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그룹 퀀텀점프(2)] 조현준 회장, 글로벌 1위 '스판덱스' 발판 삼아 '영업이익 1조클럽' 재탈환
효성, 2010년 스판덱스 세계시장 점유율 1위 거머쥐는 기염 토해
조현준 회장, 스판덱스 고(高)기능화·친환경화 추진해 '기술 초격차' 일궈내
친환경 섬유시장 2030년 136조원대 규모...전체 섬유시장 비중 7.2% 전망
'효자' 스판덱스 사업, 중국 수요 증가 전망에 올해 경영실적 개선 기대감 커
그동안 형제경영 체제를 유지해 온 효성가(家)가 2개 지주사 체제 전환을 통한 분할·독립 경영을 시작으로 계열분리에 나서고 있다. 이에 따라 조현준 효성 회장은 섬유, 중공업 등 전통 사업 영역을 토대로 효성의 미래를 이끌어갈 전망이다. 이에 비해 조현상 부회장은 효성첨단소재를 중심으로 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 효성홀딩스USA, 효성토요타 등 6개 회사가 존속된 ㈜효성신설지주를 이끈다. 기존 전통 사업의 포트폴리오 고도화와 함께 신성장동력 육성을 통해 새롭게 탈바꿈할 조현준 스타일의 효성 청사진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뉴스투데이>는 효성이 추진하는 분할·독립 경영 재편 배경을 살펴보고 조현준 회장이 진두지휘하는 섬유·중공업 사업 전략을 살펴보는 시리즈를 3편에 걸쳐 연재한다. [편집자주]
[뉴스투데이=전소영 기자] 효성그은 ‘자체 기술력 없이 세계 1등은 불가능하다’는 DNA를 지니고 있다.
효성그룹 창업주 고(故) 조홍제 선대회장은 당시 화학섬유(화섬) 산업이 국내 자체 기술이 아닌 해외 기술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는 점을 깨달았다.
조홍제 선대회장은 특히 의류와 산업자재로 쓰이는 나일론의 미래 가치를 꿰뚫어보고 1966년 효성의 전신인 ‘동양나이론’을 설립했다. 동양나이론은 자체개발을 통해 독자적인 기술체계를 구축해 2년 후인 1968년 국내 최초로 나일론 타이어코드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이러한 혁신 DNA는 창업주의 장남 조석래 효성 명예회장 세대에서 빛을 발휘했다.
조석래 명예회장은 1990년 일명 ‘Q(Question·퀘스천) 프로젝트’로 불리는 스판덱스 독자 개발을 추진했다.
Q는 ‘어떤 제품이 탄생할 지 의문투성이’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을 만큼 스판덱스 독자 개발은 성공여부를 확신할 수 없는 사업이었다.
그럼에도 조석래 명예회장은 스판덱스의 성장 가능성을 믿고 R&D(연구개발)와 투자에 매진했다.
3년 간 이어진 시행착오와 실패를 거듭한 끝에 효성은 1992년 국내 최초로 스판덱스 자체 개발에 성공했다.
이후 효성은 중국을 비롯해 베트남, 터키, 브라질, 인도 등에 글로벌 스판덱스 생산기지를 확장했으며 독자 개발한 지 약 20년인 2010년 스판덱스 세계시장 점유율 1위에 올라섰다.
이러한 효성가(家) DNA를 그대로 물려받은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역시 ‘원천 소재 경쟁력이 곧 혁신제품과 회사 경쟁력 창출’을 중요한 경영철학으로 삼고 있다.
조현준 회장은 “효성이 자체 개발한 원천 소재는 혁신제품의 근간이자 경쟁기업보다 앞설 수 있는 회사 경쟁력 창출의 핵심”이라며 연구개발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조 회장은 아버지가 개발에 성공한 스판덱스의 ‘고(高)기능화·친환경화’ 전략을 추구한다.
특히 친환경 전략은 과거 우리 경제를 이끈 전통 산업 이미지에서 벗어나 지속가능한 산업으로 전환하기 위한 섬유산업이 떠안은 최대 현안이기도 하다.
친환경은 외형성장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경영 전략이다.
