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전소영 기자] 효성중공업 새 사령탑에 우태희(62·사진)사장이 발탁됐다. 이로써 우 사장은 요코타 타케시(横田岳志) 부사장과 함께 효성중공업을 진두지휘한다.
특히 이번 인사는 건축·주택분야에 정통한 양동기 전(前) 대표가 물러난 자리를 신재생에너지 발전에 목소리를 높여온 우 사장이 맡게 된 점이 주목된다.
효성중공업이 최근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넓히고 있어 우 사장 인사는 이러한 경영전략을 강화하기 위한 수순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20일 효성중공업에 따르면 우 사장은 지난 16일 이사회를 통해 중공업과 건설을 총괄하는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그는 연세대 행정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정책학 석사와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UC) 버클리대 경제정책 석사를 거쳐 경희대 경영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행정고시 27회 수석 합격자 출신인 우 사장은 △대통령비서실 산업비서관실 선임행정관 △주미 한국대사관 상무공사참사관 △산업통상자원부(산자부) 통상협력국장·통상교섭실장·통상차관보·2차관 등을 역임했다.
그는 퇴임 후 연세대 특임교수를 거쳐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 상근부회장으로 재직했다. 대한상의 상근부회장 임기는 이달 25일까지다.
효성중공업은 “우 사장이 그동안 쌓아온 산업통상과 정책 분야의 전문 지식과 대한상의 등 재계 활동을 통해 다져온 폭넓은 글로벌 네트워크 등을 활용해 회사의 글로벌 사업 확대와 신성장동력 육성에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우 사장은 과거 신재생에너지 발전에 목소리를 높이며 관계 부처와 기업간 시너지를 강조해 온 인물로 알려졌다.
한 예로 그는 산자부 차관 시절 에너지 신(新)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202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등 에너지 신산업에 총 42조원을 투자하는 ‘에너지신산업 종합대책’을 주도적으로 이끌었다.
그는 또 에너지 신산업 투자·성과·수출이 활성화되도록 규제 완화와 성과 확산에 힘써왔다.
이와 함께 그는 대한상의 부회장 시절 신재생에너지의 궁극적 목적인 탄소중립(이산화탄소 배출량 제로) 실현과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 실천을 주제로 강연도 펼쳤다.
그는 2023년 'CEO(최고경영자) 북클럽’ 강연자로 등장해 “정부가 민간이 투자하기 부담스러운 기술에 선투자 해야 하고 탄소집약적 제품 가격을 지원하면서 탄소 감축에 대한 동기부여를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 사장의 지금껏 이력을 살펴보면 효성중공업이 최근 추구하는 신사업 전략 방향과 상당 부분 일치한다.
효성중공업은 공시 자료를 통해 “중공업 사업은 저탄소 친환경 디지털 사회로 바뀌는 추세에 대응하기 위해 수소, 해상풍력, 데이터센터 관련 신규 사업을 추진 중”이라며 “기존 사업은 기술, 가격, 품질 및 납기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효성중공업이 친환경에너지기업으로 탈바꿈하기 위한 친환경 기술과 제품개발 중심의 신규 사업을 계속 강화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음을 내비치는 대목이다.
그러나 효성중공업의 주력 신사업 성과는 아직 갈증나는 수준이다.
대표적인 신사업 중 하나인 수소는 2021년부터 효성중공업과 세계적인 산업용 가스 전문 화학기업 ‘린데’와의 합작법인 ‘린데수소에너지’를 통해 울산 효성화학 용연3공장에 액화수소플랜트 건립을 추진했으며 올해 본격적인 가동을 앞두고 있다.
액화수소 사업은 효성중공업 외에 SK E&S, 두산에너빌리티도 함께 펼치고 있다.
이처럼 액화수소 공급 속도가 빨라지고 규모는 커지는 추세지만 아직까지 이를 활용할 충전소가 턱없이 부족한 게 현실이다.
이에 따라 효성중공업은 액화수소 충전소 건립도 함께 추진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지기까지 시간이 더 필요한 상황이다.
수년간 공들여 온 데이터센터 건립도 차질을 빚고 있다.
데이터센터는 수 십만 개 서버에서 발생하는 열을 관리하기 때문에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게 핵심이다.
또한 서버 온도는 1도만 낮춰도 월 전기료를 억원 이상 줄일 수 있다. 이에 따라 태양광이나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한 전력 공급으로 수익률을 높일 필요가 있다.
이에 따라 효성중공업은 그동안 축적해 온 △온도를 낮추기 위한 ‘냉각 설비’ △전기를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전력 설비’ △기존 전력 △건설 사업 노하우 등을 발판 삼아 데이터센터 건립을 추진했다.
이를 위해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데이터센터 서비스 유명업체 STT GDC(ST 텔레미디어 글로벌 데이터센터)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2019년 경기도 안양시 호계동 1만2000㎡(약 3630평) 부지에 1조원 대 '호계GDC데이터센터' 설립을 추진해 왔다.
그러나 인근 주민이 전자파와 소음 가능성을 우려하며 번발해 결국 지난해 부지를 매각하며 사업은 없던 일이 됐다.
이에 따라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은 그룹 전체 주요 경영진을 대상으로 사업 수익성 악화와 불명확한 개선책을 질타하며 ‘책임 경영 강화’를 주문했다.
조현준 회장은 지난해 7월 임직원에게 “지난 몇 년 동안 하기로 약속한 사항이나 경영층에서 지시한 사항이 제대로 실천되지 않고 있다”며 “일을 잘못해 회사에 손해를 끼쳤는데 지금부터 잘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회사 내 너무 많다”는 내용의 메일을 보냈다.
조 회장은 또 “사업이 나빠지고 있는데 위기 의식을 못 느끼고 시장 환경 변화에 적극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며 “문제 해결 의지가 부족해 수익 악화에 대한 개선책이 구체적이지 않고 실현 가능성이 명확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효성중공업은 이러한 지적과 거리가 멀다.
효성중공업은 매출액이 △2021년 3조946억원 △2022년 3조 5101억원 △2023년 4조3005억원으로 지난 3년간 꾸준하게 성장해 '그룹 내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다만 주요 신사업에서 아직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해 조 회장 비판에 자유롭지 않다.
이에 따라 이번 우 사장 선임은 신사업 성과를 더욱 가속화하기 위한 전략 보강의 하나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한편 우 사장이 향후 중공업 분야에서 요코타 타케시 부사장과 어떤 방식으로 업무를 조정할 지에 세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에 대해 효성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와의 통화에서 “앞서 밝힌 것처럼 우 사장은 중공업과 건설 부문을 총괄할 예정”이라며 타케시 부사장과의 역할 분담 등에 대해서는 현재로서는 밝힐 수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