를 구축해 미래 성공을 향한 길을 이어가겠다고 다짐했다.
경 사장은 “사업 경쟁력 확보, 기술 리더십 강화, 신사업 준비, 도전하는 조직 문화를 바탕으로 DS를 최고 기업으로 인재가 모이는 회사로 만들겠다”며 “앞으로 2~3년 안에 반드시 세계 1위를 되찾겠다”며 주주들의 격려를 당부했다.
두 부문장의 사업전략 발표가 끝난 후 이어진 질의응답에는 지난해 실적 부진 중심에 있는 DS사업부에 질문이 모아졌다.
DS사업부는 지난해 업황 악화로 연간 매출액이 66조5900억원으로 2022년 대비 32조원 축소됐다. 지난해 영업적자는 14조8800억원으로 23조8200억원을 기록한 2022년과 비교해 38조7000억원 감소했다.
일부 주주는 ‘성과주의’를 인사 핵심으로 삼는 삼성전자가 지난해 대대적인 실적 악화에도 ‘확실한 경영환경 속 안정 도모’ 이유로 주요 경영진을 유임한 배경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와 관련해 경 사장은 지난해 사업전략에 미흡한 점이 있었음을 인정하고 개선방향을 제시했다.
경 사장은 “다운턴 등 여러 이유가 있지만 사업을 제대로 준비하지 못한 부분도 분명 있다”며 “근원적인 경쟁력이 있었다면 시황과 무관하게 사업을 잘 했을 수 있다. 올해는 근원적인 경쟁력을 회복해 시황 영향을 덜 받는 사업을 만들어 가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이어 “올해 1월부터 사업이 적자의 굴레에서 벗어나 흑자로 돌아섰다고 본다"며 "구체적인 액수를 언급하기는 어렵지만 궤도에 올라가는 모습을 기대해도 좋다”고 강조했다.
한편 한종희 부회장은 이날 다시 한번 기업 대형 M&A(인수합병) 가능성을 언급하며 주주 기대감을 높였다.
삼성전자는 2017년 전장(자동차 전기장비·장치) 업체 하만을 인수한 이후 대형 M&A가 전무한 상황이다. 그동안 대형 M&A 가능성은 제기됐지만 실제 공개된 성과가 없다.
한 부회장은 “기대하는 큰 M&A는 아직 성사하지 못했지만 레인보우로보틱스 등 스타트업은 200개 이상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며 "조만간 주주 여러분께 (대형 M&A에 대해) 말씀드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