전 세계 친환경 섬유 시장은 2030년 1019억 달러(약 135조8500억원)로 연평균 8.5% 성장이 예상된다. 또한 친환경 섬유는 전체 섬유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21년 4.9% 수준에서 2030년 7.2%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조 회장은 스판덱스 고기능화·친환경화 전략의 하나로 섬유 브랜드를 스판덱스 브랜드 ‘크레오라(Creora)’와 친환경 섬유 브랜드 ‘리젠(regen)’으로 이원화를 추진했다. 그동안 확보해 온 브랜드파워의 시너지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프리미엄 브랜드 경영 전략인 셈이다.
이에 따라 효성의 섬유 계열사 효성티앤씨는 크레오라에 폴리에스터와 나일론 등 기능성 섬유를 모두 포함해 통합 운영한다. 리젠은 리싸이클 섬유 브랜드에서 바이오 섬유 브랜드로 확대됐다.
효성 관계자는 “스판덱스 사업에서 빠른 속도로 추격하는 글로벌 경쟁업체와의 격차를 다시 벌리고 프리미엄 시장 지배력을 높이는 브랜드 파워를 갖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유럽과 미국 등 미주지역이 고강도의 친환경 정책과 규제를 제시해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는 글로벌 친환경 섬유 시장에서 효성은 트렌드를 이끄는 대표 브랜드 위상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글로벌1위 스판덱스’ 명성을 갖춘 효성티앤씨는 레깅스 열풍에 따른 스판덱스 호황에 힘입어 2021년 영업이익 1조클럽에 가입했다. 효성티앤씨의 2021년 영업이익은 1조4237억원으로 2020년과 비교해 영업이익이 무려 6배 성장했다.
그러나 효성티앤씨는 그 이후 급격한 업황 악화로 1년 만인 2022년 영업이익이 1235억원으로 급감했다.
화섬 업황이 다시 개선조짐을 보였지만 효성티앤씨는 2023년 하반기 영업이익이 2134억원 수준으로 소폭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는 '효자'인 스판덱스 수요가 좀처럼 회복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는 연초부터 반등 기대감이 크다. 특히 석유화학 제품의 최대 수출국 중국의 스판덱스 수요가 크게 회복해 이에 따른 수혜가 예상된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2023년 1∼10월 중국 스판덱스 수요는 69만톤(t)으로 2022년 같은 기간에 비해 13.4% 늘었다. 특히 중국의 2023년 1∼10월 스판덱스 수입량은 2022년 동기 대비 88.1% 늘어난 반면 수출량은 2.7% 줄어든 점이 주목된다.
스판덱스 업황 개선 조짐은 가동률에서도 두드러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효성티앤씨의 지난해 말 기준 스판덱스 설비 가동률은 90%를 넘어선 것으로 파악됐다. 효성티앤씨의 2023년 1~9월 섬유 부문 가동률이 88.1%인 점과 지난해 하반기 섬유 부문 경기가 회복세에 진입한 점을 종합하면 충분기 가능한 수치다.
특히 올해는 중국 경제가 다시 회복조짐을 보이고 있어 효성티앤씨 스판덱스 생산라인은 풀가동 수준의 가동률을 보일 전망이다.
효성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와의 통화에서 “스판덱스는 2022년만해도 재고과잉 상태였지만 올해는 스판덱스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며 "수요가 증가하면 스판덱스 가격도 오름세를 보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글로벌 해상 운임이 가파르고 오르고 있는 점은 효성티앤씨에 호재다.
전 세계 스판덱스 시장 상위 기업 가운데 중국 외 지역에 생산설비를 갖춘 업체는 효성티앤씨가 유일무이하다. 중국을 비롯해 베트남, 브라질, 인도, 튀르키예 등 생산설비가 다변화된 효성티앤씨는 글로벌 운임 상승에 따른 평균판매가격(ASP) 상승과 중국 등 해외 수요 증가라는 두 마리 토끼를 거머쥘 수 있는 '수혜주'라는 얘기다.
지난해 수요 부진과 가격 바닥을 찍고 올해 본격적인 반등이 기대되는 스판덱스가 효성티앤씨의 ‘영업이익 1조 클럽’ 영광을 빠르게 재현할 수 있을 지 관심이 모아진다.
효성 관계자는 “올해 글로벌 스판덱스 경쟁력을 키우고 시장을 이끌 수 있는 판촉 차별화 전략을 강화하는 데 역점을 둘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댓글 (0)
- 띄어 쓰기를 포함하여 250자 이내로 써주세요.
- 건전한 토론문화를 위해,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비방/허위/명예훼손/도배 등의 댓글은 표시가 제한됩니다.